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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기획의 말

강우근 개미 한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
기차에서 잃어버린 것의 목록

강지이 요샌 커넬 샌더스 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김보나 111근짜리 깃털
김근종

김상희 두나
지구적인 면모

김진선 가업
로켓과 깃털

김혜연 복도
거울모드

남현지 햇
부풀어 오르던 것

박지일 조금도 어지럽지 않을 소풍
조금도 어지럽지 않은 소풍

신준영 관계의 미학
바디월드

여세실 너의 여자 아빠
아무 약속도 없는 내일

우은주 ASMR 1
ASMR 2

유선혜 유혹하는 글쓰기
트리거 워닝이 포함된 연극을 관람하기

유수연 깃털 같은 사람
개 같은 삶

이용훈 희곡지구
내 몸뚱아리 욱여넣고 달래볼까

이자켓 움
브로콜리 다리 아래

이하윤 빛이 만나는 자리에
단차

임유영 고해성사
여름밤

임주아 습설
시옷이 사라졌다

장혜령 침묵의 스도쿠


조성래 나주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조온윤 종이의 친구
빨강의 자리

주민현 붓과 날
이것을 녹차라 부르면

한여진 자수
연착

저자 소개 27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 시를 쓰면서 다양한 존재와 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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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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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나│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의 모험 만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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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202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부산에서 태어나 2024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와경계》가을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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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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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창원에서 출생했다.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립싱크 하이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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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태어나 202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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呂世實

1997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가 있다.

여세실의 다른 상품

강릉 출생. 2019년 《황해문화》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낮고 믿음직한 목소리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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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맥주와 만화책을 좋아한다.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모텔과 나방》 등이 있다. 책의 모서리를 툭 접어버리는 대충대충인 사람이지만 ‘가름끈’이 달린 책을 읽을 때는 어쩐지 아주 야무진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명왕성’에 관한 시를 쓰는 일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행성을 비유로 이해하는 시인. 이것은 의지로는 막을 수 없는 속수무책의 감각인지도 모른다. ‘미색’ 조명 아래에서 미색 노트에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하고 앞에 커다란 괄호가 필요한 의존명사
199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맥주와 만화책을 좋아한다.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모텔과 나방》 등이 있다.

책의 모서리를 툭 접어버리는 대충대충인 사람이지만 ‘가름끈’이 달린 책을 읽을 때는 어쩐지 아주 야무진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명왕성’에 관한 시를 쓰는 일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행성을 비유로 이해하는 시인. 이것은 의지로는 막을 수 없는 속수무책의 감각인지도 모른다. ‘미색’ 조명 아래에서 미색 노트에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하고 앞에 커다란 괄호가 필요한 의존명사 ‘것’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관념 속의 나방. 괜히 ‘빠삐용’이라 불러보고 싶은 생물은 매력적이지만 정작 방 안에 들어온 나방은 죽이고 싶다. 그런데 많은 것이 이렇지 않나?

유선혜의 다른 상품

1994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났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가 있다.

유수연의 다른 상품

李鎔勳

시인 겸 극작가. 2018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에 시 부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희곡 <오함마백씨행장완판본>, 시집 『근무일지』를 발표했다.

이용훈의 다른 상품

2019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2023, 문학과지성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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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23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오믈렛』이 있다.

임유영의 다른 상품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201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전주에서 책방 물결서사를 운영하고 있다.

