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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함』 예소연 작가의 신작
최연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예소연의 신작 소설집.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타인에 관한 애증, 그리고 희미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연대와 결속에 관해 써냈다. 예소연이 건네는, 가장 작지만 절실한 온기 같은 이야기.
2026.03.27.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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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뺨에 더운 손
작은 벌 너의 나쁜 무리 소란한 속삭임 아무 사이 통신광장 뜰의 미래 발문_토성에서 살아남는 법_박혜진(문학평론가) 추천의 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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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함께 볼 수 있는 게 마임이야. 내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믿음을 통해서.
--- 「추운 뺨에 더운 손」 중에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은근히 미워했다. 나로 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조금씩 미워했고, 그건 지독하고 우스운 일이었다. --- 「추운 뺨에 더운 손」 중에서 정말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들었군요. --- 「작은 벌」 중에서 그들은 결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이중일은 속으로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그들은 선한 사람들이며 자신에게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작은 벌」 중에서 내가 여사와 우리가 되기 위해 애썼던 시절들을 떠올리고 있자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되기 위해 서로를 받아들이려 노력했고 그게 잘되지 않으면 그건 나의 문제라고 여겼던 것 같다. --- 「너의 나쁜 무리」 중에서 나는 여사처럼 살 거다. 아주 많은 사람에게 마음 주고 몸 주고 절절매며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갈 테다. --- 「너의 나쁜 무리」 중에서 자신의 아픔을 부정하는 사람만큼 아픈 사람이 없다는 걸 모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제야 모아는 시내와 수자, 자신 모두 마음 깊숙이 어디 한군데가 단단히 틀어진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 「소란한 속삭임」 중에서 어떤 때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느 바다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수자 씨는 자처해서 바다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서. --- 「소란한 속삭임」 중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늘어났는데, 나는 그 책임지는 일이 항상 무서웠다. 그래서 입사와 퇴사를 그렇게나 반복했는지도 모른다. --- 「아무 사이」 중에서 어지간한 일들은 참고 견뎠고 애써 모른 척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완전히 잊히진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한편에 켜켜이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일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 「아무 사이」 중에서 내가 안락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은 더 이상 사람들이 안락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들임을 실감했다. --- 「통신광장」 중에서 그를 전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같은 세상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다행인 걸까. --- 「통신광장」 중에서 친구가 그러더라. 징그럽다고. 나는 오히려 묻고 싶었어. 도대체 징그럽지 않은 사랑이 있기나 한 거냐고. 있다면 그건 어째서 징그럽지 않은 건데? --- 「뜰의 미래」 중에서 지름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죽게 된다면 그것을 애써서 받아들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서. 나의 방식대로 나를 물림할 것이다. --- 「뜰의 미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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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그런가 봐. 깊은 관계가 너무 간절해” 멀어지려 할수록 되려 이끌리는 관계의 딜레마 《너의 나쁜 무리》 속 인물들은 저마다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리며 종내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추운 뺨에 더운 손〉은 걸핏하면 지인들의 돈과 패물을 훔치는 엄마를 둔 ‘선이’가 어릴 적 동네 친구 ‘기문’과 조우하는 이야기다. 둘은 사라진 금두꺼비의 행방을 논하기 위해 만났으나 그와 상관없이 관계를 복원하는 데 애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믿는 “마임”을 함께함으로써 변함없는 애정과 의지를 서로 확인한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믿는 일이란 무시로 의심받고 흔들리기 마련이어서 둘 사이의 균열은 결코 메워질 수 없으리라는 점 또한 작가는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표제작 〈너의 나쁜 무리〉는 사랑에 있어 자유분방한 ‘여사’의 손에 자란 ‘유선’의 연애담이자 성장 서사이다. 버림받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는 여사는 번번이 사소한 일로 애인을 갈아치운다. 그러면서 손녀인 유선에게 “너는 그러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르친다. 여사처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을 원하는 유선은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되라는 훈육에 불만과 분열을 경험한다. 애정에서 비롯된 걱정과 우려가 실은 사랑하는 이를 밀쳐내는 일이 되고 만다는 것을,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생긴 상처가 둘 사이를 잇는 끈질기고도 애틋한 매개가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너의 나쁜 무리》는 친밀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차마 끊어내지 못하는, 멀어지려 할수록 되려 이끌리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깊이 탐구한다. “최소한으로라도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으로 노력해야 하는 거야” 끝끝내 무리 짓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안간힘, 그 사랑을 위하여 예소연의 인물들이 지닌 또 다른 특성은 자조와 비관이다. 