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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일으키기
차현준
문학과지성사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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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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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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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아이솔레이션 | 적재접속 | 명치 위치 | 명치환 | 당귀 방 | 당나귀 | 도로 도치 | 도움밭 | 키트 | block jack | 셀프 캠코더

2부

나주산림연구원 | 미시령 | 쑥대밭 | 루콜라 | 왕가위 | 채팅 방 | 온몸일으키기 | 서울 설화 | 뭉게나무 | 방울토마토 신드롬 | 구조 조정

3부

솎아내기 | 볼라드 | 붙여놓기 | 미셸 공드리와 양배추 곱씹다가 양배추 곱씹어보기 | 여기까지 늘어선 보리수나무에 대해 | 상추삼림 | 창고몽 | 1인실 건식 사우나 | 참숯효능조명 | 소백산 자락에서 온 나무 | 인도어팜 방문기 | 복도 관람 | 갈라파고스 신드롬 | 얼마간 흘려보내보기

4부

나의 나의 라임 라임 | 밟아보기 | glitch glitter | 잉헤니오스 | 만개하기 | 아바나 일화 | 남쪽 물결 | 도착하기

5부

DDP | 채소 콜키지 | 대저택 | 청보리밭 | 거기에 무성한 측백나무와 아카시아에 대해 | 한자 쓰기 | 다중생활체 | 다-체-rium

해설

Is it tasty? - 최선교

저자 소개 1

202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온몸일으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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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43555

책 속으로

둘렀던 에어 캡을 뜯으면
다음과 같은 구성품이 있다

손바닥에 바닥을 올려놓는다. 네 벽을 둘러 세운다. 천장으로 덮는다.

사물이 만들어지는 광경이 만들어지고
광경 속에서 사물이 만들어진다

사물을 가르치는 설명서는 기틀부터 세워야 한다고 일러둔다

가로지를수록 잡혀나는 윤곽

전개도가 몸을 일으켜
겨냥도가 되는 동안

손바닥에는 방이 있다

둘렀던 벽 하나를 열면
다음과 같은 광경이 있을 것이다
바닥에는 밭이 있을 것이다. 흙을 촉촉하게 고른다. 이랑과 고랑을 가른다.

손바닥에서 흙내가 난다

흙내가 잘 어울리는 작물들이 차례로 오고 있다

손바닥과 방 곁에는
먼저 만든 방들이 널려 있다

밭에서 무언가 기르기 전에
방부터 충분히 길러낸다
--- 「키트」 중에서

뭉텅이들을 던져버린 자락에는
잡초가 산더미다.

산도 너희들로 평생 채식하는 거 지겹지 않겠니.

파편으로 잘린 목소리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산불 난 것처럼 내려가는데 뒷머리로 산더미가 느껴졌다.
--- 「솎아내기」 중에서

‘Eh…… that’s a cherry?’
‘Yeah, cherry! cherry tomato. looks tasty.’
방울토마토는 영어권 친구에 의해 치커리 방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

방마다 방울토마토가 들끓었다. 방울이라는 말이 없어 말이 되는 토마토가 무르익어 있었다. 굳이 자신을 방울토마토라고 우기길래 그래, 그래. 상자에 들어가 있어. 나는 방마다 방울진 방울토마토들을 열심히 쓸어 담았다.
--- 「방울토마토 신드롬」 중에서

현준은 나의 나의 오렌지나무로 부른다
산티아고는 Meu Pe de Lima Lima로 부른다

현준은 노인의 발이 닿은 육지가 궁금해졌다
해지된 적금 통장을 보며 침을 삼켰지만
현준은 식도로 제주도산 감귤주스를 자주 넘겼고
기도에서는 오렌지나무를 10년 동안 키워왔다
입만 열면 오렌지나무에 대한 애정을 줄줄이 내뱉을 기세였다
오렌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현준에게 그만 좀 나불대라고 쏘아붙였다
오렌지는 그럴 때마다 기도 안에서 다 다른 두께로 썰렸다
동시에 오렌지에 호의적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 때면 조각들의 껍질은 두꺼워졌다
기도에는 오렌지가 차곡차곡 절여져 있다
--- 「나의 나의 라임 라임」 중에서

측백나무는 일찍부터 여러 문장 안에서 흠모를 받아왔다 측백나무와 같이 자라본 적도 없는 몇 사람은 측백나무가 잘 자라는 마을이라면 죄다 찾아갔다 어느 마을 왕족이 묻힌 무덤 옆에 있던 측백나무는 열매가 다 사라지자 무덤에 꼬이는 벌레를 죽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마을은 측백나무 뿌리를 제대로 솎아내지도 않고 급하게 덮어버렸다 이제 그 자리에선 아카시아가 자란다 잊을 만하면 그 마을에 찾아가던 [6시 내고향] 리포터는 풍성하게 자란 아카시아 앞에서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

마을은 차분히 마른다

이제 하얀 잎은 손등을 떠나
슬픈 사람의 부족한 기분에 책갈피가 되러 갈 것이다

--- 「거기에 무성한 측백나무와 아카시아에 대해」 중에서

출판사 리뷰

“먼저 만든 방들이 널려 있다”
새로운 공간, 다른 언어, 젊은 감각

남미 향을 담았다는 디퓨저를 책상에 놔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밭에 자주 찾아오는 편인데도 나는 늘 모르겠다. 입이 벌어지고 만다. 당장 흰쌀밥 흑미밥 사이사이 잡곡들…… 입에다 올려놔도 쉽게 부서지지 않을 찰기가 입안에서 몇 바퀴씩 감싼다고 생각해봐. 적당히 차진 밥을 한 품에 안아줄 당귀들이 여기 이렇게나 많고

