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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유선혜
문학과지성사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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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85위 시/희곡 top20 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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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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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젊은 시인이 말하는 사랑과 멸종 / ‘망해버린 꿈들을 죄다 옮겨 적는 사람’이 시인이 된다면, 이런 시를 쓰는 걸까? 누구나 숨기는 구멍을 드러내고, 크게 보여주는 시인의 첫 시부터 멸종한 공룡, 멸종위기에 처한 비인간들을 노래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과 타인의 구멍을 시로 형상화하는, 기어이 읽을 수밖에 없는 시집. - 소설/시 PD 김유리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괄호가 사랑하는 구멍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흑백 방의 메리 | 하얀 방 | 혼자 있는 사람 | Nirvana | 마주 보지 않고 | 사이비 리듬 | 물어뜯기 | 영으로 갈 때 | 반납 예정일 | 제2외국어 | 그게 우리의 임무지

2부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 뼈의 음악 | 어떤 마음을 가진 공룡이 | 지질시대 | 징그럽게 웃는 연습 | 마녀와 로봇의 사랑 | 원룸에서 추는 춤 | 잡종의 별자리 | 멸종의 댄스 | 아쿠아리움 | 영생의 굴 | 까마귀의 역설

3부

빈맥 | 아빠가 빠진 자리 | 일란성 슬픔 쌍둥이 슬픔 | 우리의 아이는 혼자서 낳고 싶다 | 우리는 못 말려 | 왜냐하면 그 상자는 비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청춘 리스트 | Principle of Sufficient Reason | 밤무대 | 어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평 | 줌바 버전 | 집단 상담 | 너는 대숲에 왔다 | 폭탄이 불량이 아니라는 사실은

4부

비어 있는 방 | 충돌에 관한 사고실험 | 악의 문제 | 구멍의 존재론

해설

‘철학적으로 청소된’ 영혼의 문장들 · 조연정

저자 소개1

시인. 199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현대문학》 시 부문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가 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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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70쪽 | 242g | 128*205*10mm
ISBN13
9788932043272

책 속으로

너는 록스타가 될 수 없어

작은 공연장에서 열린 록밴드의 공연을 보며 너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 지나치게 큰 소리는 귀가 아닌 발로 듣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타리스트가 허리를 젖히고 미간을 찡긋거릴 때마다 어쩐지 위장이 뒤집히는 느낌이었고

발끝으로
둥둥거리는
소리가
심장으로 옮겨 와

누군가 네 심장을 주물럭거리는 느낌이었지 씻지 않은 손으로 심장을 주물거리는 그것의 존재를 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식은땀이 났고 그들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지 않았어

너에게 어울리는 장소는 차라리 동굴이었다

[……]

너는 어둠을 견뎌야 했지 부드러운 손아귀를 견뎌야 했지 그토록 태워버리고 싶던 이 세상에서 모든 빛이 꺼질 때까지 불 지르고 싶던 네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아무도 듣지 못하는 파동을 연주하며
견뎌야 했지
석탑에 갇혀 있는 불경의
서러움과
아득함으로
---「Nirvana」중에서

죄를 지은 공룡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그런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박물관의 입구에는 오래된 공룡 뼈가 목을 빼고 서 있다
나는 거대한 얼굴 앞에서 잠시 멈추고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얼굴이지만
결국에는 아무도 삶 이전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래, 내가 다시 태어난다는
그런 이상한 이야기가 있다

[……]

도대체
그런 이상한 되풀이가 있다
괴상하고 커다란 얼굴이 있다

공룡의 긴 이름이 적힌 팸플릿으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우리는 쉽게 잘못을 지운다
비행기가 꼬리의 곡선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떤 마음을 가진 공룡이」중에서

쓰러진 전신 거울은 곧바로 뒤집어 봐서는 안 된다
어두운 바닥이 익숙해질 시간을 줘야 하니까

어지러운 거울 밑으로 도마뱀이 숨어 들어간다
다음 날 거울을 일으켜 보면
박살 난 세상을 똑바로 보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조각조각 비친 방의 야경을
다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광경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어 나오는 도마뱀

[……]

거울의 꿈은 끊어진 흔적 없이 도마뱀의 꼬리를 비추는 것
흘러내리는 도마뱀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날이 오면 거울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듯이 재활용 쓰레기장으로 간다
징그럽게 웃는 얼굴로

도마뱀은
녹아서
피로 다시 태어나겠지

그런 온도를 꿈꿨으니

연습하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는다
---「징그럽게 웃는 연습」중에서

밤마다 문을 잠그고 만든 사제 폭탄
재료는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날파리의 사체와 머리카락, 자조, 찌그러진 트럭의 가스통을 훔쳐 만든 뇌관. 약간의 멜랑콜리, 증오

혹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들은 목소리의 기억

[……]

터지느냐, 마느냐,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
폭탄이 불량이 아니라는 사실은 폭발로만 증명될 수 있으니까
언제 터져버릴지 가늠할 수 없는 파멸과
어디로 날아가 박힐지 모르는 파편의 가능성
초록 박스 테이프로 밀봉한 정체불명의 택배에 왼손으로 적은 익숙한 주소

폭탄이 담긴 박스는 오늘 밤 그들에게 간다
그건 누가 봐도 수상하다
그러니까
열어보지 말라고
절대 꺼내지도 말라고
---「폭탄이 불량이 아니라는 사실은」중에서

