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사람에 의해 파괴된다. 한 사람이 쌓아 올린 단단한 세계가 없던 일이 된다.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파키스탄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소식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다. ‘가만히 객석에 앉아 있다. 적막이, 우리를 비껴간 총알처럼 날아간다.’
적막으로 가득 찬 이 시집은 거대한 질문집이다. 죽어가는 당신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넸는가. 나는 왜 아직 살아 당신의 죽음을 반복하는가. 이러한 일들을 평생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계속 질문할 수밖에. ‘두 번의 폭격 사이 고요’에 대해. 그리고 질문은 때로 하지 못한 말이 되기도 한다. 침묵이 옷 가방에, 외투 주머니에, 콧구멍에 담기고, 하늘 속 빛나는 무언가가 되고 그리고 가끔은 우리 대신 일어서기도 한다. 살아있는 우리는, 사랑과 폭력을 동시에 지닌 우리는 그러니 이 시집을 열고 침묵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