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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최정화 2
사는 게 매일매일 권민경 9 쓰레기통과 나 김기창 21 사라진 섬으로 가는 길 김정 33 쓰레기는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 나희덕 47 쓰고, 버리고, 사는 일 백수린 61 기분이 째지는 삶, 베스트 드레서의 삶 서한용 73 미래라는 관객 신해욱 91 일 인분의 지붕, 그것으로 충분하다면 유영은 107 생활의 잔해들 속에서 윤은성 119 내게 남겨진 것들 이소연 135 우리는 이미 늦었다 정선임 147 고양이 한 마리만큼의 쓰레기 최정화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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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필수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일인데, 내가 아프고 망가졌다는 증거가 내가 살아 있어서 생기는 쓰레기와 쓰레기의 산이라니, 이 묘한 상관 관계에 대해 골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내게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결심은 곧 자신을 돌보고 회복하고 싶다는 의지처럼 여겨진다.
--- p.14 십여 년 전, 환경 운동 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인천으로 바다낚시를 간 적이 있다. 선상에서 아점으로 컵라면을 먹었는데, 나도 친구도 깨끗이 비우진 못했다. 내가 남은 찌꺼기 처리 문제로 난감한 표정을 짓자(환경 운동가 앞에서 찌꺼기를 바다에 투척하는 것 같은, 막돼먹은 행동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친구는 낄낄 웃으며 내 컵라면을 갖고 가더니 자신의 것과 함께 마치 낚시 캐스팅을 하듯 그 속에 든 것을 바다에 투척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바다는 다 받아 줘.” ‘이 자식 보게. 환경 운동한다는 놈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마침 배 후미에서는 선장님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볼일을 보고 있었다. 정말 바다는 다 받아 주는 것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 말이 맞았다. 바다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에서 가장 큰 쓰레기통이었다. 바다는 지구 생명체가 만든 수많은 종류의 찌꺼기를 다 받아 주고, 분해하고, 정화했다. 분해되고, 정화되지 않는 것들이 버려지기 전까지. --- p.25 난지도의 난은 어려울 난이 아니라 난초의 난(蘭)이었다. 나는 언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불과 사십여 년 전까지는 존재했던, 난초와 지초로 향기로웠던 섬의 흔적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비에 젖은 경사면의 초록빛이 유난히 짙어 보였다. 그때 검고 커다란 새 예닐곱 마리가 큰 소리로 울며 노을공원 위를 날았다. 까마귀였다. 나는 급히 목에 걸고 있던 쌍안경을 눈에 갖다 댔다. 조작이 익숙지 않아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까마귀가 날고 있는 곳 아래에는 캠핑장이 있다고 해설가님이 말했다. 그럼 저 까마귀들은 사람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건가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묻지는 않았다. --- pp.36-37 “컨베이어 벨트가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할 때 집게를 사용할 수 없어요. 위험물만 안전 집게로 집고, 나머지는 맨손으로 일일이 선별해야 하지요. 도저히 재활용할 수 없는 상태의 쓰레기도 많고,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금속, 주삿바늘이 나오기도 해요. 그러니 면장갑을 두 겹씩 껴도 베거나 찔리는 게 다반사지요. 기저귀, 생리대는 물론이고 부패한 음식 찌꺼기나 심지어 동물 사체까지 나오기도 해요. 작업이 끝나면 씻고 집에 가고 싶은데, 인원에 비해 휴게실이나 샤워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요.” “우리 작업장은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일을 해요. P, PS, PET, PE, PP, PT 등 플라스틱 종류가 많은데, 이걸 순식간에 알아보고 선별해야 하지요. 요구르트 병처럼 딱 딱 소리가 나는 것도 있고, 세제 통처럼 물렁한 플라스틱도 있고……. 자동화 시스템이 가동되어도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한 대목이 많아요. 캔과 고철을 자석으로 선별한 뒤에 분류하는 것도 손으로 일일이 해야 해요.” “특히 여름이 가장 힘들어요. 지하라 통풍도 안 되고, 에어컨이 돌아가도 모자와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작업을 하니까 숨이 가쁘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지요. 머리에 두른 수 건이 한 시간이면 다 젖어요. 퇴근할 무렵이면 속옷까지 다 젖어 있지요. 쓰레기 때문에 날파리나 구더기도 극성이고, 습기가 차서 바닥도 미끄럽고요.” --- p.49-50 나는 계속 산을 걷는다. 10월이 되었는데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탓에 아직 단풍조차 들지 않은 산에선 어디선가 새들이 끊임없이 지저귀고, 여전히 푸른빛을 띠는 잎들이 술렁이고, 발바닥의 밤껍질이 으스러진다. 정상에 오르려는 것은 이번까지 세 번째 시도이지만 나는 이번에도 중간에서 되돌아 내려가야 할 것이다. 길이 진흙투성이라 너무 미끄럽기 때문에. 