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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떤 기술
윤유나
창비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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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책소개

목차

제1부

다른 세상의 모든 근황
그냥 바다
피를 뒤집어쓰다
가족과 먹는 여름 김밥
결혼 없이 하지
보람
모시조개
보석의 마음
gas
우유를 마셨어
더티 화이트

제2부


약자
걔가 말을 옮겼어
긴 생머리, 민소매 티셔츠의
봄마다
꽃 사진 찍기
구름의 그림자들이 거대한 바위로 된 산맥 목구멍을 노곤하게 가로지르며 배회했고, 전나무로 뒤덮인 산맥 옆구리를 더듬었다. 그날들 이후로 나는 여성의 체모를 볼 때마다 늘 이 말을 떠올린다. 낙엽성(落葉性)?
신나무
서교미래사랑

헤해혜
왕족 중국 마사지
쑥 찜질
친구의 그런 말
고유감각

제3부


산사람
말코빛개
그냥
추측
맑은샘이비인후과
유전
고양이의 책
mmm, 있어
닫힌 마음
메로구이
삶의 어떤 기술
말이 안 되는 마음
없어
독립
매일 창가에 앉아 있어
시간

제4부


해운대 바닷가 소리회
지우개의 마음
녹은
즐겁다
돼지 없는 동물원

해설|최다영
시인의 말

저자 소개1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를 엮었다. 2020년 『하얀 나비 철수』를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산문집 『잠과 시』가 있고, 시집 『삶의 어떤 기술』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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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58g | 125*200*9mm
ISBN13
9788936425142

책 속으로

물속에서는 물에 젖지 않아요
잠 속에서는 잠이 들고요

배덕은 이야기가 되나봅니다
우리의 속은 언제나 흐르고 있는데
흘린 것 없죠

감사해요
구름이 매일 잘해줍니다
덕분에 밤이면 항복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왜 거짓말을 안 하죠?
짙고 깊은 허울을 기필코 보여주고요
--- 「다른 세상의 모든 근황」 중에서

말하는 바다. 속에서 말하고 있는 바다. 글자 없이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바다 앞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바다의 말을 구연했을 때 바다가 잠깐 사라졌다.
바다가 눈앞에 있는데도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살아야 하는데.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 없고 쓸쓸해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는데. 내기가 끝났어. 좋아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어.
좋아하는 마음, 나는.
그래. 그냥 바다. 그냥 마냥 좋아하는 마음.
한번도 본 적 없는 경치.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 전체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바다. 없는 바다. 비로소 눈앞에 나타난 바다. 검고 깊고 어리석은 바다.
--- 「그냥 바다」 중에서

먹다, 그저
지저귀는 소리 날쌔다 따뜻한 냄새 내게 오다
읽다, 야만만큼
넘치다, 부레
먹다, 자연은 몸이 아파
여기 있다, 그저 너만
담소
하는

언어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언어
언어 없는 언어
--- 「고유감각」 중에서

몇몇 지성인들은 고양이를 키운다 자신의 머리와 친구가 되길 기대하면서
야생이 교육되는 것을 경멸하면서
잠깐 책을 덮고 고양이를 쳐다보면서 고양이를 부른다
집에서 기른 고양이가 다가온다

고양이는 한권의 책을 탄생시키고
책은 고양이를 변화시키지

야옹이가 죽는 날에도 책을 읽었다
주인의 품에서 고양이는 이야기가 되었다가 책으로 떠나갔다

보호자였던 그가 사라지고 고양이는 남아서 책 위에 올라앉는다
--- 「고양이의 책」 중에서

여리고 느린 음악으로 무장하고 싶다
끝내 사라지지 않게

밤새도록 거미줄에 매달려

무심하게 소용돌이치는 평화
피부를 찢고 돋아난 것

허리춤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
견디고 견디며 태양은 붉어졌고 알은 익었지

나무는 서 있기로 한 건가 인간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으니까
어젯밤 기록한 문자를 나열한다 기념이 지워진 자리에 숫자가 남아 있다
--- 「삶의 어떤 기술」 중에서

있잖아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
파도에 쓸려 가는 마음
파도의 흰 거품이 밀려들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도 아닌데 나를 지배하는 마음
너무 잊고 싶은 마음에 계속 나타나는 사람
--- 「말이 안 되는 마음」 중에서

네가 빠져나간 빈방에서

구석으로 몰린
흔적 없는
네가 오길 기다리다가
나 없이

식탁에 앉아 오늘의 햇살을 누리고

밥을 먹고

같이 웃고

원하면 울었어

--- 「시간」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내가 너무 사랑했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언어의 세계

