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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시인×이명애 작가의 시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를 그려 주고 싶은 어른과,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아이. 수많은 새를 지나 마침내 도착한 것은 새가 머물 수 있는 작고 멋진 둥지였다. 곁에 두지 않아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아름답게 그린 시그림책.
2026.06.30.
유아 PD 송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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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상자 알아요. 이 상자에는 이미 양이 있어서
새랑 같이 있기 힘들 거 같아요” 화자인 어른은 스마트폰 검색창을 띄워 황새, 왜가리, 독수리 등 온갖 화려한 새들의 이미지를 들이밀어보기도 하고, 급기야 『어린 왕자』 속 조종사처럼 보이지 않는 양이 든 '상자'를 그려내며 어른만의 능청스러운 기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 상자에는 이미 양이 있어서 새와 같이 있기 힘들다”는 아이의 논리 정연한 거절 앞에서는 그만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날개가 큰 새, 부리가 날렵한 새, 종이비행기처럼 생긴 새 등 손이 아프도록 수많은 새를 그려보지만, 앵무새는 싫고 공작새는 징그럽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어린 친구 앞에 선 코믹한 어른의 모습이 줄곧 웃음을 유발한다. 이명애 작가는 이 빈틈없는 대화의 리듬을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포착한 연속 드로잉으로 생생하게 살렸다. 오전의 조용한 서점을 즐기러 일찍 움직인 화자에게 이 어린 친구의 요청은 웬 날벼락인가. 마치 바쁜 세상의 아침에서 둘만 다른 장소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서점 안 풍경 묘사와 인물 간의 눈빛, 둘 사이를 사뿐히 가볍게 날아다니는 비정형의 새 드로잉들이 그림책 한 권을 풍요롭게 채우고 있다. 곁에 두지 않고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 사랑에 관한 시그림책 이야기의 백미는 가장 멋진 새를 그려내는 데 실패한 어른이, 아이에게 펜을 건네며 ‘새가 사는 둥지’를 그려보자고 제안하는 순간에 있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억지로 형상화하는 대신, 그 존재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게 하는 이 발상의 전환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새가 없어도 새가 존재하는 듯한 무한한 상상의 공간, 아이가 신중하게 그려낸 그 작은 둥지는 결국 대상을 곁에 두지 않고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을 보여준다. 이 그림책은 우리 마음속에도 잊고 있던 ‘가장 멋진 새’가 쉬어 갈 작은 둥지 하나쯤 지어보고 싶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