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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세 가지 소원
정이현 또다시 크리스마스 이기호 미드나잇 하이웨이 김숨 응시 이승우 기이한 중독 김금희 춤을 추며 말없이 손보미 고양이 도둑 백수린 봄날의 동물원 정지돈 어느 서평가의 최후 박서련 거의 영원에 가까운 장국영의 전성시대 최정화 입 김초엽 늪지의 소년 조해진 귀환 최은영 데비 챙 이기호 휴게소 해후 문진영 햇빛 마중 김혜진 극락조 정용준 돌멩이 이주란 우리 소미 이유리 가꾸는 이의 즐거움 짧은 소설 스무 권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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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제 잘못은요, 고백성사하는 걸 싫어하는 겁니다.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죄 지은 생각은 안 나고, 조그만 실수는 맨날맨날 저지르지만 고백한다고 다시는 안 저지를 자신도 없는데요.”
“맨날맨날 세수는 왜 합니까. 곧 다시 더러워질 텐데.” 신부님의 음성입니다. 보속은 이 해가 가기 전에 좋은 일을 세 번 하라는 거였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세 번 좋은 일 하는 건 나중이고, 성사를 보고 나니까 마음이 정말로 세수를 하고 난 것처럼 개운해지지 뭡니까. 마음에도 얼굴이 있나 봅니다. --- 박완서, 「세 가지 소원」중에서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 누워서만 울 수 있는 어른이 됐다. --- 정이현, 「또다시 크리스마스」중에서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 텐데…… 뭐,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 이기호, 「미드나잇 하이웨이」중에서 지금처럼 당신이 나를 말끄러미 응시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응시에는 결정적인 무엇인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소유하려는 욕망 같은 것이요. 그래서일까요. 지금처럼 당신이 나를 응시할 때 나는 나의 부재를 느낍니다. --- 김숨, 「응시」중에서 그리하여 자연 치유의 시간, 실연의 아픔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은밀한 골방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슬픔이 그를 놓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슬픔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슬픔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 이승우, 「기이한 중독」중에서 행복했을까, 며칠에 한 번씩 웃었을까, 혹은 울었을까, 누구를 그리워했을까, 혹시 나를. --- 김금희, 「춤을 추며 말없이」중에서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즐거움과 지루함, 충만함과 외로움이 마치 격자무늬처럼 그의 삶을 질서 있게 채우고 있었고, 그는 그게 묘하게 균형적이라고 느꼈다. --- 손보미, 「고양이 도둑」중에서 누나는 틀림없이 그 시절 외로웠겠지? 하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 누나는 울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너무 어린 막냇동생을 떼어놓고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이웃집 논두렁을, 하얀 연기를 뿜는 소독차가 지나는 집 앞 신작로를 우리가 뛰어다닌 날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백수린, 「봄날의 동물원」중에서 서평가는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의 글을 누가 보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서평을 썼다. --- 정지돈, 「어느 서평가의 최후」중에서 “배우 맹순영 씨를 장국영 씨의 상대역으로 캐스팅하려고 합니다.” “장국영이요? 제가 아는 장국영이요?” 나는 맹순영의 얼굴에 떠오른 여러 감정들을 분석한다. 이전에 느낀 경악과 공포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기쁨과 긍정적인 놀라움이 전면에 두드러졌다가 곧 의구심에 밀려 옅어진다. --- 박서련, 「거의 영원에 가까운 장국영의 전성시대」중에서 법은 당신에게 일관된 진술을 요구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혼란 속에 있는 사람의 증언은 비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게 당신의 진실이에요. 당신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고 단 한 번도 거짓을 말한 적 없어요. --- 최정화, 「입」중에서 개별적 개체성, 그게 인간일 때의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었어. 동시에 나를 살아가게 했지. 개별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전체의 일부라는 건 모순이 아니야. 아니면, 전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 김초엽, 「늪지의 소년」중에서 희망이 하나 있다면 간혹 조명을 밝힌 곳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누군가 살아 있어서 저 조명을 밝혔을 테니까. 조명 주위에는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 --- 조해진, 「귀환」중에서 남희,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운이 좋았지. 그녀와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잖아. 그게 어떤 건지 태어나서 경험할 수 있었잖아. 어릴 때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지. 이런 사랑을 경험해보려고 태어났구나. 그걸 알게 됐으니 괜찮아. --- 최은영, 「데비 챙」중에서 앞으로 그녀를 만날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그녀는 옛 애인을 떠올리면 오징어부터 먼저 생각나겠지. 반숙 오징어. 