올가을은 예년과 달리 비가 지나치게 많이 오고, 그 탓에 오를 때마다 산엔 비탈길을 따라 물이 흐르고 흙이 젖어 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한국의 가을은 이런 게 아니라고, 비가 내리거나 흐린 하늘을 볼 때면 나는 누군가에게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깨질 것처럼 새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단풍들, 눈이 부신 햇살을 내놓으라고. 요즈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 빼앗긴 것만 같아 마음이 서럽다. 하지만 가을을 빼앗은 자는 누구인가? 우리 중 누구도 손가락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리라. --- p.71 원로 언론인이자 교수였던 리영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삶의 정신이 ‘심플 라이프, 하이 싱킹’이야. 간소한 생활 속에 높은 사유, 사상이 나올 수 있거든. 풍요 자 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물질적인 충족에 빠져 버릴 위험을 경계하는 뜻이야. 물질생활은 검소하게, 정신생활은 고매하게 하자는 거지.” 그는 인터뷰 때마다 ‘심플 라이프, 하이 싱킹’이 자신의 삶의 모토라고 밝혔다. 나는 이 문구를 볼 때마다 감동했고,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의 말처럼 물질생활을 검소하게 한다면, 내게 새삥이 많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째질 일도 잘 생기지 않으려나? 하지만 끊임없이 새삥을 사들여야만 기분이 째지는 삶이 ‘심플 라이프, 하이 싱킹’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와 만난 사물들이 나와 깊은 우정을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우정이 내 기분을 째지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 p.87 그래도 단순하고 명확하게 다가오는 게 있다. 쓰레기는 추하다는 것. 내가 발생시킨 쓰레기가 내 눈앞에서 깨끗하게 치워져 먼 데의 땅과 물을 더럽힌다면, 쓰레기의 추함은 나에게로 옮겨 온다는 것. 도살은 끔찍하다는 것. 도살이 내 양식과 일상의 원천이되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다면, 나의 깨끗한 손이 나를 지저분하게 한다는 것. 도덕적 당위는 추상적이다. 미학은 구체적이다. 나는 아름답고 싶다. 최소한 덜 추하고 싶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은 나를 위해서. 삶 자체를 일종의 미학적 실천으로 받아들인다면, 끝에 무엇이 있든, 끝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다. 우리의 삶-퍼포먼스를 바라보는 관객은 누구일까. 미래라는 신. 말 그대로 오지 않은(未來),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일 수 있는 신. 삶이라는 무대에 선 나는 관객 앞에서 아름다워야 할 책임이 있다. 덜 추해질 의무가 있다. 오염 시키고 싶지 않으니 덜 만들라고, 학대와 폭력에 연루되고 싶지 않으니 덜 사육하라고, 내가 속한 세계에 요구할 자격이 있다. --- pp.104-105 나는 재작년 여름 메리 포핀스의 검정 우산과는 정반대의 촌스러운 형광 주황 우산을 펼 때마다 그 질문을 던졌다. 부러진 살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손잡이에는 군데군데 긁힌 자국이 있었고, 천에는 검정 오염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비 오는 출근길, 회색 정장들 사이에서 내 우산은 유난히 떠들썩해 보였다. 지하철역 입구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이 우스워서 몇 번이나 웃음이 났다.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했다. 그냥 버릴까. 그런데도 버리지 못했다. 버릴 수 없었다. 나는 형광 주황 우산과 수많은 비를 건넜다. 새벽 택시를 잡으려고 뛰던 날도,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속상해서 훌쩍이던 날도, 누군가와 크게 다투고 씩씩대며 걸어오던 날도 함께였다. 우산은 늘 내게 일 인분의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나는 그 아래에서 아늑했다. --- pp.113-114 물건을 버리는 문제보다 물건을 들이는 순간을 진지하게 생각하려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고, 중고 상품 플랫폼에 먼저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지금도 검색한다. 이전보다 구매를 미루는 시간이 길어졌다. 굳이 고치는 수고를 해 보려 하지 않았던 양말이나 옷도, 예쁘게 수선해 놓은 것들을 보니 오히려 근사해 보인다. 불필요하지만 쓸 만한 물건은 모아 놨다가 플리 마켓에 내놓거나, 주변 사람들과 나눈다. 머릿속 한쪽을 아예, 나눔할 물건을 염두에 두는 용도로 할애해 둔다. 상점에 갈 수 있는 날엔, 반찬 통에 손두부를 사 온다. 샴푸 바를 쓰거나 어떨 땐 아예 쓰지 않고 머리를 감은 채 드라이어 없이 말린 후 묶는다(전력 문제 또한 중차대한 대응 현안이다). 특별한 건 없다. 실행해 보는 수밖에. 쓰레기를 줄이는 삶은 완벽한 무소유의 상태라기보다, 물건과 관계 맺는 속도를 늦추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대하려 한다. --- pp.132-133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처벌과 더 많은 자유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버린 것이 정말 사라졌는지 끝까지 상상하는 능력이다. 내 손을 떠난 플라스틱 컵이 어디로 가는지, 헌 옷이 어느 나라의 사막에 쌓이는지, 바다에 던져진 과자 봉지가 어떤 파도를 건너가는지 떠올리는 일. 보이지 않는 것을 끝까지 상상하는 사람은 조금 덜 쉽게 버리고, 조금 더 오래 책임질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마음에 쉽게 버리고 간 것들을 생각한다. 