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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비로소 대화가 될 때
직접 고른 40여 편의 좋은 시와 함께 전하는 시인 황인찬의 일상 산문집. 시를 통해 나눌 수 있는 내밀한 대화와, 시를 읽는 크고 작은 마음을 건넨다. 저마다의 역사가 쌓인 삶 속에서 시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친절하게 말해주는 책.
2026.01.20.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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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아주 작게 말하기 당신에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8
1부 사람 마음의 일 잠들고, 전봉건 / 잠들 수 없는 밤이 온다면 14 네가 잠든 동안, 김이강 / 고요하게 잠든 사람 18 피로와 파도와, 이제니 /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말 24 단골, 조해주 / 우리의 안전거리 30 초월, 권누리 / 당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서 37 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하는가?, 김승일 / 선물은 마음보다는 크기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43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 유형진 / 사물의 감정 48 물기 머금 풍경 1 · 물기 머금 풍경 2, 박용래 /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53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천수호 / 지겨움과 사랑 59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 / 두려움을 끌어안고 66 페이크, 이진희 / 거짓 칭찬이어도 고래는 춤을 추니까 71 소소소小小小, 서윤후 / 작은 마음과 큰사람 되기 77 우리말 사전, 현택훈 / 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83 너는 순종을 가르쳐주고, 김현 / 사랑을 노래하는 일 87 달콤한 인생, 장승리 / 아무리 무서워도 94 우리가 왜 여기서?, 김소형 / 길을 물어보면 길을 알려주자 99 반반, 김경인 / 우리 삶도 반반으로 가를 수 있다면 105 공책, 이소연 / 자꾸 사기만 하는 공책들 속에서 111 출구는 이쪽입니다, 김선오 / 전시회의 긴 줄을 따라 117 빨랫대를 보고 말했지, 최현우 / 해지고 닳은 것들 사이에서 124 불가능한 질문, 양안다 /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데 130 강아지를 찾습니다, 이다희 /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아서 135 2부 우리 자신의 작은 역사 딸기, 김춘수 / 나만의 명작 144 세기말을 떠나온 신인류는 종말을 아꼈다, 고선경 / 지난 음악을 듣다가 150 영화관, 김상혁 / 영화의 결말을 생각하며 159 마음 한철, 박준 / 통영에서 우리는 165 다움, 오은 / 나다운 게 뭔데? 170 생각의자, 유계영 /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176 비누에 대하여, 이영광 / 이제는 비누를 쓰지 않지만 182 공원에 많은 긴 형태의 의자, 임승유 / 공원에서 만나요 188 야생동물보호구역, 이병일 / 동물의 삶 195 집 · 슬픈 사람들끼리, 이용악 쓸쓸한 저녁에는 쓸쓸한 사람들끼리 쓸쓸한 저녁을 나누고 201 미리 본 결말, 김누누 / 스포일러주의 208 유리창에의 매혹 김행숙 / 유리창에 차고 슬픈 것이 214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 유현아 /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219 스물, 윤석정 / 스물은 이제 아득하게 멀지만 225 시와 입술, 고명재 / 당신 입술에 묻은 시를 보며 231 여름, 민구 / 여름의 기억들 238 상추, 박소란 / 쌈 채소는 너무나 다양하고 245 두부 먹는 밤, 곽재구 / 두부는 희고 맛나서 251 노老시인의 이사, 정한아 / 저 책들을 다 짊어지고 어디까지 갈까 257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 봄날의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263 개인적인 비, 이혜미 / 비의 영역에서 268 그의 작은 개는 너무 작아서, 안희연 / 함께 사는 일에 대하여 274 수박의 꽃말은 큰마음, 황인찬 / 되풀이되는 기쁨 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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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시인이 이런 시를 써낸 것 또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었던 까닭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잠드는 평화로운 세계, 이런 세계를 꿈꾸는 사람은 역시 잠들지 못하는 사람, 불안을 느끼는 사람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시인은 이 시를 쓰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시인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를 읽는 우리는 안락한 잠에 빠져들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요새는 여러 이유로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잠들기 전에 전봉건의 이 시를 다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시가 그리는 하염없는 잠의 이미지와 함께 평화로운 잠에 들 수 있다면, 정말 세상 모든 괴로움을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 p.17 어떤 시인들은 그런 적당한 이해를 거부합니다. 시는 더 정확하게 말하고자 애쓰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때로 어떤 시는 마음에 대해 얼렁뚱땅 말하는 대신, 우리가 얼마나 이해받을 수 없는지,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말하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때로 그것은 고독의 형상을 그려내는 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결코 의미를 다 전할 수 없는 언어의 본질적 속성을 의식하며, 언어와 겨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 p.39 저는 이 시에서 그리는 자기 인식에 저 자신을 비춰보기도 했습니다. 