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아픈 나의 내밀한 안쪽을 향해 선을 넘어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다. 슬퍼하는 것을 넘고, 보호하는 것을 넘고, 염려하는 것을 넘는, 뜨거운 팔과 다리. 불가능은 없어! 함께 산을 오르자. 말하는 내 사람들. 알루미늄 지게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어땠을까. 독자는 안다. 흐르는 땀과 더운 숨이 깃든 시로 그려낸 풍경을 보고 또 봤으니까. 독자는 기억한다. 성동혁 시인이 나눠준 통증의 언어가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낫게 했는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 산을 넘고 하늘을 나는 우리의 연대가 단순한 문학적 수사가 아님을 시와 그림이 있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증명하고 있다.
성공한 코미디는 웃기고 훌륭한 코미디는 슬프다. 자기 존재를 구겨 타인을 즐겁게 하는 사람과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바로 나고 내 삶이 그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 때 웃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재미는 복잡해진다. 구겨진 자리에 새겨진 주름과 어둠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극이 관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자조를 섞지 않으면 예술을 말할 수 없는 시대. 모든 욕망을 무대 위에 올려 연기해야 하는 세계.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이제 가치가 없는 걸까? 모두가 사랑하는 그 이야기를 쓸 수 없거나 쓰고 싶지 않은 창작자는 의미가 없는 걸까? 어떤 사랑스러움을 포기하고서라도 쓰는 존재로 남고 싶은 최재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내게 의미와 가치로 읽혔다.
세계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오늘은 어 제와 같고 내일은 오늘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는 이에게 세계는 색을 보여주고 그에 걸맞은 감정을 선사한다. 단순히 시력으로만 세상을 보지 않는 것. 형상과 이미 지로만 파악하지 않는 풍경과 대상. 내게도 누군가 선물해줬으면 좋겠다. 세상의 색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경을. 무채색으로 어둡게 가려진 세계. 제대 로 볼 줄 안다는 인식 탓에 세계 안쪽에 존재하는 비밀을 감지하지 못하는 마비된 감각기관. 그것들 을 환하게 밝혀주는 안경을 쓰고 컬러풀한 세계를 바라보며 이렇게 외치고 싶다. " 리얼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