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것도 사실 창작이네? 행복하길 기원했든 불행하라 저주했든, 아직 지면에 옮겨지지 않았을 뿐인 2차 창작이었네. 그러니까 이건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현재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그 사람이 가야 할 미래를 그린 무궁한 상상의 이야기. 남성향 성인 웹툰 캐릭터에 빙의한 인물과 그 만화를 그리고 있는 인물의 눈이 마주치는, 기이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 권혜영은 이야기와, 이야기 속 이야기와, 이야기 바깥을 쾌속으로 꿰고 뒤집는다. 독자가 바늘땀 자국을 찾아다니는 사이에 불가능할 것 같은 장르적 전복을 감쪽같이, 심지어 귀엽게 일으켜 버린다.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기어이 다시 찾게 되는 것이 명작의 조건이라면, 이 소설은 회빙환 시대의 고전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