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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겨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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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은행나무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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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1부 소랑
2부 인하
3부 겨울통
4부 동아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너에게 묻는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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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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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67.36MB ?
ISBN13
9791167376459

출판사 리뷰

내 온도만큼 따뜻해지는 이불 같은 부드러움
내가 그토록 바라던 딱 적당한 사람이었다

동아와 인하는 소랑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났다. 참여자 스스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뒤 글과 그림을 묶어 ‘나만의 이야기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동아는 이야기 수업을, 인하는 그림 수업을 맡고 있다. 도서관 레지던시 작가로 소랑에 머물고 있는 인하는 언어장애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다. 음성 출력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지만, 동아와는 조금 느리게 대화를 나눈다. 인하가 쓰면 동아가 읽는다. 동아가 말하면 인하가 다시 쓴다. 인하는 자신에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동아가 좋았다. 둘은 느린 속도로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어느 날, 동아가 겨울통에 걸린다.

“그때 그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그는 스펀지 같았다. 온갖 감정을 머금고 있지만 겉으로는 한 방울의 마음도 맺히지 않은 얼굴. 나는 그를 움켜쥐고 쥐어짜고 싶었다. 말이든 생각이든 감정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질질 흘러내리는 걸 보고 싶었다. 그렇게 가벼워졌으면 했다.”(24쪽)

겨울통에 걸린 사람들은 신체 일부, 혹은 몸 전체에 묘한 감각을 느끼면서 감염을 확신한다. 그 느낌이 워낙 생경해서 증상을 느낀 사람들은 그냥 알게 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분쇄된 얼음알갱이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 바이러스의 모양이 육각형 모양의 스노우 크리스탈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겨울통이라 부른다. 피부나 근육에서 검출되면 부분 겨울통, 혈액에서 발견되면 전신 겨울통으로 분류한다. 전신 겨울통은 온몸을 잃고 부분 겨울통에 걸리면 신체 일부를 잃는다. 녹은 버터가 부드러운 절단면을 남기고 사라지듯 뚝, 하고 떨어진다. 바닥에 투명한 젤 형태의 액체만 남긴 채. 갑작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겨울통의 원인을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으므로 겨울통은 운명의 문제가 됐다. 둘은 슬픔에만 잠기지 않고 남은 시간 있는 힘껏 서로를 사랑하기로 한다. 하지만 동아는 안다. 인하가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런데 여기에서 널 만났어. 이상하게도 너는 갖고 싶더라. 곁에 두고 싶더라고. 그런데 나 요즘 또 그런 기분에 시달리고 있어. 널 잃게 될까봐, 갑자기 사라질까봐, 빈자리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그 끔찍한 삶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작은 방이 다시 빈방이 될까봐 두려워.”(95~96쪽)

자발적 고립의 시대
우리를 끝내 구원하는 것은 사랑일까

인하는 관계에 지친 현대인의 초상이다. 조소과에서 주목받던 루키였던 그가 대학원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밀려나 소랑이라는 낯선 소도시에 정착한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지우기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성실하고 무던한 청년으로 머물기. 이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하가 택한 최선의 존재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 꾸준히 마음의 파장을 일으키는 동아로 인해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바랐던 것은 철저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라는 것을. 비슷한 속도와 비슷한 온도로 자신을 온전히 긍정해줄 누군가가 필요로 했음을. 그런 사람에게라면 자신의 모든 마음과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기꺼이 내보이고 싶어 했음을 말이다. ?자발적 고립의 시대. 우리를 끝내 구원하는 것은 역시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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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기억도 시간도 어느 것에도 초점을 맞출 수 없는 모호한 감각 속에서 나는 무서웠다가, 극도로 편안했다가, 체념했다가, 절벽을 움켜쥐는 피투성이 손이었다가, 저 멀리 사라지는 이의 발걸음을 붙드는 함성이었다가, 덧없이 내리는 폭설에 사라지는 한 송이 불이었다.
j*****g 2026.08.28. 신고 공감0 댓글0
동아가 좋았다. 음성 기능을 사용하지 말고 패드만 보여달라고 했을 때부터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를 신경 쓰고 있었고, 그 섬세함이 고마웠다. 필담으로 말을 주고받기 시작하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마음이 간지러웠고 감정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질적인 느낌 없이 완전히 수평적인 자리에 서서 시선을 맞추고 하는 대화. 오랫동안 그 느낌을 잊고 살았고 나
j*****g 2026.08.28. 신고 공감0 댓글0
하지만 나는 그 금이 나와 동아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금 안쪽의 세계는 금 바깥의 세계와 구별된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며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독립된 세계다.
j*****g 2026.08.28. 신고 공감0 댓글0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에 관해. 변하기로 결심한 사람에 관해. 어쩔 수 없다고 알려진 것에 관해. 그러나 그것에 맞서고 싶은 사람에 관해. 그 어리석음과 환상. 무모함과 무용함에 관해. 두둔하고 싶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것과 더는 믿을 수 없는 믿음까지도.

?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도 질질 땀 흘릴 수 있는 동물과 눈보라가 눈물을 얼려도 계속 울 수 있는 보석 같은 사람
j*****g 2026.08.28. 신고 공감0 댓글0
제대로 던지지 못할까봐 던지지 않았다. 오해받고 싶지 않아 마음을 감추고 감정도 감추고 행위까지 감췄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무서워 시도하지 못했고 나아가지 못했고 건네지 못했다. 내가 한 유일한 노력은 계속 0을 유지하는 것. 거슬러오르지는 못하고 휩쓸려가지도 않으려는 내 안간힘을 사람들은 안정감으로 느꼈다.
j*****g 2026.08.28. 신고 공감0 댓글0
그냥 보여줘야 했다. 나쁜 모습을 감추려고 전체를 감출 게 아니라. 동아는 늘 그걸 원했다. 그냥 알려주기를. 그냥 말해주기를. 뒷모습. 헛소리. 잠꼬대.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내가 동아에게 했듯, 동아가 내게 그렇게 했듯, 배낭을 꽉 끌어안았다.
j*****g 2026.08.28.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