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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그믐 일월 산문 시작 다시 저녁에게 또다시 저녁에게 입춘 이월 산문 세상 끝 등대 4 장면 1박 2일 선물 - 수경 선배에게 봄의 혼잣말 - 처마 아래 풍경처럼 강변 삼월 산문. 봄의 스무고개 삼월의 편지 다시 회기 사월 산문 한계 이해라는 문 희극 사월의 답장 하나와 하나하나 원인과 결과 오월 산문 - 바둑이점 어떤 독해 다시 침묵에게 새 녘 혼자 밥을 먹는 일 헬카페 유월 산문 무렵 회차 여름 자리 장마를 기다리는 마음 저녁과 저녁밥 칠월 산문 멀리서, 나에게 정의 막국수 벗 팔월 산문 정원에게 어떤 셈법 다시 술에게 구월 산문 꿈과 땀 조언의 결 다시 행신 가을 우체국 앞에서 시월 산문 내가 품은 빛 노상 학원 가는 길 십일월 산문 - 종이 인형 기도에게 크게 들이쉬었다가는 이내 기침이 터져나오는 겨울밤의 찬 공기처럼 한참을 셈하다 십이월 산문 다시 노동에게 겨울 소리 쉼 쉼 쉼 우붓에서 우리는 냉온 이쪽과 저쪽 기다림 남쪽 번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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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신작 산문 시인이 불어넣은 언어의 숨결로 새로운 빛깔을 찾는 계절의 풍경들 ‘계절’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채 시간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계절 산문』 속의 시간들은 우리가 흔히 이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한 줄기 바람과 같은 하나의 흐름으로서 우리의 삶에 오롯이 스며든다. 「일월 산문」부터 「십이월 산문」까지 이어지는 글의 순서는 시간의 흐름을 착실히 따르면서도 자주 넘나든다. 칠월을 지나는 중에 봄의 일을 기억하고 겨울을 지나는 중에 가을의 깊은 산중을 살피기도 한다. 이는 현재를 담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제를 섬세하게 되짚고 미래를 다정하게 보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도 나란히 이어진다. 우리는 종종 어떤 순간을 앓고 나서 그리워하지만, 이 산문집의 글들은 추억과 기약에서 나아가 지금 보내고 있는 계절의, 내려오는 비와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책은 처음을 알리는 글 「문구」 속 ‘나무’ 이야기로 시작되어, 다음 글인 「그믐」에서부터 열린다. 나무는 시간을 온몸으로 견디며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우리가 문득 길가의 나무에서 새 눈이 돋고 푸른잎이 피어나며 이내 단풍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직감하듯 이 책 또한 그 자리에 오롯이 서서 독자를 맞이하고 새로운 계절로 안내한다. 시인이 한 해의 끝과 시작 사이에서 독자를 찾아온 이유 또한, 우리가 함께 책장을 열듯 한 해를 시작하자는 시인만의 새해 인사일 것이다. 산문집을 끝까지 읽고 나면 시인의 손짓을 따라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한 시절을 미리 다녀온 것 같기도 한, 배웅과 마중 사이 어디쯤 서 있는 기분이 된다. 모든 것이 이렇듯 지나가고 또 나아가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당신도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다시 기껍게 그믐으로 발길을 옮겨볼 수도 있겠다. 다시 한 시절이 찬란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