임주아의 다른 상품

어린 시절, 책 그리고 영화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졸업 후 십 년간, 발표가 기약되지 않은 글을 썼다. 2011년 팟캐스트 ‘네시이십분 라디오’를 만들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가치 있는 책과 작가를 소개해왔다. 그러다가 소설 리뷰 웹진 ‘소설리스트’에서 소설을 리뷰하고, EBS [지식채널 e]에서 대본을 쓰게 되었다. 작가와 독자를 잇는 낭독회, ‘개와 고양이의 라디오 워크숍’ ‘지금 이곳에서 시작하는 글쓰기’와 같은 창작워크숍을 지속해왔다. 2017년, 문학동네
어린 시절, 책 그리고 영화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졸업 후 십 년간, 발표가 기약되지 않은 글을 썼다. 2011년 팟캐스트 ‘네시이십분 라디오’를 만들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가치 있는 책과 작가를 소개해왔다. 그러다가 소설 리뷰 웹진 ‘소설리스트’에서 소설을 리뷰하고, EBS [지식채널 e]에서 대본을 쓰게 되었다. 작가와 독자를 잇는 낭독회, ‘개와 고양이의 라디오 워크숍’ ‘지금 이곳에서 시작하는 글쓰기’와 같은 창작워크숍을 지속해왔다. 2017년, 문학동네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이듬해 사랑, 기억, 이미지를 테마로 홀로 써온 글들을 묶어 『사랑의 잔상들』, 이름 없는 민주화운동가였던 아버지와 가족의 삶에 대해 쓴 소설 『진주』, 그리고 시집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를 펴냈다. 앞으로도 특정 장르에 속하기보다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장혜령의 다른 상품

1992년 태어나 2022년 『문학사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천국어 사전』이 있다.

조성래의 다른 상품

曺溫潤

1993년 광주 출생이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햇볕 쬐기』가 있다. 문학동인 공통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온윤의 다른 상품

책을 좋아하고 꿈꾸는 건 더 좋아했다. 공상과 산책이 특기이자 취미이다. 세상은 읽어도 읽어도 계속 페이지가 새로 생기는 책 같은 기분, 세상과 나를 탐구하기를 즐긴다. 시의 다정함과 반짝거림이 좋아서 시인이 되었다. 2017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청소년시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등을 썼다.

주민현의 다른 상품

2019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가 있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여진의 다른 상품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편운문학상,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준의 다른 상품

문학평론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주요 평론으로 「사실, 역사, 그리고 시」 「살아 있는 역사와 좋은 시의 언어: 신동엽론」 「돌봄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 「되찾은 ‘님’의 시간」 등이 있음.

송종원의 다른 상품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당근밭 걷기』, 산문집으로 『단어의 집』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 하였다.

안희연의 다른 상품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시를 이용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한다. 시를 통해 타인과 깊게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매일 시를 쓰고 읽는다.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이란 잘 대화하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시를 이용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주 고민한다. 시를 통해 타인과 깊게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매일 시를 쓰고 읽는다.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이란 잘 대화하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가 있습니다. 산문집으로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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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64g | 125*200*20mm
ISBN13
9788936481599

책 속으로

햇생강이 나오면
집에서 말린 생강이 가득
도착한다

가진 생강이 줄어들지 않는다
뜨거운 차를 질릴 때까지 마셔도
생강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남현지 「햇」 부분

엄마와 엄마의 아버지는
한 지붕 아래서 살았던 시간이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시간보다 적었다는데

살면서 고칠 게 계속 생겼으니까
그대로 둘 순 없었으니까

누수를 머금은 채로 세워지는 마음을
균열을 안은 그대로 칠해지는 생활을

허무는 방법까지는 도면에 표시되지 않는다고 한다
-김진선 「가업」 부분

지구의 가장자리에 서서 생각한다 무엇인가 지나가고 있다 달라지고 있다 그 언니의 느린 인사와는 관계없는 서글플 만큼 어린 소녀가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지구적인 면모를 갖춘 소녀다 나를 보며 웃을 줄 아는 소녀다 그 뜀박질에는 능력이 없다 의식도 없다 그저 지나갈 뿐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인데
-김상희 「지구적인 면모」 부분

아, 인간이여!
(사실은 인물이여!)
덫에 걸려 다리가 찢어지고 피가 나도 처연한 청설모처럼 굴지 않을 인물, 절망 속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듯이 구는 인물, 당신과 닮았지만 당신이라고 확신하기엔 애매한 인물, 뇌에 전기 자극을 받는 실험 쥐처럼 슬픔을 시뮬레이션할
인물을
만들어보세요
극복과 고난과 극복과 고난과 극복과 고난 후에도
끝내 숨이 붙어 있을 인물을