이 좁고 작은 세계는 제가 그토록 작은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세계는 넓어질 수 있을까요. 여행을 많이 가면 될까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결코 아닐 겁니다. 여러분의 세계는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나 자신의 세계가 너무나 비좁다고 느껴질 때 어떻게 하시나요. 한 사람의 세계가 충분히 넓다고 말하려면 그건 어느 정도의 넓이여야 할까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꼭 모든 일에 정답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양안다 시인의 시처럼 불가능한 질문이면서 동시에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 우리 삶에는 넘쳐나니까요. --- p.134 이처럼 시인에게 집은 그저 편안한 공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저녁도 마음 편안한 시간은 아니었죠. 하지만 시인은 슬픈 사람이 자신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던 것 같죠. 외로운 모란 한 송이의 이미지, 그리고 슬픈 사람들끼리의 저녁 식사, 그런 것들로 우리는 살아갈 수도 있는 겁니다. 집에 대해서라면 아마 다들 얼마든지 할 말이 있겠지요. 우리에게 집은 또 무엇일까요. 돌아갈 집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을 갖게 되시나요. 시인이 그리는 저 고독한 얼굴을 그려보며, 잠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 p.207 이미 그 자체로 시인 것을 굳이 시로 옮긴 것은 민망한 일이지만, 어쩌겠어요. 너무 좋아서 굳이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걸요. 제가 굳이 수박의 꽃말로 시를 쓰고, 졸시를 또 소개해드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어린아이는 같은 것을 계속 보며 즐거워하죠. 똑같은 그림책을 수십 번 읽어도 즐겁고, 같은 장난을 몇 번이고 반복해도 까르륵 웃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매번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계속 피어나는 꽃을 보며, 매년 열리는 과일을 보며 기쁨과 반가움을 느끼는 것은 나이를 먹으며 일어나는 변화라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어쩌면 그것은 어린아이의 기쁨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매번 되풀이되는 그 순간들을 새삼스럽게 기뻐하니까 말이에요. --- pp.284-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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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마음을 나누는 큰마음
이번 책에서 황인찬 시인은 유독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대학 시절 자취하던 날의 추억부터 최근 이사하여 여러 식물을 집에 들인 사연까지 시인은 다정다감한 수다쟁이처럼 독자에게 속삭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타인에게 전달되는 데에는 시라는 징검다리가 필요합니다. 괜한 일을 생각하느라 잠 못 이루고, 지나버린 사랑을 떠올리며 새삼 안타까워하며, 내가 벌인 작고 옹졸한 여러 일을 떠올리는 건 모두 시를 읽음으로써 가능한 회상과 상상입니다. 그러고 시인은 묻습니다. 당신은 어떠한가요? 이러한 떠올림과 물어봄은 시를 읽는 마음 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랬는데, 당신은 어떠한지 묻고, 그 대답을 듣고 다음 말을 이어가는 것이죠. 어느 때보다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시대에, 시인은 시를 읽는 작은 마음을 무한정 나누고자 합니다. 그건 참 이상한 마음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상한 쪽으로 곧잘 마음을 쓰고는 합니다. 길치처럼, 시인처럼, 그냥 우리처럼. ■ 우리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 시인은 말합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저의 사정을 헤아리고 저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 사정들이 모이고 모여 자신만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SNS에서 함부로 전시될 수 없고, 빠짐없이 영상으로 남길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많은 사연은 기억의 저편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 자신에게 때때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황인찬 시인의 생각하는 시는 그 기억을 다시 이편으로 옮겨오는 역할을 합니다. 시는 그때 나를 미워했던 사람에게 그때 나를 용서할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삶의 복잡함과 어쩔 수 없음을 담백하게 받아들이게 하기도 합니다. 그 복잡함에 놓여 어쩔 수 없어 했던 자기 자신의 토닥이게 합니다. 이 일은 반복될 것입니다. 시인은 그더러 ‘사랑을 위한 되풀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지요. 이 책은 그 말에 대한 친절하기 그지없는 설명서가 될 것입니다. 시인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며 삶의 기쁨을 찾습니다. 매번 떠올리는 흑역사가 아닌, 기쁨과 사랑으로서의 역사가 시에는 분명히 있어요. 황인찬은 그걸 같이 찾아보자고,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이 이 대화에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할 만치 설레는 마음으로, 시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