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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안희연
제1부 내 작고 넓은 연못 안희연 시간 운송 연습 이루는 쪽 콕콕 시작 노트 임유영 한강이냐 장원영이냐 하은 마이 멜로디 시작 노트 김보나 심장 소리 박물관 나랑 기지개 켤 사람 드래곤 살리기 시작 노트 이제니 낚시 코끼리 소년 해바라기 환하게 시이나 링고와 미미핑크 월드 시작 노트 이기리 공이 맨날 나한테만 날아와 밥알을 굴려요 지난적나아가기 시작 노트 남현지 붙잡는 연습 길가의 집 거기서는 꼭 웃으면서 끝나 시작 노트 주민현 두바이 초콜릿 의외의 행운 돌을 쥔 마음 시작 노트 제2부 네겐 너의 비밀이 있겠지 권누리 지각하는 꿈 저주 연습 없는 자리 있는 자리 시작 노트 김상혁 알 것 같기는 해 시간 여행자 전생 같은 기억 시작 노트 고선경 파파야 기분 왠지 난 어른이 되면 운전을 잘할 것 같아 너는 내가 복잡하다 말했지만 시작 노트 마윤지 진짜 조금 초록 줄무늬 반팔 12월 29일 시작 노트 성동혁 암송 중환자실 평화 시작 노트 유선혜 날개를 말리는 시간 버저 비터 비어 있는 이름 시작 노트 윤은성 옐로 그린 하우스 또 내가 좋아하는 농담과 깃털과 수풀과 시작 노트 제3부 우리는 동시에 히히 웃는다 김복희 마음에 걸림 없는 시 가방이 너무 큰 시 깨끗한 시 시작 노트 김선오 희고 희게 흰 시작 노트 김은지 무슨 책 읽어? 표준시의 밤 산책 봉사 시작 노트 신이인 7학년 교실 생활 체육 졸업 시작 노트 심보선 시를 읽는 날 아포칼립스의 빈집들 몸을 위한 송가 시작 노트 황유원 삼십 년 전 나에게 쓰는 편지 발 닦고 잠이나 자라 크게 숨 한번 시작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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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엔, 그런 날엔,
터벅터벅의 우주복을 벗고 홀쭉해지는 그런 날엔, 매일매일, 매일매일, 기압도 온도도 맞지 않는 대기에 피부가 쓸려 아픈 그런 날엔, 높게만 느껴졌던 담장이 언제 이렇게 낮아졌지 키가 자란 만큼 나는 좋은 사람이 되었을까 무언가가 된다는 건 왜 이리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일일까 부스터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미래로 미래로 내가 나를 실어 나르느라 영혼의 호주머니가 불룩해지는 줄도 모르고 ---「안희연, 시간 운송 연습」중에서 어른들도 사랑받고 싶고 죽고 싶고 엉망진창이지만 농사를 짓고 싶다는 중학생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 준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서 거기서는 다들 웃을 때까지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 때문에 어두워질 때까지 다음을 넘기면서 나는 기필코 웃음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남현지, 거기서는 꼭 웃으면서 끝나」중에서 팔 흔들어 줄 눈사람도 눈오리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볼게 자다 깬 네가 ‘아, 다 왔네’ 아쉬워도 웃게 애플망고 리치 파파야 같은 달콤한 과일 잠시 잊고 약속한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 광장에 내가 먼저 가 있을게 ---「마윤지, 12월 29일」중에서 그리고 또다시 시를 읽자 그 모든 신비의 문양으로 그리움과 희망과 용기가 어느 봄날 노랑나비처럼 솟아 오르듯 이제 우리는 먼 풍경을 가리키지 않고도 먼 곳으로 떠날 수 있겠네 누구도 사랑한 적 없어도 우리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 사랑을 일깨우겠네 ---「심보선, 시를 읽는 날」중에서 모두가 이렇게 자신의 어둠을 밀며 가고 있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은 다가올 날들을 어떤 표정으로 맞이하고 있나요? 어쩌면 이 책은 미래의 당신이 보내온 편지일지도 몰라요. 현재의 당신을 도우려고. 두려운 마음이 차오를 때마다 다가올 날들을 향해 윙크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윙크, 참 좋지요. 한 번의 윙크가 백 마디 말을 대신해요. (중략) 윙크의 꽃말은 ‘괜찮아, 걱정 마, 흘러갈 거야.’였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책장을 넘길 시간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동안 당신 안에 서서히 용기가 차오르기를 바라요. ---「안희연, 다가올 날들에 윙크, 윙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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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래의 당신이 보내온 편지일지도 몰라요.”