완성했나요?
이제 이름을 정해보세요
(당신 이름 말고요)
-유선혜 「유혹하는 글쓰기」 부분

나란히 앉아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렸다
어떤 말이 없고 고요한
연한 초록빛의 액체를

시간이 몸을 통과해 흐르고 있다는 실감을
-주민현 「이것을 녹차라 부르면」 부분

추악도 학살도 세계의 모든 아름다움도
빨강으로 써둘게
맨눈으로 그걸 읽고 멀어버리든지
그래서
그 빛을 네 눈 속에 아주 간직하든지
-조온윤 「빨강의 자리」 부분

이들의 시는 부드럽고 따뜻한 위로만을 건네지 않습니다. 때로는 뾰족한 언어로 일상의 권태를 찌르고, 때로는 서늘한 블랙 코미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의 아이러니를 비틉니다. 하지만 그 매콤한 토로의 끝에는 묘하게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향긋함과, 낡은 감각을 일깨우는 전환적인 에너지가 남습니다. (…) 이제 막 돋아난 스물세가지 낯설고도 눈부신 감각이 당신의 일상에 기분 좋은 파장을 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알싸하고 다정한 문장들의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기획의 말」 부분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권으로 만나는 가장 생생한 새로움
스물세가지 감각이 일으키는 싱그러운 파장

『햇생강이 나오면』은 다채로운 감각으로 가득하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 버티며 일하는 몸, 병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 말없이 곁에 머무는 시간, 소멸하지 않으려는 빛까지. 시들은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삶의 여러 결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붙잡는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위로하거나 쉽게 아름다워지려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상한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 감각을 개성적이고 선명한 문장으로 다시 돌려준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그런 푹신한 행복”(강우근 「개미 한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처럼 조용하고 연약한 마음이 있는가 하면, “소풍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쌉니다”(강지이 「여기에서」)처럼 생활비와 출근과 지하철로 이루어진 오늘의 피로를 가볍고도 날카롭게 찌르는 농담도 있다. “어이, 근종/나다 김보나”(김보나 「김근종」)라고 자신의 아픈 몸을 서늘한 유머와 기묘한 상상력으로 통과하고, “누수를 머금은 채로 세워지는 마음”과 “균열을 안은 그대로 칠해지는 생활을”(김진선 「가업」) 통해 무너짐을 안은 채 계속 이어지는 삶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감각은 때로 차분하고 고요하게 번진다. “말이 없고 고요한/연한 초록빛의 액체”가 우러나기를 “나란히 앉아”(주민현 「이것을 녹차라 부르면」) 기다리는 장면은 말보다 깊은 친밀함의 시간을 열어 보이고, “다만 소멸하지 않고 그 빛과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한여진 「연착」)이라는 문장으로 사라지는 것들 곁에 오래 머무는 마음을 남긴다. 또한 “추악도 학살도 세계의 모든 아름다움도/빨강으로 써둘게”(조온윤 「빨강의 자리」)라는 강렬한 선언으로 세계의 상처와 아름다움을 하나의 색 안에 겹쳐놓는다.

이처럼 『햇생강이 나오면』은 새로운 감각과 선명한 문제의식, 유머와 서늘함,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한데 어우러진 동시대 문학의 생생한 표본이다. 누군가는 기후위기 이후의 폐허를 블랙코미디로 묘파하고, 누군가는 몸과 가족, 노동과 도시, 젠더와 언어, 기억과 소멸의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리듬으로 다시 쓴다. 스물세명의 시인이 열어 보이는 스물세가지의 각기 다른 감각은 한권 안에서 서로를 비추며 지금의 시가 세상을 바라보고 선 지점뿐 아니라, 앞으로 이 언어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처음 시를 읽는 독자에게도, 오래 시를 사랑해온 독자에게도
박준·송종원·안희연·황인찬이 건네는 다정한 시 읽기 안내서

