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떠도는 영혼이 있다. 친절한 절망이 웃고 있다. 이 땅과 저 땅을 떠돌며 그가 목격한 모든 장면이 노래가 되어 귓가에 흐를 때, 우리가 듣는 선율을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심장에 대고 비밀을 속삭일 때, 파란 물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갈 때, 잊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파도의 속삭임. 쏟아지는 빗속을 온몸으로 뚫고 지나갈 때, 다정한 어깨를 두고 돌아설 때, 들려오는 심장박동.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두려움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점점 작아지다 마침내 사라져버리는 것. 단단한 두 손이 움켜쥔 단 하나의 말을 생각한다. 용감함을 가르쳐주는 사람, 불안을 돌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 아름다움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 그것이 주하림이다. 그의 다음 세계가 궁금한 사람, 주하림 시의 뒷면이 궁금했던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