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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기 신기록 배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Nordic Walking 기대어 왔던 것들에 기대어서 “우리는 뭔가를 꾹 참으면서” 마찰력 증진 기간 무동력 트레드밀 위에서의 단상 단상 1 - 열아홉 조각 단상 2 - 제로 그라운드와 폐소공포증 농담 릴레이 사랑을 담아 잘하지는 못하지만 어린이가 괜히 금은방이나 정육점에 갈 수 있었더라면 찌걱대는 마루를 밟으며 군만두 같은 산문 쓰기 약간의 도전, 약간의 재능, 약간의 도움 서로의 가지가 맞닿아 만드는 그늘 아래에 도착한 여름 집에서 해변까지 뮌헨 공원들 자전거를 타고 흙길을 달린다 후기 |
KIM SO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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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우리의 비탄마저
가져가지 않기를 바란다 먼 데로부터 차곡차곡 도착해 온 울분들이 온몸에 꽉 차 있을 때마다 나는 오래 걸었다. --- p.25 비춤은 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지어줌은 시가 할 수 있는 출발이다. 누군가의 얼굴이 구체적인 역사가 담긴 얼굴이 되는 순간은 얼굴의 주체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타인으로부터 눈에 띄어, 마주치게 되고 상상할 수 있게 되고 기억에 간직될 때야 얼굴은 얼굴이 된다. --- p.41 시는 인간이 언어로 그을 수 있는 가장 큰 포물선이다. 모르는 장소로, 모르는 사람에게로, 모르는 옛날에, 모르는 미래에 미리 가닿는다. 시는 이럴 때 수신자인 동시에 발신자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어딘가에서 소식이 자꾸 도착한다. 어디에서 오는지 잘 아는 것들조차 알던 얼굴을 하고 도착하지는 않는다. --- p.70 익숙했던 불안으로부터 졸업하여 더 거대하고 더 깊은 불안으로 옮겨가기 위한 서곡을 짓는 마음으로 시집을 묶는다. 식은땀을 영원히 흘린다 해도, 꾀죄죄하고 피로한 얼굴이어도, 세계의 가장자리를 두루 발로 디딘 자의 땀자국이 나의 얼굴이기를. --- p.78 순일하게 시선을 집중하는 것으로써 단 하나의 이야기가 생겨난다. 마침내 시간이 낯설게 소환될 때 우리가 우리 삶에 미묘한 애착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조용조용 알려준다. 애착해보지 못했던 애착, 애착이 될 수 있으리라 상상해본 적 없는 애착, 애착해야 한다고 주장되어온 것들의 뒤에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려온 애착. --- p.108 우리의 언어는 온갖 사물을 통해서 다른 사물로 이동하고, 다른 사물을 경유해서 이 세계를 날렵하게 한 바퀴 돌아서,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이 한 바퀴의 동선을 커다랗고 시원한 포물선을 그린다. 이 포물선을 마음으로 좇으며 이 세상을 한 바퀴 돌다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자리는 실은 제자리가 아니다. 같은 자리이지만 다른 세계가 된다. 같은 자리에 앉아서 다른 세계로 도착하는 일. 언어가 발 없이 행하는 모험은 이런 일을 겪는 경험이다. --- p.132 우람하고 오래된 키 큰 나무들이 서로의 가지가 맞닿아 만드는 그늘 아래에 도착한 초여름 속을 자전거를 타고 자주 지나갔다. 어떤 날은 소낙비가 퍼부어서 비를 다 맞으며 지나갔다. 옷자락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 채로 집에 돌아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오래토록 잊고 있던 종류의 미소를 혼자 지었다. --- p.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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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가장자리를 두루 발로 디딘 자의 땀자국이
나의 얼굴이기를” 시가 그리는 포물선을 따라 비탄 속으로 걸어 나가는 산책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마음을 순일하게 헤아리는 산문으로 많은 독자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시인 김소연의 새 산문집 『생활체육과 시』가 출간되었다. 머물러 있던 자리의 안간힘 속에서 지켜보았던 아른거리는 삶의 장면들을 시적이고도 명징하게 포착해온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온몸으로 움직이며 나아가는 과정의 원동력을 투시하며 시의 언어와 생활의 이동 경로를 함께 이야기한다. 생활에서 주고받는 공처럼, 시가 그동안 그려온 ‘포물선’을 읽어가는 데에는 ‘걷기’라는 일상의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시인은 이를 통해 삶에 드리운 비탄을 말하고, 시에 도사리고 있던 다양한 진실을 향해 나간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번 산문집은 장소와 상황에 구애받지 않으며, 시인이 닿고 싶어 하는 세계의 일면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삼만 보를 걷고 ‘움직이기 신기록 배지’가 축하를 알리던 날, “먼 데로부터 차곡차곡 도착해 온 울분들이 온몸에 꽉 차 있을 때마다 나는 오래 걸었”라다고 이야기한다.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걷는다는 것이 시간을 횡단하는 삶의 방식이자 동시에 충분히 아파하고 회복하는 과정에 놓여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폭력의 언어 속에서 유령처럼 떠돌던 여성의 언어를 길어 올리며 시인 김혜순부터 박규현까지, 시를 통해 분주히 이동해온 시의 포물선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일에 다가서 있는 독자들은 새로운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의 체험 속에서 만나왔던 생활체육의 크고 작은 운동성에 빗대어 자신이 움직여온 방식을 고백한다. 엄마를 간호했던 병원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물들어가던 독일 뮌헨에서, 이름 모를 묘비공원에서도 여러 장벽을 허물고 ‘걷기’를 통해 다양한 경계를 넘나든다. “같은 자리에 앉아서 다른 세계로 도착하는 일” 새로운 자세, 걷기의 문법으로 읽어가는 세계 책 표지에서도 구현되었듯이 ‘시’라는 글자의 물구나무서기, 명랑한 소란이 일 것 같은 운동장의 흑백 풍경은 시인이 그려가는 세계와 닮아 있다. 또한 지난 시리즈와는 달리 시와 산문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실려 있다. 시의 호흡으로 읽어가야 할 때와 산문의 호흡으로 읽어가야 할 때를 구분 짓지 않는 것은 우리가 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경사와 커브와 직진 주로처럼 다양한 형태의 길을 하나의 트랙 위로 구성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정된 시선과 위치로는 가늠할 수 없는, 세계의 변화 속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그리하여 시가 말하는 것들, 시를 통해 말해온 것들에 시선을 놓지 않고 우리 사이에 놓인 포물선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일을 시인은 이번 책을 통해서 붙잡고 있다. 떠남과 돌아옴의 감각은 시인 자체가 하나의 공이 되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던져지며 포물선이 되는 일이다. 언어가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포물선을 ‘시’라고 명명하는 것처럼, 시인의 숙명은 그 포물선이 너무 평평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이 세계의 거짓과 불화하고자 했고 이 방식으로 우리는 이 세계에서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려 했”(「사랑을 담아」)던 날의 여러 뒤척임과 움직임이, 『생활체육과 시』에 포개어져 마침내 우리가 기다려온 하나의 자세가 이 자리에서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