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녀대전이다. 지칠 줄도 모르고 직진하는 주인공처럼, 나도 이 소설을 어디쯤에서 끊어야 할지 몰라 단숨에 읽고 말았다. 기이한 것은 서두에서 다짜고짜 패륜을 고백하는 주인공에게 어느 순간부터인지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 책을 덮을 때쯤 극대화된 나르시시즘과 초고도의 자기파괴 욕구가 서로 포개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둘로 짝을 이루는 동시에 연결되어 있어 하나인 것. 양극단에 놓인 듯 보이는 두 감정은 사실 우리가 펼친 책의 양쪽 면과 같다. 마지막 문장을 읽자마자 첫 페이지로 되돌아갔다. 나는 이 소설을 몇 번 더 읽게 될 듯하다. 차마 우리 엄마한테는 이 소설을 추천할 수 없겠지만.
평범했던 우리 집은 트럭 운전수인 아버지가 당한 임금체불 때문에 무너졌다. 사십 대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어머니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대학을 그만둔 나는 최저시급을 받 으며 방송작가로 일했다. 해산물 뷔페에서 전공과는 상관도 없는 고강도 노동을 하던 동생도 있다. 그래서 아프게 읽었다.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어서. 내가 아는 모든 삶의 구석구석에서 태연히 일어나는 사건들이어서. 그래서 뒤늦게 깨닫는다. 당신이 필요했구나. 내가 맞닥뜨렸던 태연한 악당들과 싸울 때. 이제라도 이 글들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당신의, 당신이 연대했던 모든 당신들의 치열함에 위로받는다.
연예인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고 부모님의 실망을 피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 살인자를 처단하기 위해 또 다른 살인자가 되어 복수에 성공한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었다.독서실에서 주인공이 받은 쪽지'되도록이면 볼펜, 열람실 밖에서 누르고 들어와주세요’ㅋㅋㅋㅋㅋㅋ 빵터졌다.#받아본 쪽지 중 제일 황당했던 것은‘되도록이면 볼펜, 열람실 밖에서 누르고 들어와주세요’였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경아한테도 사진을 찍어서 보냈고, 경아는 ‘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답장을 보낸 다음 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