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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월룽 •007 유선혜 -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게요 - 잘 아는 놀이 - 가정적 픽션 - 러브레터 - Abstract - 장르의 문제 - 진심으로 앵콜을 원하는 인간은 없다 •047 5문 5답 •0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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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네가 누군가를 구해주면 기분이 어떨까?" "뿌듯해." "맞아. 뿌듯해. 그런데 네가 살게 한 사람이 너를 못 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안 되지." "안 될 건 없어." "말도 안 돼."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는 법이야. 엄마는 내가 조금씩 아껴 먹고 있던 카스텔라를 통째로 빼앗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월룽」중에서 나는 잘 먹고 있던 카스텔라를 순식간에 빼앗긴 게 너무 서러웠던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엄마의 옷자락을 쥐고 늘어졌다. 그 바람에 카스텔라가 담겨 있던 접시가 엎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비참한 모양의 카스텔라를 보며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울어댔다. 그러자 엄마는 그 비참한 카스텔라를 손에 쥐고 단숨에 짓이겼다. ---「월룽」중에서 그런데 나는 그런 식의 말 따위는 전혀 바란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방식으로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랐다. 이 열망의 근원은 우리가 사이좋게 나눠 가진 것이다. 질이 좀 나쁘긴 하지만 그렇게 나눠 가진 무엇은 나름대로 나를 살게 했다. ---「월룽」중에서 처참한 카스텔라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었을 때, 수오는 그걸 '작은 폭력'이라고 불렀다. 폭력은 폭력인데 너무 작아서 대단한 영향을 미친 무엇으로 규정하기는 애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월룽」중에서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수오를 구하고 싶었다. 그건 나를 살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수오에게 느끼는 이 감정은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전히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수오를 사랑하라고 명령하지 않았으니까. ---「월룽」중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한 유서는 유서가 아니다 검사받기 위해 쓰는 일기는 일기가 될 수 없듯이 어떤 버섯은 개미의 근육을 조종한다 영양분을 빼앗고 전신을 장악하여 투신을 명령한다 그 버섯은 내 영혼과 동족이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게요」중에서 집-나무-사람 검사에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그림은 피검자가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신체가 변형된 사람은 폐쇄적인 성격과 고립감을 나타냅니다. ---「가정적 픽션」중에서 네가 옮기고 간 질병은 여기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몸속에서 꿈틀거리기도 하고 가끔 배를 발로 차기도 해 ---「러브레터」중에서 안타깝게도 나는 SF를 경멸했다. (…)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동시에 경멸할 권리가 있었다. ---「장르의 문제」중에서 그녀가 20년 전에 탄생시킨 그것이 이미 그녀를 추월했단 말인가? ---「진심으로 앵콜을 원하는 인간은 없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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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왔지만, 이제 나와 분리할 수 없는 마음
그런데 나는 그런 식의 말 따위는 전혀 바란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방식으로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랐다. 이 열망의 근원은 우리가 사이좋게 나눠 가진 것이다. 질이 좀 나쁘긴 하지만 그렇게 나눠 가진 무엇은 나름대로 나를 살게 했다. ―「월룽」 중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한 유서는 유서가 아니다 검사받기 위해 쓰는 일기는 일기가 될 수 없듯이 어떤 버섯은 개미의 근육을 조종한다 영양분을 빼앗고 전신을 장악하여 투신을 명령한다 그 버섯은 내 영혼과 동족이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게요」 중에서 예소연의 소설과 유선혜의 시는 바깥에서 들어온 것과 나 사이의 경계를 더듬는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들어온 것인지, 그 자리가 흐릿하다. 예소연의 소설 「월룽」의 주인공 영서는 심해의 광물을 캐는 연구원이다. 채굴량에 이상이 생긴 구역을 살피기 위해,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작은 캡슐을 만들어 심해로 내려가려 한다. 이 세계에는 '프롬프트 뇌 성형'이라는 시술이 있다. 직업과 가치관에 관한 프롬프트를 설계해 개인의 의식에 삽입하는 것으로, 특히 교육열 높은 동네에서 유행했다. 영서는 어릴 적 어머니의 뜻으로 이 시술을 받았다. 어머니가 아껴 먹던 카스텔라를 통째로 빼앗겨 서러웠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고, 어머니는 "네 꿈을 내가 대신 꿔준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서는 자신의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 열망의 근원을 어머니와 나눠 가졌다고, 질이 좀 나빠도 그것이 자신을 살게 했다고 되뇔 뿐이다. 유선혜의 시편에는 내 몸에 들어와 나를 바꾸는 것들이 등장한다. 열 살 때 몸속으로 들어와 키를 멈추게 한 버섯을 두고 화자는 "그 버섯은 내 영혼과 동족이다 / 나는 그것도 좋다"고 말하고, 엽록소 없는 선인장에게는 "네가 옮기고 간 질병은 여기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라고 적는다. 「장르의 문제」에서는 "SF가 싫다"고 하면서도 "안타깝게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경멸했다"고 고백한다. 침입한 것을 밀어내는 대신 제 안에 들이는, 그것을 동족이라 부르는 목소리다. 소설은 영서가 왜 자기 마음의 출처를 의심하게 되는지를 인물과 기억으로 쌓아 올리고, 시는 내 안에 든 것을 내 것으로 껴안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내 것과 바깥에서 온 것의 경계가 흐려지는 자리를, 소설은 이야기로 시는 감각으로 더듬는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