작은 당귀밭
밭을 품고 있는 당귀 방
벽과 천장과 창문과 손잡이
제각기로 쳐다보는 당귀들 - 「당귀 방」 부분

화자가 발을 내디딘 곳에는 저마다 다른 작물이 놓여 있고 “복도에 늘어선/적근대 방/치커리 방/상추 방/케일 방/겨자 방/호박잎 방······/내가 자처한 방들······”(「당귀 방」)을 빠져나온 후에는 다시 가족들의 뒤를 따라 또 다른 밭으로 이동한다. 이때 작물은 물을 흠뻑 머금고 해를 쬐며 자라나는 생장이 아닌, 타인과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다가 다시 사랑하며 자라나는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시 속의 화자는 해충처럼 번진 “거대한 방울토마토를 베어 물고 밭고랑에 털썩 주저앉”(「방울토마토 신드롬」)거나 “서로 손잡고 뭉쳐 있다 진액이 흘러나오지도 않는데 끈끈한 우정”(「루콜라」)을 보여주는 루콜라를 지켜보는 등 스스로의 심경 변화를 작물의 생장과 멈춤에 빗대어 투명하게 드러낸다. 자신과 관계 맺는 모든 대상을 성실하게 잘 일구어 수행해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성실함은 시인이 견지하는 삶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자기 스스로를 시에 사로잡힌 채로 발걸음을 굴리고 마는 “체험자”에 가깝다고 밝힌 바 있는 시인은 이렇듯 시와 매개하고 조율하며 시 속에서 자라고 시들기를 반복한다. 이명에 시달리는 화자가 이비인후과에 가서 “내가 당귀를 뽑아내고 고통이라도 심어놨나 봐요”(「당나귀」)라고 되묻는 데는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까지도 살아보려는 시도, 즉 시를 ‘체험’하는 행위를 넘어 온전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차현준의 시는 일찍이 가상의 세계에 리얼리티를 부여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탐지해왔다. 식물을 기르는 것처럼 언어를 고르고 경작한 후에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살아내는 데 집중하는 차현준의 글을 반드시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규정 짓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나는 본격적으로 시로 시작되는 시공간을 살아본다. 체험할수록 쓸 것이 점점 구체적인 문장으로 차오르는 동안의 이 예열, 쓸 것을 더 잘 전달해보고자 한 발짝 물러나 식혀보는 이 서늘한 거리 둠. 예열과 거리 둠. 그 사이사이를 오가며 발생하는 이 몰입. 이 몰입이 좋아서 쓴다. 일단 진입해, 시가 차오르는 순간, 시를 목도하고 체험하려는 내가 여전히 시를 좋아하는 순간을 기꺼이 발견하고 나아가는 과정. 이것이 좋아서 쓴다. - ‘시작 노트’(『시 보다 2024』, 문학과지성사, 2024, p. 237) 에서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온몸일으키기를 하는 언어들

지난해 구청에서는 이 길거리의 보도블록을 상당 부분 들어내고 새로운 블록들을 깔았습니다. 그 뒤로 나도 이 거리에 같이 누워 있습니다.

배 위를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따금 한국어를 쓰다 침을 흘립니다. 침은 내 몸에 자연히 스며듭니다. 나는 한국어 구사력과 침 흡수력이 좋거든요! 이건 방금 지나간 버스 밖으로 들렸던 라디오 광고에서 습득한 말투입니다. - 「온몸일으키기」 부분

“한국 가정 소속 현준은 잰말놀이를” 하고 “현준의 입안에서 놀던 라임은 나의 라임 나의 나임 나의 나의” 등으로 읽을 때마다 혀가 꼬이곤 한다. 지난해 문지문학상 시 부문 심사 당시 “차현준의 언어는 날렵하고 기민하고 유연하고 탄력이 있다”(시인 이수명)라는 평을 받은 시인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도 결코 언어의 경제성을 잃지 않으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시 속의 화자는 마치 게임의 플레이어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유횻값을 도출해내고 엉뚱한 질문들로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방전되지 않은 채 “두툼한 보조 배터리를 한 손으로 말아 쥔”(「얼마간 흘려보내보기」) 채로 “공중에도” “길바닥에”도 가득한 “포스트잇”(「붙여놓기」)처럼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는 언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각을 자극한다.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최선교의 말을 빌리자면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우리말샘에”(「다중생활체」)서 쇼핑을 하듯 고른 단어들을 정확한 장소에 배치하여 꾸민 문장은 어색하지만 정확하고, 분명하지만 어딘가 잘못 찾아온 느낌이 든”다. 표제작 「온몸일으키기」에서 새로 깔린 보도블록 위에 누워 자신의 배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이 흘린 침을 흡수해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말하는 시인은 일상 언어를 시 언어로 둔갑시키지 않고 차현준식으로 발화하고 있다. 차현준의 언어는 이면의 그늘이나 다른 함의를 품지 않은 채 시 속에서 끊임없이 수다를 이어간다.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시 세계는 우리 모두 스스로 정해둔 한계를 극복하고 쑥쑥 자라날 때가 됐다는 듯 기지개를 켜고 가장 환한 초록 불을 밝히고 있다.

시인의 말

가장 싱싱한 걸음과 손길로
가꿔온 몸의 방향을 비춰
내쉬어야 했던 나의 숨으로
틔워본 말이 명치 밖으로 빠져나가며

2025년 4월
차현준

리뷰/한줄평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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