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라플란드 우체국』 『레몬옐로』 『해저의 교실에서 소년은 흰 달을 본다』, 시선집 『안국동울음상점1.5』, 문학평론집 『환대의 공간』 『콘텐츠의 사회학』 『세계의 끝, 문학』, 영화평론집 『극장전: 시뮬라크르의 즐거움』 등이 있다.
고주희는 양의성의 매우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나무’는 날고자 하는 그 순간의 운동성을 기억하고 있으며, ‘새’는 그 주변을 맴돌다가 추락한다. ‘나무’와 ‘새’는 한 몸이 된다. 이 키메라적인 것은 ‘돌’의 세계에서 새어 나온 것이기도 하다. ‘돌’은 닫힌 세계이면서도, 이질적인 것들의 침입에 항상 열려 있다. 이 열려 있음이야말로 ‘끝’을 한없이 지연시킨다. 고주희는 이 신기한 ‘돌’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호석의 시는 잃어버린 ‘고막’(「근황」)이나 ‘그림자’(「소멸」), 우주의 고혼이 된 ‘스푸트니크’(「유토피아 47번 우주정거장에서의 도킹」)에 그 기원을 둔다. 그 상실은 돌이킬 수 없이 영원한 것이어서 그는 다만 끝이 기억나지 않는 옛날 영화를 거듭 떠올리듯이(「옛날 영화가 어떻게 끝나더라」) 되풀이하여 그 잃어버린 것이 있던 ‘허공’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분명히 상처가 있을 터인데 그 상처는 어느새 아물고 열매가 농익은 향기를 뿜어낸다. 그는 “밑바닥 어둠”(「밑바닥에는」)이나 “마음속 불모지”(「곶자왈」)에서 어떤 ‘소실점’을 찾아 헤맨다. 그가 찾은 것은 모두 “먼지처럼 참으로 연하고” 부드럽다. 그의 이 탐구는 “발목을 간질이던 등지느러미”(「은여울초등학교」)와 같이 감각적인 표현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다. “시골집 마루에서/아버지와 겸상하며 바라본/초여름의 시퍼런 텃밭”은 그대로 ‘먼바다’가 된다(「먼바다를 바라보는 일」). 이토록 그리움이 청신한 빛을 띨 수 있다니! 그의 시에는 이 초록의 텃밭과 먼바다 사이의 아름다운 낙차가 언제나 있다. 그는 우선 이 낙차를 ‘첨벙!’ 하는 소리로 메우려 한다. ‘쓰르라미의 울음’(「그 끝자리를 어쩌지 못하고」), “자유 낙하하는 별빛”이나 “한밤의 울음빛”(「떨어진다는 말은 얼마나 많은 중력을 가지고 있는가」)으로 수놓으려 한다. 기어이 그는 상실의 슬픔을 그리움 쪽으로 저만큼 데려간다. 그가 내디딘 이 어려운 첫걸음이 언 하늘에 흰 발바닥으로 정하게 찍히는 것을 본다.
사랑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이름을 꼭꼭 불러주는 것. 그리하여 너의 이름을 부르면 넌 무슨 간식이라도 주는 줄 알고 벌써 꼬리를 흔들지. 동물이 주는 슬픔은, 사람보다 압축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를 보는 데서 오는 슬픔이고, 동물이 주는 위안은, 우리가 똑같은 심장을 나누어 가진 짐승이라는 점이고, 동물이 주는 기쁨은, 사람보다 단순한 삶을 산다는 점에 있어. 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