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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ㆍ청소년시를 위한 협동적 창조의 자리를 마련하며 | 안미옥 오연경 정인탁 특집―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ㆍ청소년시의 커먼즈와 시민들_청소년시의 개념과 가치를 새롭게 | 오연경 ㆍ더 많은 질문이 되어야 할 때_청소년시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 안미옥 ㆍ국어 교실에 펼쳐진 청소년시의 가능성_청소년시의 교과서 수록 양상과 그 의미 | 정인탁 ㆍ시 읽기의 시작과 도착_교실에서 청소년시 읽기 | 이종은 만남 ㆍ청소년들의 펄떡이는 감수성에 가닿을 시를 보여 주자 _‘창비청소년시선’의 시작을 돌아보며 김이구 기획위원과의 가상 인터뷰 | 김이구 박종호 평론 ㆍ시, 찌꺼기로서의 예술_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으로 시를 읽는다는 것 | 강수환 ㆍ생명에 대한 언어의 집을 다시 세우는 청소년시_기후 위기 시대의 청소년과 청소년시 | 김지은 ㆍ돌봄으로 연결된 삶 속에서 청소년 바라보기_김애란의 청소년시와 또 다른 청소년 | 오연경 대화 ㆍ우리가 만난 청소년시_청소년시 화자와 독자 사이에서 | 김성규 오은 유현아 에세이 ㆍ꿈에서도 말하는 사람_청소년시 쓰는 어른 | 정다연 ㆍ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다_청소년시 읽는 어른 | 박문수 현장 ㆍ시는 우리가 응답하는 방식_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읽는 시 | 최지혜 ㆍ지환 이야기_시집 서점에서 청소년 독자 기다리기 | 유희경 감상 ㆍ담백한 시의 맛, 온전한 삶의 맛 | 김채윤 ㆍ생각의 중요성 | 원나영 ㆍ비밀, 널 어떻게 하지? | 서지유 ㆍ다시 일어설 수 있어 | 소원 찾아보기 |
安美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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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시를 읽고 쓰고 나누고 만든 이들이 모여 청소년시에 대해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새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 놓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청소년시라는 공유지에 다채로운 이야기가 채워질 때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미래가 풍요롭게 일구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시집의 한 페이지에 눈길을 둔 독자의 마음에 예기치 못한 기분이 피어나고 있을지도, 미지의 독자를 호명하는 새로운 청소년시가 막 부화를 끝냈을지도, 낡은 눈으로 지나쳐버린 청소년시를 새롭게 개화시킬 비평이 준비되고 있을지도,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청소년시를 낭독하는 목소리가 공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청소년시는 우리 곁에서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창작자, 독자, 비평가, 교육자가 서로의 반응과 감각을 나누며 만들어 가는 청소년시의 협동적 창조에 여러분도 함께하기를 바란다.
--- 「책머리에」 중에서 청소년시는 청소년이 ‘시’라는 다양한 옷을 골라 입어 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옷을 바꿔 입을 때 달라지는 자신을 자유롭게 발견하고, 제각각의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시가 그렇듯, 청소년시는 독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언어를 만나 자신의 삶에서 새로움을 찾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에 닿는 시를 읽기 전과 후는 분명 달라지는 점이 있다. --- 「안미옥 - 특집 ‘더 많은 질문이 되어야 할 때’」 중에서 청소년시는 그 어느 시기보다 소란스러운 동시에 고요한 때다. 너무 많이 웃고 떠들다가도 문득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방문을 걸어 잠그곤 한다. 이 시기 우리는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연습을 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으로 시를 읽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현시점 종이책만큼 고요하면서도 이토록 찌꺼기와 소음으로 끓어넘치는 매체가 또 있을까. --- 「강수환 - 평론 ‘시, 찌꺼기로서의 예술’」 중에서 그 과정에서 느낀 게 있다면 청소년이 하는 고민과 지금의 내가 하는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 했고,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응원을 받고 싶어 했다. 최선을 다해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더 불안하기에 억지로라도 공부하려 애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나 역시 그렇다. (중략)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청소년과 내가 경험하는 일상의 층위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하는 고민과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사실을 체감하고 나니 청소년들이 하는 고민이 나와는 무관하다거나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일로 치부되지 않았다. --- 「정다연 - 에세이 ‘꿈에서도 말하는 사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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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부터 ‘창비청소년시선’까지
지난 십여 년간 청소년시가 쌓아 올린 독창적 세계를 돌아보다 시문학에서 어린이에게는 오랫동안 동시가 주어졌지만, 청소년에게는 교과서에 실린 정전, 그것도 어른용 시가 주로 주어져 왔다. 그러면서 청소년은 자신들의 삶과 감각에 맞는 시를 만나지 못해 시와 점차 멀어지거나 시 자체를 난해한 장르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청소년에게도 그들의 삶과 감각에 맞는 ‘청소년시’가 따로 창작돼 읽힐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박성우의 『난 빨강』(창비, 2010)이 최초의 청소년시로 세상에 나오며 그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청소년시 창작이 촉발되었으나 학교 생활, 교우 관계, 사춘기 등 한정된 소재로 청소년의 삶을 담아내는 경향을 띠며 계몽과 교훈에 매몰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시 창작과 감상 주체가 누구인지 등을 물으며 장르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 또한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창비교육에서 전문 시인이 창작하고 청소년이 감상하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인 ‘창비청소년시선’을 출범하며 청소년시는 비로소 독자적 갈래로 인식되었고 지속적으로 창작되고 향유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2025년, 『도넛을 나누는 기분』으로 ‘창비청소년시선’이 오십 번째 시집 출간을 맞이했다. 