그들은 보통의 삶을 갈망하지만 결코 그것을 얻지 못하리라는 염세에 사로잡혀 있다. 그럼에도 타자를 위해 손 내밀기를, 누군가를 한 번 더 믿어보기를 기꺼이 결심한다. 〈아무 사이〉는 시터로서 극진하게 할머니들을 돌보는 ‘희지’의 이야기다. “고되다 못해 서러운 노동”이라 불리는 시터 일에 희지가 유독 매진하는 이유는 그 전까지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가슴 한편에 쌓인 부정적 감정 때문이다. 스스로가“아주 나약하고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희지는 눈앞의 할머니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한다. 할머니들이 자신을 그저 “일하는 아줌마”로 취급하며 못되게 굴어도, 보호자로부터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요.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라는 면박을 들어도 희지는 자신의 소박한 생활과 고양이 영주를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최소한의 것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한다. 타인을 돕는 행위가 곧 자신을 돌보는 활동이나 마찬가지임을, 우리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것뿐임을 아는 듯이 말이다. 〈작은 벌〉은 죽음을 앞두고 병원을 탈주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구급차를 모는 ‘이중일’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중일은 호송하던 이들이 생에 대한 의욕과 집착을 강하게 드러내는 모습에 새삼 스스로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이 사는 동안 한 번도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으며 “이토록 허무하게 살아내는 삶”에 적응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이중일은 구급차를 빼앗아 도망치려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일종의 답례처럼 구급차를 내어주기에 이른다. 자신을 두고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기이한 보람마저 느끼며 비로소 “완벽하게 그들의 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환자의 탈출에 연루되고 급기야 공범이 됨으로써 난생처음 타자가 아닌 스스로를 구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란한 속삭임〉은 비밀 아닌 비밀을 속삭이는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어디를 가도 붐비고 소음 넘치는 생활로 “어디 한군데가 단단히 틀어진” 인물들이 “여긴 다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어요” 하면서 도리어 안심하고 결집하는 과정을 다룬다. 목소리를 낮추며 가만가만 말을 건네는 속삭임이라는 형식이 낯선 이들 간에 내밀한 공명을 이뤄내는 장면은 그 자체로 현 사회에 대한 낙관적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발문’을 쓴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너의 나쁜 무리》 속 인물들이 “외로움과 단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도시의 삶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우리가 일견 “소박해 보이기도 하고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그들의 시도를 지지하는 건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임을 짚어낸다. 성긴 관계와 느슨한 연결 속에서도 끊임없이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나날이 개별화되고 결렬되는 세계에서 예소연의 인물들은 끝끝내 무리 짓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처받고 외로이 남겨질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닿고자 하는 안간힘을 멈추지 않으며 생의 귀중한 가치를 기어코 회복해낸다. 이동진 평론가는 예소연의 최근작들이 “작가의 문학적 현재와 개인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함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통해 “개인의 문제가 곧 사회적, 국가적 맥락 속에 위치”함을 선명히 드러내는 순간들에 감동받았다고 밝힌다. 이렇듯 시대를 대변하면서도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는 흔치 않을 것이다. 문단의 대세로 떠오른 젊은 작가 예소연이 앞으로 써 나갈 시대-세대적 징후로서의 소설들이 한층 더 기대된다. 작가의 말 저는 늘 흘러가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결국 이야기는 어딘가에 맺혀 있습니다. 그럼에도 흘러가려는 마음으로 쓰는 일에 온 정신을 다하려고 합니다.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 지점에 다다르려 애쓰는 일이 인간의 유일한 쓰임인 것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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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은 엉뚱한 야심가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작가가 웃기는 데 진심임을 느낄 수 있다. 잘 웃기기 위해 궁리하고 있다는 것을. 냉소도 실소도 아닌, 그야말로 진짜 웃음을 위하여. 그건 사실 불완전하고 결함투성이인 사람들, 온전히 포용할 수도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이들이 함께 얼떨결에 피워 올리는 기적의 신호 같은 것이다. -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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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는 다사다난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끝내 서로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연대기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거나 구원하는 대신 그저 함께 흔들리기를 선택한다. 그 치열한 동요의 기록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기어이 깊은 자국을 남기고야 만다. - 박상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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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대를 정조준하는 작가를 사실은 전쟁 같은 세상에서 믿을 만한 무기 하나를 가진 것 같은 든든함을 준다. 나에게는 예소연이 그런 무기인 것이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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