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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어, 이거 사랑인데?
고명재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무궁화 _9 안미옥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_20 문경연 어, 이거 사랑인데? _26 진은영 늘 영혼이 머리끝까지 잠기잖아요 _35 한정원 잃을까봐 사랑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지독하게도 사랑인걸요 _40 고선경 분명 사랑이 칭얼대고 있었을 테니까요 _48 고선경 저는 어떤 명절을 보내고 있냐면요 _55 고명재 그애에게 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_62 황인찬 마주잡고 있던 손이 다른 손을 잃어버린다면 _72 한정원 당신이라면, 이별한 후에 뭘 먹을 건가요? _79 안희연 세상이 싫었던 날에 _85 황인찬 그 쓸쓸함의 순간에 잠시 서로의 손을 마주잡으며 온기를 나누는 일 _92 2부 · 울 일이 있는 당신에게 김민하 참으로 든든한 고독이었습니다 _103 김소연 거대한 바위 하나가 저에게 와 있습니다 _108 나희덕 통곡하기 좋은 곳 _113 백은선 슬픔의 대표 _122 안희연 울 일이 있는 당신에게 _129 안미옥 꽃과 눈과 호수와 새 _136 진은영 아름다움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_142 백은선 가장 듣고 싶은 말 _147 문경연 올가을 가장 최선을 다한 일이 나를 홀로 두지 않는 일이 되길 _156 박정민 이토록 내 편이라니 _162 김민하 저도 여러분의 계절에 있을게요 _167 이주영 나의 불면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 _174 민병훈 다른 무엇도 아닌 희망 _181 3부 ·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김민하 힘이 닿는 한 늦잠을 자야지! _191 김소연 오늘에서야 누리는 시의 풍요로움 _198 김소연 5월은 늘 잘살고 싶어집니다 _206 박정민 시의 도움을 받아, 잠시나마 겸손해집니다 _213 하현상 각자의 마음에 좋은 시 하나씩 품고 _220 김뜻돌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처럼 _226 안미옥 말에는 힘이 있다 _234 안희연 여기 이 보이지 않는 나뭇잎이 보이시나요? _241 예소연 미션—자연스럽게 말 걸기 _248 예소연 언제 어디서든 펼칠 수 있게 _253 이주영 Methionylalanylthreonylserylarginylglycylalanylserylarginy _259 나희덕 나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떤 곳일까 _267 백은선 시절 인연 _277 황인찬 저는 이 미묘한 동거가 정말 좋았습니다 _286 고선경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시작될 거예요 _293 우리가 사랑한 시집 _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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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읽을 당신의 순간을 상상합니다. 당신이 어디에서 편지를 읽고 있을지, 어떤 마음으로 읽고 있을지 그려봅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저의 오늘을, 여러분도 상상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마주앉아 있지는 않지만, 편지를 쓰고 읽는 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순간의 연결감을 저는 사랑합니다. 편지가 그리고 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p.20 「안미옥,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중에서 이 화자가 아이 앞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이상한 춤을 추는 동안 이상하고도 충만한 자유와 즐거움을 느꼈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의 경험이나 기억과 상관없이도 이 시는 저에게 알 수 없는 뭉클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경쾌함을 느끼게 합니다. ---p.54 「고선경, 분명 사랑이 칭얼대고 있었을 테니까요」 중에서 생각해보면 밑줄을 긋는 건 참 아름다운 행위예요. 나 아닌 존재에게 강렬한 ‘겹침’을 느낄 때 우리는 밑줄을 긋고는 하지요. 네 마음을 이해해. 나도 강아지가 좋아! 당신이 겪는 슬픔을 알 것 같다고. 그러니까 밑줄 긋기는 분명 물리적인 행위이지만 실상은 내면적인 포옹이 아닐까요. 한 인간의 내밀한 이야기 앞에서 펜을 들고 기어이 마음을 포개는 것. 그래서 저는 손잡는 것만큼이나 밑줄 긋는 것을 좋아해요. ---pp.62-63 「고명재, 그애에게 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중에서 ‘생각하기’는 필요한 형태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무용, 음악, 미술, 문학, 과학, 모두가 다 어떠한 생각에서부터 출발해서 펼쳐진 작품이라고 믿어요.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인간은 참 작은 존재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우주는 어쩜 그리 끝이 없을까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편지도 몇억 광년 떨어진 자리에서 어떤 우주의 마음에 닿고 있을까요? 지금 당장은 미래의 어디에 있을까요. 혹은 과거에 어디에 있었을까요. 모르긴 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늦잠으로부터 시작한 저의 이 모호하기도 복잡하기도 한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가닿았으면 합니다. ---p.196 「김민하, 힘이 닿는 한 늦잠을 자야지!」 중에서 이런 시를 읽으면, 주위를 못 보고 달리는 경주마의 눈가리개를 잠깐 빼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내가 지금 붙들고 있는 고민들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해줍니다. 내가 어젯밤에 너무 갖고 싶었던 기타들도 결국엔 내가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없는 잠깐 빌린 것이다, 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저를 위로해줍니다. ---p.224 「하현상, 각자의 마음에 좋은 시 하나씩 품고」 중에서 시를 자주 읽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찔리는 마음으로 좋은 시가 뭔지 생각해보았어요. 