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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이 맞닥뜨리는 욕망까지 인간의 다채로운 면면을 담아낸 이야기로 가득하다.「변신 이야기」는 다른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한 여성이 희귀 품종 번식에 가담하기 위해 뱀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큰돈을 벌고자 암컷 뱀이 되어 번식 실험에 참가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난 수컷 뱀에게 사랑을 느끼며 그와 뱃속의 자식들과 함께 뱀으로 살고자 한다.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동물의 본능을 동시에 밀어붙이며 “소설의 육체”이자 “소설의 장면이 해낼 수 있는 일”(최은미 리뷰)이 무엇인지 강렬하게 선보인다.「신년음악회」는 고요하되 묵직하고 고독하되 후회하지 않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성실히 풀어내는 소설이다. 남편이 사망한 후 합창단에 들어가 신년음악회를 준비하는 ‘효진’은 합창단원들 사이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삶에 남은 균열과 허무를 곱씹는다. “삶의 작은 기미와 설렘, 지루하고 기분 나쁜 울렁임, 불안으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 등”(강영숙 리뷰) 서유미가 소설로 쌓아놓은 삶의 면면은 우리를 단원들 속에 놓기도 하고, 그 단원들 사이에서 쓸쓸히 노래하는 ‘효진’의 맞은편 관객석에 앉히기도 한다. 떠나간 것과 그후의 삶을 되짚는 서유미의 음악 같은 문장에 귀기울이지 않을 방도가 없다.「커튼콜도 없이」는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일하고 생계를 꾸리지만 빈곤에 허덕인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여성의 삶을 나란히 놓는다. 예술성과 자유에 삶을 맡긴 ‘향모 언니’를 바라보는 ‘연수’, 그의 삶은 언니와 정반대로 자본과 계산이라는 가장 세속적인 습속에 길들여져 있다. 인형극을 하는 향모와 누군가의 지인으로 연기하는 연수는 각각 “자신은 선한 인간이라는 믿음”으로, “사회 속에 생존하는 방식”(황종연 리뷰)으로 연극을 택한다. 소설은 “연극적인 것이 예술적인 것과 분리되고 실용적인 것과 결합한 끝에 보통 사람의 돈벌이 수단”(같은 글)이 되어버린 작금의 사태에 주목하며 현대사회에 내재된 소외와 비극, 그 모순을 심오하게 고발한다.「너는 나의 이야기」는 노년 여성의 ‘자서전 쓰기’라는 독특한 제재로 진행된다. 장애가 있었던 자식 ‘고명근’을 잃고 지내는 생활을 천천히 관찰하고 묘사하며 시작되는 소설은 나아가 화자인 ‘장형자’ 자신의 삶 전체와 내면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임현은 이를 비극이 아닌 막막하지만 꿋꿋한 삶의 빛으로 천천히 풀어낸다. “작가가 자신의 렌즈를 최소화한 채 자기 외부의 고통을 투명하게 받아들여야 가능”(김금희 리뷰)하다는 설명은 이 소설과 임현의 시도가 삶의 난감함과 숭고함을 해치지 않고 포착해냈음을 보여준다.「검침원」은 초보 가스 검침원인 ‘송수’와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하는 베테랑 검침원 ‘순무’가 한 집의 검침을 함께하다 얽히는 이야기다. 타인의 마음과 상황 그리고 비밀을 들여다본다는 행위가 집집을 돌아다니는 검침의 외피를 쓸 때, 그렇게 송수씨와 순무씨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타인의 비밀을 마주하게 될 때, 소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다정한 구원으로 나아간다. 뿐만 아니라 정용준 특유의 리듬감과 유려한 문장은 그가 촘촘히 만들어낸 인물들을 거쳐가며 빛을 발한다.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없이 작중인물의 마음 알아주기에 온 힘을 다하는”(김경욱 리뷰) 정용준은 소설의 이야기를 풀어둠으로써 종국에는 우리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놓게끔 한다.「실패담 크루」는 기묘하고 독특하지만 오싹할 만큼 현실적이다. 방치 가정에서 나고 자라 악착같이 성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화자는 수습 변호사로 일하던 로펌 대표의 전 애인 ‘성지연’에게 발탁돼 실패담을 나누는 모임에 초대받는다. 실패담을 발표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기묘하고 계급 격차를 느끼게 한다. “감정과 느낌마저도 식민화하는 세습 자본의 문제를 다루며 층층이 계급화된 한국사회의 모순과 긴장을 포착”(오은교 리뷰)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실패’를 둘러싼 진정성, 기분으로서의 실패라는 새로운 경지를 탐문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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