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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강우근 개미 한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기차에서 잃어버린 것의 목록강지이 요샌 커넬 샌더스 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여기에서김보나 111근짜리 깃털김근종김상희 두나지구적인 면모김진선 가업로켓과 깃털김혜연 복도거울모드남현지 햇부풀어 오르던 것박지일 조금도 어지럽지 않을 소풍조금도 어지럽지 않은 소풍신준영 관계의 미학바디월드여세실 너의 여자 아빠아무 약속도 없는 내일우은주 ASMR 1ASMR 2유선혜 유혹하는 글쓰기트리거 워닝이 포함된 연극을 관람하기유수연 깃털 같은 사람개 같은 삶이용훈 희곡지구내 몸뚱아리 욱여넣고 달래볼까이자켓 움브로콜리 다리 아래이하윤 빛이 만나는 자리에단차임유영 고해성사여름밤임주아 습설시옷이 사라졌다장혜령 침묵의 스도쿠밑조성래 나주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조온윤 종이의 친구빨강의 자리주민현 붓과 날이것을 녹차라 부르면한여진 자수연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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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만나는 가장 생생한 새로움 스물세가지 감각이 일으키는 싱그러운 파장 『햇생강이 나오면』은 다채로운 감각으로 가득하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 버티며 일하는 몸, 병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 말없이 곁에 머무는 시간, 소멸하지 않으려는 빛까지. 시들은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삶의 여러 결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붙잡는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위로하거나 쉽게 아름다워지려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상한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 감각을 개성적이고 선명한 문장으로 다시 돌려준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그런 푹신한 행복”(강우근 「개미 한마리를 실수로 밟을 뻔한 날」)처럼 조용하고 연약한 마음이 있는가 하면, “소풍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쌉니다”(강지이 「여기에서」)처럼 생활비와 출근과 지하철로 이루어진 오늘의 피로를 가볍고도 날카롭게 찌르는 농담도 있다. “어이, 근종/나다 김보나”(김보나 「김근종」)라고 자신의 아픈 몸을 서늘한 유머와 기묘한 상상력으로 통과하고, “누수를 머금은 채로 세워지는 마음”과 “균열을 안은 그대로 칠해지는 생활을”(김진선 「가업」) 통해 무너짐을 안은 채 계속 이어지는 삶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감각은 때로 차분하고 고요하게 번진다. “말이 없고 고요한/연한 초록빛의 액체”가 우러나기를 “나란히 앉아”(주민현 「이것을 녹차라 부르면」) 기다리는 장면은 말보다 깊은 친밀함의 시간을 열어 보이고, “다만 소멸하지 않고 그 빛과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한여진 「연착」)이라는 문장으로 사라지는 것들 곁에 오래 머무는 마음을 남긴다. 또한 “추악도 학살도 세계의 모든 아름다움도/빨강으로 써둘게”(조온윤 「빨강의 자리」)라는 강렬한 선언으로 세계의 상처와 아름다움을 하나의 색 안에 겹쳐놓는다. 이처럼 『햇생강이 나오면』은 새로운 감각과 선명한 문제의식, 유머와 서늘함,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한데 어우러진 동시대 문학의 생생한 표본이다. 누군가는 기후위기 이후의 폐허를 블랙코미디로 묘파하고, 누군가는 몸과 가족, 노동과 도시, 젠더와 언어, 기억과 소멸의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리듬으로 다시 쓴다. 스물세명의 시인이 열어 보이는 스물세가지의 각기 다른 감각은 한권 안에서 서로를 비추며 지금의 시가 세상을 바라보고 선 지점뿐 아니라, 앞으로 이 언어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처음 시를 읽는 독자에게도, 오래 시를 사랑해온 독자에게도 박준·송종원·안희연·황인찬이 건네는 다정한 시 읽기 안내서 이번 시집을 더욱 특별한 독서 경험으로 이끄는 가장 든든한 장치는 각 시인의 작품 뒤에 실린 엮은이들의 짧은 산문, ‘다음 독자에게’다. 이는 작품을 어렵게 해설하는 권위적인 평론이 아니다. 