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라의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손아귀에 잔뜩 힘을 준 채 긴장한 나를 발견한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계급과 취향, 세대, 젠더의 층위 안에서 인물들의 관계는 멀어지고 어그러졌다가 다시 합쳐지길 반복한다. 현란하게 묘사되는 아비투스 속에 테니스공을 주고받듯 태연하게 던지는 대사들은 그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흐르다가도 재빠르게 상대를 강타하는데, 나는 강보라가 직조하는 이런 대화에 몹시 매료되었다. 한편 그의 소설은 중심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각자의 영역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중심은 사회적 지위나 정체성일 수도 있고 정치적 견해일 수도 있으며 삶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강보라의 인물이 크고 작은 수치를 내보이며 열심히 분투하는 걸 내내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