그 생각이 정용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 이기호, 「휴게소 해후」중에서 정말 그랬다. 매일 밤 저 불빛을 종착점 삼아 여기까지 달려왔으면서도, 무감했었다.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아름답다거나, 축제 같다거나, 그런 생각은. --- 문진영, 「햇빛 마중」중에서 그 순간, 어느 때보다 수연의 마음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였다. 자신이 그런 것처럼 수연 안에도 꺼내지 않았던 수많은 말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그런 말들이란 기다리면 어느새 또 저절로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그 기다림 덕분에 관계가 이렇게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였다. --- 김혜진, 「극락조」중에서 신 씨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했다. 아침에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아들은 돌멩이를 던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무력해졌다. 그때가 아니었으면 다음이라도 아들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돌멩이를 던져야 할 문제는 여전했을 것이고 아버지인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을 테니까. --- 정용준, 「돌멩이」중에서 오늘 공연 어땠어? 언니가 물었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그저 무대 위의 소미와 어린 시절의 나만을 떠올리고 있었다는 것, 나도 모르게 아주 오랫동안 버려진 것만 같던 그 마음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정답처럼 굳혀놓은 그 시절이 문제라면 그 문제를 해명하거나 얽힌 일을 풀 당사자는 어쩌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도. --- 이주란, 「우리 소미」중에서 윽, 인간이군요. 지독한 미생물에게 걸리셨네요. 얘네들은 놔두면 계속 늘어나면서 행성을 엄청나게 망가뜨려요. 게다가 행성 하나를 다 망치고 나면 옆의 다른 행성으로 옮아가서 또 같은 짓을 벌입니다. 초기에 방제하는 게 좋은데 때를 놓치셨네요. 지금이라도 인류 전용 약품을 뿌려주세요. --- 이유리, 「가꾸는 이의 즐거움」중에서 |
작은 이야기가 보여주는
폭넓은 가능성 짧은 소설은 흔히 나뭇잎 소설(엽편), 손바닥 소설, 초단편, 미니픽션으로도 불리며, 분량이 짧은 만큼 삶의 어느 한순간, 생의 단면을 포착하는 재기발랄한 작품이 많다.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재치, 위트 등을 특히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한 줄의 메모와 단어에서 출발하여 펼쳐놓는 작가들의 개성은 실로 다양하지만, 함축적인 이야기로 길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는 소설적 감동을 준다. 분량의 제약은 한계가 아닌 자유로운 실험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책 말미에 실은 「작가의 말」 모음을 읽다 보면 이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작가가 몇 줄의 메모와 모티프, 노트에 있던 아이디어들이 저절로 이야기가 되었다고 말하며, 새로운 장르적 실험이 가져다주는 낯선 자유와 설렘, 글쓰기의 긴장감을 털어놓았다. “본업을 대하는 냉정하고 엄숙한 태도에서 조금은 비켜나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유롭게 썼다”(정이현)라고 밝히거나 “글쓰기 호흡이 긴 나에게 짧은 글쓰기는 매번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최은영)라고 고백하고, “귀엽고 재미있게 읽히기를”(박서련)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첫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기호는 “짧은 소설은 대체로 섬광처럼 나타나는 ‘순간’이나 ‘사건’에 집중하기 좋은 장르”라고 이야기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연작 짧은 소설 『눈감지 마라』를 쓰며 ‘인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기호의 「작가의 말」을 보면 ‘쉽게’ 쓰일 것만 같은 짧은 소설이어도, 어김없이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 또한 실감하게 된다.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 - 이기호, 「작가의 말」에서(『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을 두드리는 긴 여운 짧은 소설은 이어진다 『스무 낮 읽고 스무 밤 느끼다』의 표지는 그동안 출간된 짧은 소설집에 수록된 그림을 모아 숫자 ‘20’을 패턴으로 형상화했다. 편편이 그림을 넣어 소설과 그림을 함께 감상하도록 이끄는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의 특징을 집약한 표지이다. 그동안 쌓아온 시리즈의 개성을 보여주며, 앞으로도 이어질 글과 그림의 만남을 기대하게 한다. 새로운 재미와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해온 짧은 소설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매일매일 문학작품을 하나씩 읽고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어떤 스무 날을 그려본다. 그 독서 목록에 짧은 소설이 자리하기를 기대해본다. 일상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때론 근미래와 우주를 상상하고, 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짧은 소설은, 간결한 만큼 작가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기에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수없이 많은 질문 속에서 헤매다 어느 순간 섬광처럼 날아드는 통찰을 느끼는 것, 짧은 이야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