분명한 건 좋은 시를 읽을 땐 방금 읽었던 그 시를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된다는 것이에요. 저는 와인맛을 전혀 모르지만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혓바닥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칠레를 굴려보는 것을 좋아해요. 막상 와인 병에 쓰여 있는 원산지는 전혀 다른 곳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말이에요. 그런 저도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시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227 「김뜻돌,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처럼」 중에서 “시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호프만의 문장에 시인처럼 저 또한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그러다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이라는 시인의 담담한 문장에도 저는 머무르게 됩니다. 과학도, 시도, 예술도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깨닫습니다. ---p. 265「이주영, Methionylalanylthreonylserylarginylglycylalanylserylarginy」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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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이 교차하는 순간, 그 반짝임을 담아 건네는 러브레터
빛이 있더라도, 빛 같은 아이가 있더라도, 무관하게 아픔이 오지만요. 그래서 안도합니다. 계속 아프다는 건 계속 살아간다는 뜻이어서일까요. 없던 귤이 빛이 되고, 빛나는 심장이 되고, 심장이 귤이 되도록 만드는 사랑이 있네요. 평생을 두고 사랑할, 시가 될, 그 하나가 있네요. _한정원, 「잃을까봐 사랑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지독하게도 사랑인걸요」에서 『우리는 시를 사랑해』는 총 3부 구성으로, ‘사랑’ ‘슬픔’ ‘삶’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나누어 묶었다. 먼저 1부 ‘어, 이거 사랑인데?’는 다양한 사랑을 노래하는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사랑’이라 하면 떠올리기 쉬운 연인 간의 사랑부터, 부모, 조카, 스스로를 향한 사랑까지 포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이 깨어진 뒤에 홀로 곱씹는 이별이나 죽음 등 우리가 사랑으로 겪어낼 수 있는 무수한 마음과 감정이 곳곳에 녹아 있다. 혼자서는 힘이 들고, 함께하면 조금은 나아갈 수 있게 되지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을 기억하고, “이제 그만 돌아오렴” 하고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말하면, 가능할 것만 같아서. 그 마음으로 또 오래도록 기억을 나누려고. _안미옥, 「꽃과 눈과 호수와 새」에서 2부 ‘울 일이 있는 당신에게’에는 슬픔과 위로의 목소리가 담겼다. 진솔한 목소리로 자신이 겪어낸 슬픔과 고통을 시와 함께 풀어내는 편지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슬픔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담아낸 안미옥의 글 「꽃과 눈과 호수와 새」는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은 사회적 슬픔을 함께 통과해보자는 조심스러운 손길과 같다.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슬픔의 늪에 관하여, 벗어나려 애쓰는 발버둥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에 닿아보려는 떨리는 시행착오에 관하여. 각 필진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시와 공명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사실 전 이 시를 읽자마자, 남몰래 치열한 그 고요의 세상을 독자분들께 언급하고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저의 과거와 그 모든 말과 행동이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상기되더군요. 멍하니 생각할수록, 수많은 메모를 덧붙일수록 시는 되레 제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 거짓 없이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꺼풀 벗겨져 초라해진 내 모습을 마주합니다. _박정민, 「시의 도움을 받아, 잠시나마 겸손해집니다」에서 마지막으로 3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필진들의 소박한 일상과 함께 우리 삶 보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확신은 어떻게 생기는지, ‘생각’이란 무엇인지, 주변과 생활을 정리하는 방법 등 삶에서 맞닥뜨리는 다채로운 질문들과 저마다의 답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광장과 시위, AI 등 최근의 이슈에 관한 글은 우리로 하여금 시와 현실의 관계를 곰곰 생각하게 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부록으로 삽입된 ‘우리가 사랑한 시집’은 지금까지 출간된 문학동네시인선의 목록과 『우리는 시를 사랑해』에 언급된 시집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정리했다. 이번 앤솔러지가 문학동네시인선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겐 산뜻한 첫인사로, 시인선을 오래 사랑해온 독자에겐 반가운 재발견으로 다가가길 소망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시를 사랑해』가 ‘시’ 앞에 놓인 장벽을 낮추며, 우리의 일상 곳곳에 시가 녹아 있다는 선명한 실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