화가 난 순간 던진 말. 오래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무심한 말, 설명 없이 사라지는 침묵. 말한 사람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에는 오래 남는 말들을 생각한다. --- p.142 바쁘면 안 된다.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귀여운 쓰레기를 사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소비 안에서 가장 저렴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바쁜 것은 기후 위기의 적이 아닐까. 당장 생존 앞에서 기후 위기는 한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밀려나고 만다. 나는 프리랜서와 계약직 일들만 해 왔다. 노후는 먼 이야기로 들렸다. 다음 달의 나, 당장 내일의 나도 알 수 없었다.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내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지구를 걱정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편리한 물건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우리는 시간이 없다. 귀여운 쓰레기를 손에 쥐고 오늘도 퇴근한다. 구로역에 도착해 작은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비둘기들이 배를 깔고 앉아 있다. 땅 위에 버려진 더러운 것들을 주워 먹기 위해 높이 날지 않는다. 엄청난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날지 않을 것이다. 비둘기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까. 두렵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이어 가기에는 이미 지쳤다. 내일로 미뤄 버린다. 모든 걸 언젠가 한가한 미래의 나에게 떠넘긴다. 정말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 --- p.155 새벽 세 시 심야 식당의 주인은 철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손님들을 맞기 위해 마음에 사랑을 키울 수밖에 없다. 뒤집어쓴 오명을 벗기기 위해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길고양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길고양이는 그냥 고양이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인간과 똑같이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 길을 걸을 때마다 고양이 아닌 것이 자주 고양이로 보인다. 이런 식의 착각은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걸 뜻한다. 심야 식당의 주인은 새벽 네 시에서 새벽 두 시 사이에도 심야 식당의 손님들을 자주 떠올린다. 지나치는 집집마다 떠올린다. 종량제 봉투를 볼 때마다 떠올린다. 고양이와 종량제 봉투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길마다 골목마다 나타난다. 2.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3.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가 있다. 4. 노란색, 흰색, 검은색이다. 심야 식당의 주인은 고양이들에게 관심이 많고 쓰레기에게도 관심이 많다. 사람들은 그 두 존재를 집 바깥에 두고 그들이 자기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기를 바란다. 그들을 더럽게 만든 게 자기 자신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 pp.167-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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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시간 청소년 에세이 1
『오늘도 우리는 지구를 조금 지킨다 -기후 위기 시대, 열두 명의 작가들의 작고 단단한 실천』 출간 ”내가 버린 것 때문에 누군가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침묵하지 않을 때, 입을 열 때,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다고 믿는다.“ 쉬는시간 청소년 에세이 첫 번째 작품으로 『오늘도 우리는 지구를 조금 지킨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각과 단단한 실천들, 담담한 이야기들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기획이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청소년들과 함께 지구인으로서 재난이 아닌 재건을 고민하고 문제의식과 일상을 공유하려는 열두 명의 작가들의 에세이를 모았다.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이자 활동가이기도 하지만 지구인으로서 솔직하고 담백한 자신들의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을 청소년과 나누고 풀어 나간다. 이미 쓰레기 문제는 땅과 바다와 공기를 더럽히는 문제를 넘어서 생명을 빼앗고 삶의 터전과 미래를 위협한다. 국제 사회의 의식과 기업 정책 변화뿐 아니라 개개인이 편리를 위해서 혹은 산업 사회 소비 패턴으로 사고 쌓고 버리고 다시 사는 쓰레기에 대해 다채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이 책은 미래 세대에게 마련해 준다. 「사는 게 매일매일」에서 권민경 작가는 편리하게 배달 음식으로 생활하는 일상을 고백하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게 변하고 싶다. 그 소망은 결국 관계 속에서 기능할 것이다. 