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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도슨트
「천사 선언문」 낭독 8 1부 색깔을 손에 잔뜩 쥔 채 색에 기억 매기기 12 나무 아래서는 익다만 생각들이 자꾸 떨어지곤 합니다 14 초록은 나의 폐곡색 15 천국에 남은 단 하나의 귤 17 안개, 오렌지 19 두루미 20 3월의 꿈 22 얼굴이 많기 때문에 24 방 26 안녕 28 고백은 지금을 견딜힘이 되어 주기에 30 노랑처럼 배려했고 옐로처럼 안부를 전해요 32 2부 기억의 드로잉을 시작해 모든 게 가치 있다는 우리만 아는 비밀을 즐기면서 36 대화의 도수 37 리듬이 만들어내는 길 39 눈의 여행 41 러브레터 44 생일 축하해 45 별에게 물어봐 46 쌉싸름한 계절엔 춤을 48 체리는 그녀의 첫사랑이다 50 White day 51 기억의 지속 53 인생 네 컷 54 둘의 준비 56 3부 오늘은 천사가 와준 날이거든 천사라는 온점 60 바다 62 Seeing eyes 63 거기에도 나는 있어요 65 인디고 페이스트리 67 천사 교육원 68 000000 70 눈을 감자 71 림보 72 거스름 삶 74 놀이처럼 웃었다 76 아가야 너는 창문이란다 77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79 에세이 우리가 그린 시(詩) 82 수록 작품 86 |
曺溫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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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 안에는 각자의 천사가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천사를 꺼
내주세요. 둘째, 시와 그림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시와 그림을 동의어로 생각 해주세요. 셋째, 당신만의 천사를 함께 그려내주세요. * 천사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아무도 답을 말할 수 없어요 그건 꽤나 근사한 일이에요 시가 무엇인지 그림이 무엇인지 물어 도 아무도 답을 모르는 것처럼요 눈앞에 없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다 보면 어느새 천사가 앞에 있어요 내 안으로 투명하게 엇갈리며 내 바깥으로 빛의 모양처럼 새어 나가며 “난 너를 만나기 위해서 밤마다 열 번도 넘게 눈물을 흘렸어” “난 네가 내 안에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백 번도 넘게 시를 썼어” 우리의 만남은 아주 오랜 약속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요 --- p.8 「천사 선언문」 중에서 희고 커다란 종이 불안이라는 연필로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연필 끝은 자꾸 흔들렸고 작은 천사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지 “사실 천사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아” 큰 목소리는 종이 위를 덮어버렸고 모두들 잊어버렸어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었는지도 케케묵은 종이를 꺼낸 건 어른이 된 지금 이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종이를 까만색 아크릴 물감으로 가장 큰 붓으로 물감이 마를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자리도 남겨두지 않고 지우개 자국뿐인 종이 위를 가득 검정의 물감으로 불안으로80 81 이제는 물감이 말라 끝부분이 동그랗게 말린 종이 위를 바라보고 있어 작은 붓 하나를 들어 팔레트 위에 있는 흰 물감 한 조각 붓 끝으로 톡 찍어 종이 위로 검정 위로 작은 점으로 하양으로 빛으로 다시,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 p.79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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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는 시와 그림이 한 자리에 머물며 서로의 호흡을 배워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동 창작의 기록이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언어의 가장 순수한 지점을 바라보던 저자가, 이번에는 시인들과 화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열어젖힌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작고 따뜻한 작업실에 모인 여섯 명의 창작자들은 ‘귤’, ‘시간’, ‘집’처럼 소박한 단어 하나를 두고 각자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선과 색으로 응답하며 만들어낸 이 장면들은 때로는 명확한 해답보다 서로의 감각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더 깊이 이어졌다. 이 책은 바로 그 흔들리고 반짝이는 순간들을 한 권의 리듬으로 묶어낸 결과물이다. 2년의 과정 동안 사람은 오고 갔고, 그 변화는 시의 주어를 바꾸고 그림의 결을 흔들며 책에 또 하나의 숨을 불어넣었다. 병현 시인의 긴 공백, 떠나간 이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은진의 시선까지?이 모든 이동은 결국 한 권의 시집이 품게 된 ‘시간의 표정’이 되었다. 이 책은 시집이면서 동시에 창작 공동체의 기록이며, 잊히지 않기를 바랐던 순간들의 아카이브다. 시를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시작의 용기를, 오래 써온 이에게는 언어의 첫 기원을 다시 불러오는 질문을 건넨다. “그래서, 당신에게 시는 무엇인가요?”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는 이 질문을 독자의 손에 조용히 쥐여주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