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에 [입춘]이라는 곡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로, 삶의 여러 조각들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전공을 제대로 살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러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는 두번째 모토를 되뇌며 책 『자몽살구클럽』을 큰 맘 먹고 출간했다.
고선경의 텍스트는 당도 높다 이름난 모든 과일이 착즙된 향을 폴폴 풍긴다. 가공되지 않은 생과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찔러올 때면 웃음이 마구 터져야 할 텐데 이상하게 마음이 뒤틀리다 눈물이 난다. 나는 그녀의 시를 접한 이후로 단순히 귀여워 보이던 것들을 더이상 귀엽게만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에서 끝없이 탄생되는 단맛의 반대편을 이 시집에서 툭툭 던져낸다.
그녀의 인생에서 ‘사랑’이란 물이 지구를 차지하는 비율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기에. “너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지만/나는 사랑에 실패하지 않지//그걸 배우러 너랑 여기에 온 것 같아”라고 읊조리는 사랑에는 어떠한 껍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토록 꾸밈없는 목소리는 스스로 낯부끄러워 꽁꽁 숨겨두었던 내 사랑마저 훅 낚아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게 대신 외쳐주는 것만 같다.
『러브 온 더 락』은 술을 잘 모르는 내가 눈으로 대충 훑어도 알딸딸해지는 와인의 맛을 지녔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와인 한 병으로 전신 샤워를 마친 내가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전혀 찝찝하지 않다. 오히려 내 피부 위에서 끈적이는 글자들을 킁킁대다 혀를 대어보고 싶다는 충동마저 일어난다. 무취의 세계에서 그녀가 부어주는 시들을 사랑이라는 단어 말고 무엇으로 부를 수 있을까. 한 페이지만 마셔도 그녀가 숙성시켜온 일생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삶이 지치고 슬플 때 이 시집을 꺼내 읽습니다. 첫 시 〈괄호가 사랑하는 구멍〉의 첫 문장 “삶에 대해 자꾸 논하고 싶은 게 제가 걸린 병이에요.”는 제 마음에 아주 오래 박혀 있는데요. 동질감으로부터 받는 위로가 강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이런 음악들 해보려 합니다.
죽었다고 오해받기 쉬운 해초는 이 냄새로 본인이 살아있음을 증명해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 왔을까? 나는 해초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바다까지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싫었다. 좋은 마음으로 온 언니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울적해진 마음을 빠르게 전환시키려 먼바다의 끝을 응시했다. 어느새 태양은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수평선을 이불 삼아 자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이 틀린 거면 어떡하지? 태양도 떠오르기 싫을 때가 있을까? 태양이 이대로 죽어 내일 못 뜬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는 척 우리가 되고 싶었다. 모르는 건 어떻게든 알아가면 되니까. 언니들은 나를 보듬어 주고, 축하해 주고, 끌어 안은 채 눈물 흘릴 준비를 모두 마쳐낸 것처럼 보이니까. 내일의 내일로 함께 전진하려 하니까. 방 안에 틀어박혀 매일 밤 기도했던 존재가 기적처럼 눈앞에 셋이나 있으니까.
나도 언젠가는 바다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보현 언니의 꿈을, 유민 언니와 태수 언니의 웃음을 지켜주는 사람. 더 이상 스스로를 익사시키지 않고 내일을 꿈꾸며 유영하는 어른하나 확실한 것은, 나의 바다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나의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우리의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
우리들의 모순적인 소원. 나는 알고 있다. 죽고 싶지만 실은 죽고 싶지 않은 서로의 진심을 일 아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음을. 내게 손을 건넨 언니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오늘이 우리에게는 연명을 좌지우지하는 시한폭탄 같다는 것을 나는 들은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큼의 용기가, 연대 가, 희망이 사랑이, 내일이, 우리에게 간절한 지 자몽살구클럽만은 알고 있다
그렇게 함께 한다면 '우리' 는 죽고 싶은 이유를 죽이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살릴 수 있을지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 세상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엄마가 살기 위해 집 ㅣ을 떠난 것처럼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이 언젠가 나타날 거라 스스로를 위로해 왔다. 그 언젠가 가 지금이라면? 그 방법이 '자몽살구클럽' 의 부원이 되는 거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