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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겨울통
정용준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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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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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우리에겐 때론 거짓말 같은 기적이 필요하다
한여름에 갑자기 찾아와, 겨울이 되면 사람을 물로 만들어버린다는 희귀병 ‘겨울통’. 연인이 겨울통에 걸려 어느 날 사라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랑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들에게 보내는, 정용준 작가의 위로.
2026.05.22. 소설/시 PD 김유리

책소개

목차

1부 소랑
2부 인하
3부 겨울통
4부 동아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너에게 묻는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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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65*243*20mm
ISBN13
9791167376756

책 속으로

“그 웅크림을 봤을 때, 어둠보다 더 어둡게 고여 있는 동그란 웅덩이를 봤을 때, 왜 내 안의 무언가가 우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졌을까. 그 후로 나는 잠자코 인하의 말을, 아니 인하의 소리를 기다렸다.”
--- p.78

“나는 둔해. 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거든.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도록 훈련했어. 그 감정이 지나고 나서야 아 내가 슬펐구나, 내가 외로웠구나, 화가 났구나 하고 알게 되지. 그런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 달라지고 싶어. 진짜.”
--- p.79

“물고기가 바닥의 작은 돌을 삼켰다 뱉을 때 하얗게 변하는 것. 서로의 몸이 닿는 부분이 환해지는 것. 인하의 명치에 이마를 대고 파묻히듯 가만히 있는 것. 그리고 느껴지는 것들. 그 어둠. 그 답답함. 그 먹먹함. 두 팔에 힘을 주어 인하를 당기고 또 당겼다. 피부에 멍이 들고 뼈가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 p.81

“이렇게 안고 있으면, 부드러운 그 머리통을 인형처럼 껴안고 있으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호흡을 느끼면, 내가 모르는 저 세계에 거주하는 연인의 몸을 안고 있으면 좋으면서도 슬퍼진다. 인하에게 나는 언제까지 다른 사람 중 한 명인 걸까. 그런 마음을 갖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서운해진다.”
--- p.81

“안고 있으면 딱 내 온도만큼 따뜻해지는 이불 같은 부드러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딱 적당한 사람이었다. 딱인데, 정말 딱인데 뭘 더 바라는 거야. 나는 스스로를 꾸짖는다. 넘치거나 과하면 바로 물러설 거면서. 가득 차면 바로 비워낼 거면서. 감히 더 바라다니.”
--- p.83

“나중엔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꺼내 읽었다. 책의 내용보다 내가 그 책에 남긴 흔적들, 이를테면 문장 밑에 그은 밑줄과 여백에 쓴 메모들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그것을 사랑으로 느꼈다. 그 순간을 자주 감각할수록 안심이 됐다.”
--- p.92

“인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스스로 서 있었다. 내게 조금도 기대지 않는 나무처럼. 내가 없어도 인하는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것이다. 나도 인하를 읽고 싶다. 나도 인하의 여백에 뭐라도 그려넣고 싶다. 그것이 못난이 괴상한 그림이라고 할지라도.”

--- p.93

출판사 리뷰

내 온도만큼 따뜻해지는 이불 같은 부드러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딱 적당한 사람이었다


동아와 인하는 소랑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났다. 참여자 스스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뒤 글과 그림을 묶어 ‘나만의 이야기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동아는 이야기 수업을, 인하는 그림 수업을 맡고 있다. 도서관 레지던시 작가로 소랑에 머물고 있는 인하는 언어장애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다. 음성 출력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지만, 동아와는 조금 느리게 대화를 나눈다. 인하가 쓰면 동아가 읽는다. 동아가 말하면 인하가 다시 쓴다. 인하는 자신에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동아가 좋았다. 둘은 느린 속도로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어느 날, 동아가 겨울통에 걸린다.

“그때 그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그는 스펀지 같았다. 온갖 감정을 머금고 있지만 겉으로는 한 방울의 마음도 맺히지 않은 얼굴. 나는 그를 움켜쥐고 쥐어짜고 싶었다. 말이든 생각이든 감정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질질 흘러내리는 걸 보고 싶었다. 그렇게 가벼워졌으면 했다.”(24쪽)

겨울통에 걸린 사람들은 신체 일부, 혹은 몸 전체에 묘한 감각을 느끼면서 감염을 확신한다. 그 느낌이 워낙 생경해서 증상을 느낀 사람들은 그냥 알게 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분쇄된 얼음알갱이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 바이러스의 모양이 육각형 모양의 스노우 크리스탈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겨울통이라 부른다. 피부나 근육에서 검출되면 부분 겨울통, 혈액에서 발견되면 전신 겨울통으로 분류한다. 전신 겨울통은 온몸을 잃고 부분 겨울통에 걸리면 신체 일부를 잃는다. 녹은 버터가 부드러운 절단면을 남기고 사라지듯 뚝, 하고 떨어진다. 바닥에 투명한 젤 형태의 액체만 남긴 채. 갑작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겨울통의 원인을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으므로 겨울통은 운명의 문제가 됐다. 둘은 슬픔에만 잠기지 않고 남은 시간 있는 힘껏 서로를 사랑하기로 한다. 하지만 동아는 안다. 인하가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런데 여기에서 널 만났어. 이상하게도 너는 갖고 싶더라. 곁에 두고 싶더라고. 그런데 나 요즘 또 그런 기분에 시달리고 있어. 널 잃게 될까봐, 갑자기 사라질까봐, 빈자리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그 끔찍한 삶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작은 방이 다시 빈방이 될까봐 두려워.”(95~96쪽)

자발적 고립의 시대
우리를 끝내 구원하는 것은 사랑일까


인하는 관계에 지친 현대인의 초상이다. 조소과에서 주목받던 루키였던 그가 대학원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밀려나 소랑이라는 낯선 소도시에 정착한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지우기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성실하고 무던한 청년으로 머물기. 이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하가 택한 최선의 존재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 꾸준히 마음의 파장을 일으키는 동아로 인해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바랐던 것은 철저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라는 것을. 비슷한 속도와 비슷한 온도로 자신을 온전히 긍정해줄 누군가가 필요로 했음을. 그런 사람에게라면 자신의 모든 마음과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기꺼이 내보이고 싶어 했음을 말이다. ​자발적 고립의 시대. 우리를 끝내 구원하는 것은 역시 사랑일까.

추천평

정용준 작가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부드럽게 나를 끌어당긴다. 《겨울통》 또한 그렇다. 사랑에 빠지면 기적을 바라게 된다. 어떤 사람은 바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적을 향해 걸어간다. 그 기적은 믿음이다. 네가 나에게 오고 있다는 믿음. 내가 너에게 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우리 헤어지지 말자’. 사랑은 너와 나 사이에 있지 않다. 너와 나를 껴안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은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아름다운 이 소설은 나에게 말한다. 사랑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야. 손을 잡고 안녕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 이야기 전부야. 이 책을 껴안고 나아가고 싶다. 전부를 넓히며 사랑하고 싶다. - 최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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