오십 권의 청소년시집이 쌓이면서 작가층이 두터워졌고, 그덕에 서로 다른 청소년의 목소리가 시로 펼쳐지며 장르의 가능성도 확장됐다. 마침내 그 성과 또한 문학계와 교육계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소년시 작품 발굴과 본격 비평은 제도적 지원 없이 단행본 출간에 의지하고 있다는 한계를 보인다. 이제 청소년시는 이 한계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길목에 서 있다. 그 걸음의 일환으로 지난 십여 년간 축적된 청소년시의 성과와 한계를 톺아보고 갈래에 생산적인 비평의 장을 마련하고자 『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가 기획, 출간되었다. 미완의 현재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시, 이제는 협동적 창조의 자리를 마련할 때 엮은이 오연경은 「책머리에」를 통해 청소년시가 “창조 중인 현재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완의 현재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는 보다 다채로운 종류의 글을 통하여 자유롭게 담론을 일굴 수 있도록 잡지 형식을 빌려 7개 코너, 18개 글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이해하고 감상하고 그려 보는 청소년시의 미래를 모으기 위해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문학평론가, 시인, 교사, 편집자, 청소년 등 청소년시를 읽고 쓰고 나누고 만드는 모든 이들을 필자를 꾸렸다. 먼저 ‘특집’ 코너에서는 ‘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청소년시 장르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 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문학평론가 오연경은 청소년시 담론에 대한 비판적 점검을 토대로 청소년시의 가능성과 가치를 짚어 보았고, 시인 안미옥은 ‘질문’이라는 키워드를 통하여 청소년시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지, 앞으로 어떤 청소년시가 창작되고 어떻게 감상되었으면 하는지 그 바람을 담았다. 한편 국어 교사 정인탁과 이종은은 각각 2015, 2022 개정 교육 과정에 따른 중고등학교 국어과 교과서에 청소년시가 수록된 양상을 분석하며 청소년시가 교과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하였으며,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과 펼친 다양한 시 읽기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이 시와 어떻게 만나는지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 ‘평론’ 코너에서는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강수환이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으로 ‘시’를 읽고 감상하는 의미를 짚었으며,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이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 반해 청소년시가 오늘날의 생태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청소년시가 마주한 과제를 전하였다. 문학평론가 오연경은 다양한 청소년의 삶을 조명하는 김애란의 청소년시를 분석하여 청소년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의 성장기를 읽어 냈다. ‘만남’과 ‘대화’ 코너에서는 청소년시 기획자와 창작자의 생생한 고민과 경험을 만나 볼 수 있다. 먼저 ‘만남’에서는 창비청소년시선 기획위원이었던 박종호가 고 김이구 아동문학 평론가와 주고받은 대화와 자료 그러모아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 기획 배경과 출범 과정, 청소년시의 필요성 등을 가상 인터뷰로 재구성하였으며, ‘대화’에서는 청소년시를 기획하는 시인이자 출판사 대표 김성규, 청소년시집을 낸 두 시인 오은, 유현아를 모시고 청소년시를 가지고 독자들을 만난 진솔한 후기를 들어보았다. 또한 청소년시를 쓰는 어른, 시인 정다연과 청소년시집을 만드는 어른, 편집자 박문수가 청소년시를 만난 후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를 고백한 글을 ‘에세이’로 묶었으며, ‘현장’ 코너에서는 교사 최지혜가 이전에 근무했던 단원고 학생들과 시를 읽고 쓰며 감정을 나누었던 경험을, 시인 유희경이 그가 운영하는 시집 서점에서 만난 청소년시 독자 ‘지환’의 특별함을 회상하였다. 마지막으로 창비교육이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연 ‘창비청소년시선 감상 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네 편의 독후감을 통해 실제 청소년들은 청소년시를 어떻게 감상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지 엿볼 수 있다. 창작자, 독자, 비평가, 교육자가 함께 만들어 나갈 청소년시라는 커먼즈와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시민詩民’ “청소년시는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기거나 경험했던 ‘청소년’이 아니라 지금-여기 생생하게 존재하는 청소년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르”라는 안미옥의 말을 빌려, 청소년시는 정형화된 장르가 아니다. “세상에 수만 수천 가지의 얼굴이 있듯이”(「특집」) 청소년시 또한 수만 수천 가지로 창작되고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시에 시를 채우는” 뛰어난 작가의 역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비평가, 독자들의 반응들이 서로 만나 창조와 재창조를 지속하며 생성해”(「특집」)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과정의 자리이자, 공동의 활동 영역인 ‘커먼즈’를 나누는 창조의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년시를 향한 복합적이고도 다채로운 관점과 목소리가 모임으로써 장르의 미래가 풍요롭게 일구어지기에, 이제는 청소년시를 향한 ‘왜?’라는 의문의 울타리를 넘어 좋은 청소년시, 다음 청소년시를 많이 만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생산적 논의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 책 『청소년시의 현재와 미래』를 통해 독자들은 청소년시가 “우리 곁에서 살아 움직이고”(「책머리에」) 있음을, 청소년시집이 모든 세대의 독자를 위한 시문학임을 새로이 느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