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우는 도무지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하지 않으려 해도 기어코 터져 나오는 것 사이에서 쓴다. 쏟아질 것 같은 환한 마음으로 쓴다. “거대한 빛의 구멍”(「애글릿」) 같은 세계를 바라보며 쓴다. 웅덩이에 비친 얼굴을 지나치지 않으려 애쓰며 쓴다. 그래서 이건우의 시를 읽으면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떤 얼굴로 살고 있는가.
이건우는 끝나지 않는 긴 꿈과 같은 시간 속에서 “고여 있는 것들”(「양생 중입니다」)의 슬픔을 보는 사람이다. 있음과 없음 사이에 존재할 수 있을까, 사라짐으로 가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추운 꿈에서 덜 추운 꿈으로”(「베란다」) 자꾸만 깨어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는 투명의 안으로 보고자 하면서, 투명으로 빽빽한 헛간 같은 세계에 있다. 아귀가 딱 맞지 않은 채로 존재하거나 때때로 녹아 흘러내 리는 ‘나’를 발견한다. 모래성이 녹아 해변이 되고, 바다로 나아갈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런 힘으로 “만질 수 없는 방식으로만 만질 수 있는 것”(「희고 따뜻한 손」)에 닿으려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 미래를 본다. 두 손으로 “두꺼운 미래”(「라자루스」)를 기꺼이 열며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려 한다. 밝은 하얀빛을 시로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