한 시절을 통과한 스무 명의 시인이 건네는 다정한 인사 ‘시절 시집’ 첫 번째 권인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시’는 나와 맞지 않는 옷이라 여기며 살았던 시간에 파동을 일으키며 시심을 일깨웠고,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 호응에 힘입어 두 번째 시절 시집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가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번 시집은 고선경, 심보선, 안희연, 유선혜, 이제니 등 동시대 한국 시단을 이끄는 스무 명의 시인이 60편의 새로운 청소년시를 선보인다. 시인들은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나이와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의자”라고 말하며, “의자를 필요로 하는 누구라도 입장할 수 있”(안희연, 「여는 글」)는 시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각양각색의 청소년 시절을 탐색한 시와 함께, “어긋남을 견디고 미워하고 사랑하느라 늘 피곤했”(남현지, 「시작 노트」)던 시절을 돌아보며 창작의 배경과 전하고자 한 마음을 들려주는 ‘시작 노트’도 함께 수록했다. 이 짧은 에세이는 창작자와 독자를 잇는 징검다리이자, 시 초심자에게는 시 감상의 문을 여는 안내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 우리 안의 잠들어 있던 시심을 깨웠다면,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는 시가 어떻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넌지시 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고군분투의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나온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알지 그건 점 아니고 안으로 안으로만 열리는 작은 창문 내가 내가 되려고 뒤척인 시간 지나간 시간이 다가올 시간에게 전하는 윙크 윙크 -안희연, 「콕콕」 부분(18~19쪽) “여기까지 오길 잘한 것 같아.” 내일로 걸어가는 우리를 위한 형형색색의 응원 시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과거를 탐험하며, 그 속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해 낸다. 그 발견을 시로 옮겨,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불안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과 위로, 공감과 응원의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고요하지만 힘 있는 ‘윙크’로 표현된다. ‘윙크’는 “내면의 천진함과 낙천성, 유머를 꺼내 시간의 파도에 올라타는”(안희연, 「여는 글」) 마음가짐이자 삶의 태도이다. 여기에는 “양팔을 쭉/그다음 후우우-//까치발로 서 보자”(김보나, 「나랑 기지개 켤 사람」)며 손을 내미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혼자냐고/아무도 안 물어”(마윤지, 「진짜 조금」)보던 고립의 시간을 “농담을 모으면서 견”(윤은성, 「농담과 깃털과 수풀과」)디는 긍정의 태도도 있다. 더 나아가 “혼자 견디는 아픈 마음들 곁에서 기꺼이 함께 울어 주는”(이제니, 「낚시 코끼리 소년」) 연대의 목소리 또한 품고 있다. 이처럼 “소년의 분투를 응원”(심보선, 「시작 노트」)하며 과거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담아”(임유영, 「시작 노트」) 쓴 60편의 시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금’에 도착한 우리에게 격려의 도닥임과 나아갈 용기를 전한다. 다가올 시간을 향해 명랑하게 눈인사를 건네는 이 풍성한 시적 향연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과거의 우리가 해냈듯 내일의 세계를 마주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축축한 흙 안에 갇”(유선혜, 「날개를 말리는 시간」)혀 있던 과거의 나는 따스한 볕 아래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크게 숨 한번 내쉬”(황유원, 「발 닦고 잠이나 자라」)며 용기 또한 얻게 될 것이다. 이 시집이 독자 곁에서 각자의 시절을 건너는 든든한 동행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바닥엔 나뒹구는 오래된 약통이 있었고 그건 마음을 모아 둔 통 같았어 오래된 마음 병든 마음 병 주고 약 주는 마음 정든 마음 덧없는 마음 두려운 마음 간절한 마음 아직 모르는 마음이 많아서 우리는 더 높은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지 치치, 우리가 만든 새의 이름을 부르러 -주민현, 「돌을 쥔 마음」 부분(77~7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