윤유나의 시에서는 꿈속을 거닐 듯 몽환적인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그 산발적인 이미지들 속에 애타게 그리운 마음이 일렁인다. 이는 단순히 보고 싶은 사물이나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이 아니라, 드넓은 상상력을 통해 실체가 없는 대상을 실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시인만의 “없음의 있음”(해설) 양상을 통해 환기되는 정서다. 예컨대 시인은 “형체 없는 마음에 모양을 주”(「결혼 없이 하지」)는가 하면, “가져본 적 없”(「약자」)는 아기의 안부를 물으며 무형의 대상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이제껏 본 적 없는 인물이 탄생”(「즐겁다」)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처럼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시적 상황들은 읽는 이의 상상을 끊임없이 자극함과 동시에 그리움의 정서를 아스라이 퍼뜨린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애달픈 마음 또한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이제는 없어진 것들은 아주 잊어버리려 하지만 “너무 잊고 싶은 마음”(「말이 안 되는 마음」)이 오히려 기억을 또렷이 되살려내는 역설을 마주한다. 이 과정에는 “있음-없음-사라짐”(해설)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인식의 단계가 존재하는데, 예컨대 “완전히 없는 것/없지”(「우유를 마셨어」)라는 문장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없음’ 상태에서 여전히 ‘있음’으로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드러낸다. “지나간 것들은 모두 목소리를 지녔”(「피를 뒤집어쓰다」)고 “사라진 상태로 나타날 수 있”(「말이 안 되는 마음」)다고 믿기에 시인은 ‘없음’의 상태를 어느 정도 실체를 지닌 것, 말하자면 “기억을 붙잡아두는 일종의 장소”(해설)로서 인식한다. 이렇듯 상실의 자리까지 돌보는 시인의 담담한 어조는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매 순간 겪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듯 다정하다.

한편 시인이 거니는 꿈속이 마냥 ‘꿈결’ 같지만은 않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한입에 집어삼키는 야만의 현실이 수시로 틈입한다. 이때 시인은 제 안의 잠재된 공격성을 솔직하게 내보인다. “너를 혐오할 것이고/긴 밤에 이르러 너를 저주할 것이고/너를 망하게 할 것”(「돼지 없는 동물원」)이라는 분노가 들끓다가도 “내가 전부 잘못했다고 이를 악물고”(「쑥 찜질」) 참아내는 것이다. 때때로 “너를 사랑해//죽여버릴 거야”(「걔가 말을 옮겼어」)와 같은 상반된 감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마음이 하는 거짓말”(「추측」)이라기보다 악몽 같은 현실 속에서 “내가 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결혼 없이 하지」)에 가깝다. 분노와 인내, 혐오와 사랑이 진동하듯 펼쳐지는데 이는 ‘직진하는’ 언어에서 한 걸음 도약해낸 시적 결실이자 누구에게나 공감으로 가닿을 마음속 폭풍이다. 누구나 “나한테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나”(「약자」)이기에.

시인은 이처럼 세계의 폭력 앞에서 그 누구보다 예민하고 솔직하다. “사람한테 달려들 때마다 내가 짐승 같고”(「결혼 없이 하지」),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더럽게 느껴진다”(시인의 말)고 속마음을 토로한다. “나를 사랑하는 일과 사랑하지 않는 일이 동시에 벌어”(「결혼 없이 하지」)지는 일상 속에서 무력감과 슬픔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과 관계할 수 있을까”(「즐겁다」) 묻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언어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언어/언어 없는 언어”(「고유감각」)로써 산재하는 폭력과 지저분한 내면을 “정화하는 일”(시인의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숱하게 사라지는 세상마저 끝끝내 살아지는 시인의 따뜻하고도 강인한 마음이 “인간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삶의 어떤 기술」)기 때문이다. “아무도 아프지 않게 하는 것”(「추측」), 다시 말해 “그냥 마냥 좋아하는 마음”(「그냥 바다」)으로 씩씩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시인이 마침내 터득한 ‘삶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더럽게 느껴진다
그럼 시를 읽어야지
사는 동안 정화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겠지
그랬으면

2025년 2월
윤유나

추천평

시집을 읽으며 윤유나 시인에 대해 생각하다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생김새를 먼저 떠올린다는 것입니다. 혹은 그 사람과 있었던 일화를 떠올리겠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저는 윤유나 시인을 생각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안다씨―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제일 먼저 들렸으며, 그다음으로 기묘한 대화가 따라왔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대체로 맥락에 맞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저는 그 점이 윤유나라는 사람을 잘 설명한다고 여겼습니다. 윤유나 시인은 규칙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그게 항상 부러웠습니다. 어쩌면 저는 같은 이유로 그의 시에 매료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시는 슬픔을 말하다 중단하고, 갑작스럽게 희망이 끼어들며, 고백하다가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는 마음을 헤집고 뒤흔들기 마련입니다. 마음의 어떤 기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인님, 우리 삶에도 어떤 기술이 있는 걸까요? 그것을 “인간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마음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요?

이 시집은 많은 사람에게 가닿아 작은 폭발이 되겠지요. 부디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과 “파도에 쓸려 가는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라겠습니다. - 양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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