먼저 시를 읽고 마음을 빼앗긴 독자가 다음 독자에게 건네는 내밀한 초대장이자, 후배 시인들에게 띄우는 열렬한 팬레터에 가깝다.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에게는 어느 구절 앞에 멈춰 서면 좋을지 알려주는 다정한 길잡이가 되고, 이미 시를 즐겨 읽는 독자에게는 자신이 붙잡은 문장 옆에 또다른 독자의 마음을 겹쳐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실제로 ‘다음 독자에게’의 문장들은 시를 읽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열어준다. 가령 김상희의 시 뒤에 놓인 글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시인은 오히려 멀어지기로 결심합니다”라고 말하며 낯선 시적 장면 앞에서 한발 물러서는 일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임주아의 시를 두고는 “슬픈 이야기를 안 슬프게 하는 사람은 슬프다. 장황하게도 할 수 있었을 이야기를 천천히 조금만 하는 일은 곡진하다”라고 말한다. 독자는 이 문장을 지나며, 빠르게 읽어 내려갔던 시 속의 침묵과 절제, 말해지지 않은 감정의 무게를 다시 헤아리게 된다. 어떤 글들은 시가 붙잡고 있는 문제의식을 정확한 문장으로 밝혀준다. 장혜령의 시 뒤에 놓인 “문학이 가장 잘 발음하는 것은 ‘침묵의 소리’입니다”라는 문장은 시가 어떻게 국가 폭력과 여성의 신체, 말할 수 없었던 역사와 기억을 겹쳐 읽게 하는지 단숨에 보여준다. 이자켓의 시를 두고 “시는 울음이면서 울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대목 역시 그렇다. 혼자 흘리는 울음이 어떻게 텅 빈 실내와 사물들을 지나 다른 이에게 가닿는 울림이 되는지, 이 짧은 산문은 시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밝혀준다. 이처럼 ‘다음 독자에게’는 시의 의미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시와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시와 시 사이에 작은 다리를 놓는다. 시를 읽은 뒤 이 산문을 만나면 방금 지나온 장면들이 다시 밝아지고, 처음에는 놓쳤던 문장의 온도와 방향이 새롭게 감지된다. 그러므로 『햇생강이 나오면』은 새로운 시인들의 작품을 한데 묶은 앤솔러지인 동시에, 시를 어떻게 읽고 사랑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가장 친절하고 감각적인 안내서다. 밑줄 긋고, 모서리를 접고, 구절을 보내고 싶은 책 나만의 문장 수집장이자 가장 감각적인 문학으로의 초대장 『햇생강이 나오면』은 마음에 드는 문장에 기꺼이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페이지 모서리를 접고,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시집을 지향한다. 한권을 끝까지 읽는 일이 부담스럽던 독자라면 이 시집은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스물세명의 시인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열어젖힌 문장들 사이에서 독자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마음에 남는 이름을 따라 다음 독서로 기꺼이 건너갈 수 있다. 이미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지금 우리 시의 가장 생동하는 현장을 한권으로 만나는 즐거운 발견의 장이 되어줄 것이다. 한권의 앤솔러지를 넘어, 앞으로 펼쳐질 우리 시의 가능성을 미리 맛보게 하는 싱그러운 예고편인 셈이다.새로운 계절의 입구에서 알싸하고 다정한 문장들의 숲이 우리를 기다린다. 한입 베어 문 순간 일상의 온도를 바꾸는 시, 오래 씹을수록 깊은 향을 남기는 시,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곧장 건네고 싶어지는 시. 『햇생강이 나오면』은 지금 우리 곁에 도착한 가장 신선하고 눈부신 이름이다.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한국문학의 다음 계절이 입안 가득 알싸하게 번지기 시작한다.기획의 말기존의 익숙한 서정을 과감히 부수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짓고 있는 이 시인들의 목소리야말로, 지금 우리 문단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햇생강이 아닐까요. 우리는 이 생생한 에너지가 모여 거대한 ‘내일의 숲’을 이룰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송종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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