이번 시집을 더욱 특별한 독서 경험으로 이끄는 가장 든든한 장치는 각 시인의 작품 뒤에 실린 엮은이들의 짧은 산문, ‘다음 독자에게’다. 이는 작품을 어렵게 해설하는 권위적인 평론이 아니다. 먼저 시를 읽고 마음을 빼앗긴 독자가 다음 독자에게 건네는 내밀한 초대장이자, 후배 시인들에게 띄우는 열렬한 팬레터에 가깝다.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에게는 어느 구절 앞에 멈춰 서면 좋을지 알려주는 다정한 길잡이가 되고, 이미 시를 즐겨 읽는 독자에게는 자신이 붙잡은 문장 옆에 또다른 독자의 마음을 겹쳐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실제로 ‘다음 독자에게’의 문장들은 시를 읽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열어준다. 가령 김상희의 시 뒤에 놓인 글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시인은 오히려 멀어지기로 결심합니다”라고 말하며 낯선 시적 장면 앞에서 한발 물러서는 일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임주아의 시를 두고는 “슬픈 이야기를 안 슬프게 하는 사람은 슬프다. 장황하게도 할 수 있었을 이야기를 천천히 조금만 하는 일은 곡진하다”라고 말한다. 독자는 이 문장을 지나며, 빠르게 읽어 내려갔던 시 속의 침묵과 절제, 말해지지 않은 감정의 무게를 다시 헤아리게 된다.

어떤 글들은 시가 붙잡고 있는 문제의식을 정확한 문장으로 밝혀준다. 장혜령의 시 뒤에 놓인 “문학이 가장 잘 발음하는 것은 ‘침묵의 소리’입니다”라는 문장은 시가 어떻게 국가 폭력과 여성의 신체, 말할 수 없었던 역사와 기억을 겹쳐 읽게 하는지 단숨에 보여준다. 이자켓의 시를 두고 “시는 울음이면서 울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대목 역시 그렇다. 혼자 흘리는 울음이 어떻게 텅 빈 실내와 사물들을 지나 다른 이에게 가닿는 울림이 되는지, 이 짧은 산문은 시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밝혀준다.

이처럼 ‘다음 독자에게’는 시의 의미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시와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시와 시 사이에 작은 다리를 놓는다. 시를 읽은 뒤 이 산문을 만나면 방금 지나온 장면들이 다시 밝아지고, 처음에는 놓쳤던 문장의 온도와 방향이 새롭게 감지된다. 그러므로 『햇생강이 나오면』은 새로운 시인들의 작품을 한데 묶은 앤솔러지인 동시에, 시를 어떻게 읽고 사랑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가장 친절하고 감각적인 안내서다.

밑줄 긋고, 모서리를 접고, 구절을 보내고 싶은 책
나만의 문장 수집장이자 가장 감각적인 문학으로의 초대장

『햇생강이 나오면』은 마음에 드는 문장에 기꺼이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페이지 모서리를 접고,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시집을 지향한다. 한권을 끝까지 읽는 일이 부담스럽던 독자라면 이 시집은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스물세명의 시인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열어젖힌 문장들 사이에서 독자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마음에 남는 이름을 따라 다음 독서로 기꺼이 건너갈 수 있다. 이미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지금 우리 시의 가장 생동하는 현장을 한권으로 만나는 즐거운 발견의 장이 되어줄 것이다. 한권의 앤솔러지를 넘어, 앞으로 펼쳐질 우리 시의 가능성을 미리 맛보게 하는 싱그러운 예고편인 셈이다.

새로운 계절의 입구에서 알싸하고 다정한 문장들의 숲이 우리를 기다린다. 한입 베어 문 순간 일상의 온도를 바꾸는 시, 오래 씹을수록 깊은 향을 남기는 시,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곧장 건네고 싶어지는 시. 『햇생강이 나오면』은 지금 우리 곁에 도착한 가장 신선하고 눈부신 이름이다.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한국문학의 다음 계절이 입안 가득 알싸하게 번지기 시작한다.

기획의 말

기존의 익숙한 서정을 과감히 부수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짓고 있는 이 시인들의 목소리야말로, 지금 우리 문단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햇생강이 아닐까요. 우리는 이 생생한 에너지가 모여 거대한 ‘내일의 숲’을 이룰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송종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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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션] 꽃다발 프로젝트 | 예스24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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