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 시절 경성에도 없는 것 빼고 다 있었군.’ ‘현대와 비교해도 빠질 것 없겠군.’ 명성아파트 입주민들의 면면을 보노라면 이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세련된 독신자아파트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사람들의 군상극이니 모던함의 극치일 수밖에. 게다가 명성아파트는 현대인들이 감히 넘보거나 탐내지 못할 것을 둘이나 더 품었다. 하나는 우리의 주인공 입분, 또 하나는 괴이쩍고 으스스한 살인 사건. 믿을 사람 하나 없는 1939년 명성아파트를 마주하면 오싹한 소름이 돋지만, 부지런히 그에 맞서는 입분을 보면 이 아이와 함께 진상을 끝까지 추적해야겠다는 용기가 솟는다. 어리숙한 듯 슬기롭고 저도 모르게 사랑스러워버리는 묘한 주인공, 꼭 한번 만나보시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