영혼에는
불가능한 것들이 머문다
둥근 삼각형, 뜨다 만 곰 인형, 혹은 추리소설 속 괴도 뤼팽

당신이 네모라고 부르면 원이 되고
직선이라고 부르면 점이 되는 방에

당신은 영혼을 임대하고
어느새 침실이 생기고 춥다고 말하면 보일러가 켜지고 샤워를 하면 온수가 나오고 만두를 사 오면 전자레인지가 나타나는
당신이 켠 구석의 스탠드에서 잠시 낮은 채도가 번진다

[……]

임대는 끝의 개념을 내포한다
당신은 온통 짐을 빼고
다시 영혼은 비어 있는 방
그 옆에는 펄럭이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비어 있는 방」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주는 팽창하고 모든 점은 멀어진다고 해도
다가가는 찰나가 있어”
잡종의 별자리와 기울어진 행성이
증명을 거스르며 날아와 지구에 건네는 믿음

타당하지 않다고 해도
증명할 수 없다고 해도
믿게 되는 구절들이 있어
전제와 결론의 나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번짐이 있어

[……]

내면이 멸종한 행성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대한 외로움이 있어

어제 우리가 나눈 대화
당신이 나에게 몸짓으로 전한 인사와 내가 침묵으로 대답한 질문 침묵을 이해하는 눈빛과 독특한 말의 리듬
이 모든 게 거짓인 행성을 상상할 수 있니?
―「충돌에 관한 사고실험」 부분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다가와 “지구에 새로운 멸종을 가져”(「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오기 전 운석의 원래 모습은 너른 우주를 떠다니는 유성체이다. “쓸모없는 것들만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는 나와/자꾸만 절뚝이는 반쪽짜리 나를 사랑하는 네가/섞여 들어”간 모습으로 “허무하게 반짝이는”(「잡종의 별자리」) 별의 조각과 “한 대 맞아 찌그러져/기울어진 궤도를 가진” 채 “불규칙한 박자에 맞춰/끔찍하고 괴상한 주기로 회전하는”(「사이비 리듬」)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뭉쳐진, 이상하고 아름다운 덩어리.

우주 저편을 부유하던 유성체가 머나먼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뛰어드는 까닭은 “우리의 몸과 몸이 만날 때/오로지 물질로 구성된 육체들이 부딪힐 때/함께 충돌”해야만 “만들” 수 있는 무엇의 존재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내면과 의미가 사라진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증명하려 하는 시대를 들이받음으로써 감히 그 “증명을 거스르”기 위해, 반인반수의 별자리와 어긋난 리듬의 행성은 기꺼이 운석이 되어 지구와 부딪으며 “우리를 입자의 덩어리가 아니게 하는/입술로 흘러나온 파동 너머의 그것을”(「충돌에 관한 사고실험」) 창조한다. 단단한 믿음을 안고 지구로 날아드는 이 별똥돌의 충돌은 다분히 의도적이므로, 그것이 그리는 궤적은 “하늘에서” 추락의 포물선이 아니라 “댄스처럼 보일”(「멸종의 댄스」)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영혼에도 구멍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존재의 구멍
그 실체를 찬찬히 감각하는 생의 손아귀

누군가는 영혼의 구멍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고, 그러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구멍이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것들을 보세요. 우리에게 빈 곳을 채워 넣으라고 명령하는 구멍의 중력. 비어 있는 것의 질량. 갈구하는 묵직함.

이것들을 느낄 수 없나요?
―「구멍의 존재론」 부분

“우주를 가득 채”우던 “미지의 물질이” 지구에 도착하여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곳은 바로 인간의 ‘구멍’이다. 이 구멍은 “사랑이나 정의, 투쟁 혹은 혁명으로도/틀어막을 수 없는 틈새/없는 것들로 정의되는/여집합으로만 서술할 수 있는/고집스러운 빈자리”여서, 우주의 물질조차 그저 “구멍을 관통”하며 “훑고 지나”갈 뿐 이를 채우지는 못한다.

“인간이라면 구멍을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구멍의 존재론」)지만 시인은 제 “머리에 구멍이 났”(「괄호가 사랑하는 구멍」)음을 시집의 가장 첫 작품에서부터 고백한다. “귀엽지 않은 개체는 인간이 다 죽여버”(「원룸에서 추는 춤」)리기 때문인지 그의 구멍은 “조금 더 커지면 야옹 하고 울지도” 모를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괄호 칠 수 없는 생각’들을 먹고 “점점 크게”(「괄호가 사랑하는 구멍」) 자라난다.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연정이 짚고 있듯 시인에게 있어 구멍은, 즉 “영혼의 허기와 존재의 결핍”은 이토록 “당연하게 그리고 명백하게 존재”하여 “언제나 분명히 감각되는 실체”인 것이다.

시인은 구멍을 단순히 드러내는 데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키운다’고 표현한다. “펄펄 뛰며/채워 넣기를 명령하”다가도 막상 무언가를 “욱여넣으면 토해내는” 이 까다로운 ‘반려 구멍’을 도넛 반죽 다루듯 따뜻한 손으로 “이리저리 주무르”(「구멍의 존재론」)고 도닥인다. “뭐든 잔뜩 부풀면” 다시 또 “구멍이 난”(「악의 문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가루가 부풀어 오를 때 나는 찰나의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잠시나마 “살아 있다고 느끼”기 위해. 가만한 손길로 “살아가는 모든 것의/타고난 결핍”(「구멍의 존재론」)을 느끼는 데 집중하는 유선혜의 “취미는 살아 있기, 특기는 고요하기”(「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다.

시인의 말

그러나 나는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

논리도 없이
비약만 있는 미래를 꿈꾸고
망해버린 꿈들을 죄다 옮겨 적는 사람

이걸 토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죠?

2024년 10월
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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