지구를 나눠 쓴다는 측면에서, 나는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 당신도 나에게 일말의 호의를 베풀어 주길 바란”다는 말을 우리에게 전한다. 김기창 작가는 ‘네 쓰레기통 안에 든 것이 네 삶을 대변한다!’는 돈 드릴로의 소설 일부를 인용하며 「쓰레기통과 나」에서 요리에서 나오는 쓰레기들부터 “사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바다를 전유한 쓰레기”까지 작가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건넨다. 한강야생탐사센터에서 듣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 책을 쓰는 작가로서의 고민들을 김정 작가의「사라진 섬으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분리수거한 재활용품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가. 기계로 안전하고 깨끗하게 처리될 줄 알았던 재활용품 선별 작업은 재활용 선발원들의 고되고 위험한 노동을 거쳐야만 한다. 나희덕 작가의「쓰레기는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는 재활용 선발원들과의 대화에서 “쓰레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노동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 그런 우정과 연대의 마음도 재활용 쓰레기 속에 담겨 있다”는 마음을 전한다. “버리지 못하는 기질”이지만 “동식물의 생명을 위협할 거”라는 고통스러운 생각과 “깨질 것처럼 새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단풍들, 눈이 부신 햇살을” 빼앗긴 백수린 작가의 사유가 「쓰고, 버리고, 사는 일」에 담겨 있다. 버려진 옷들로 산을 이룬 사진을 보며 쓰레기를 적게 만들겠다고 결심하지만 우리는 새롭고 멋진 옷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개성과 스타일을 뽐내는 “베스트 드레서”와 “기분이 째지는 삶”을 추구하며 어떻게 새 옷을 사지 않고 어떻게 헌 옷을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서한용 작가는 리영희 교수의 “심플 라이프, 하이 싱킹”을 떠올리며 “나와 만난 사물들이 나와 깊은 우정을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우정이 내 기분을 째지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기분이 째지는 삶, 베스트 트레서의 삶」을 제안한다.「미래라는 관객」에서 “시 쓰는 지구인”이자 “지구인으로 아름답고 싶은” 신해욱 시인 역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세심한 노력을 하고 채식을 하지만 “옷과 휴대용 소품에 대해서라면…… 사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는 “소소한 실천들”을 “생활 속의 예술” 혹은 “퍼포먼스”로 생각해 보라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려고 하지만 “가상 관객의 시선을 염두에 두었다가도 곧 잊고 만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서로의 관객이 되어 서로의 궁상떨기를 지켜보고 부추기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 공통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지구인이다. 한편 “메리 포핀스의 검정 우산” 대신 살대가 부러졌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형광 주황 우산”과의 동행과 우정을 보여 주는 정선임 작가의「일 인분의 지붕, 그것으로 충분하다면」도 분명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줄 것이다. 윤은성 작가의「생활의 잔해들 속에서」는 쓰레기와 실생활, 사회와 경제 구조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며 성찰한다. “쓰레기 문제는 결국 감각의 문제”이며 “너무 쉽게 쓰고 버리도록 길들여진 감각을 되돌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는 “물건 하나에도 자원과 노동과 시간이 스며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은데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소연 작가는 기후정의행진 활동에서 돌아보고 생각한 것, 선물 받은 치즈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일, 아름다운 강릉 앞바다에서 떠다니는 과자 봉지 등을 떠올리며「내게 남겨진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처벌과 더 많은 자유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버린 것이 정말 사라졌는지 끝까지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정선임 작가는 너무 바쁜 어른이 되고 말았지만 열심히 의심하고 고민하고 살핀다. 「우리는 이미 늦었다」에서 지구를 구하고 더는 쓰레기를 버리고 싶지 않지만 “종종 뽑기 통 앞에”서 뽑기를 할 거고 “배달 음식을 시키고”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겠지만 진짜 필요한 건 “믿음”이라고 강조한다. “하루라도 실천하는 날이 더해”지고 “차곡차곡 쌓인다면 달라질 거라는” 믿음 말이다. 최정화 작가는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고양이들을 위한 심야 식당을 연다. 고양이를 돌보며 나오는 쓰레기들을 고민하고 아무도 치우지 않는 산의 쓰레기를 치운다. 그는 “쓰레기에도 좀 더 섬세한 분류”를 하며 “미안한 쓰레기, 고마운 쓰레기, 발을 동동 구리게 하는 쓰레기, 아름다운 쓰레기, 따뜻한 쓰레기”라는 별명을 붙인다. 그리고「고양이 한 마리만큼의 쓰레기」만을 위해 함께 이야기하고 행동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