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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유행
(몸에) 좋은 사람 어떤 사랑의 악마가 있어 문어와 나 Everything is gross but you 드라마 우주에서 가장 신분 차이 나는 짝사랑 Love, it’s a bit old-fashioned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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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해, 네가 살아 있다는 게.
네가 너라는 게. 그게 고마워. 이게 고마운 이유는 내가 너를 사랑해서겠지. ---p. 28, 「사랑은 유행」 중에서 얼굴? 안 봐요. 진짜 안 봐요. 아닌가 조금 보긴 보나?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수비 범위가 넓다. 덕질 용어인 것 같기도 하고 일본어에서 온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 머리 짧아도 좋고 장발도 좋고, 피부 하얘도 좋고 좀 탄 색깔이어도 좋고. 무쌍은 무쌍대로 매력 있고 쌍꺼풀 진해도 좋고. 뭐랄까 리치한 매력? 카르보나라 같은 거죠. 무쌍이 한식이면 유쌍은 파스타. 좀 이상한 비유인가? 그럼 이렇게 말하면 어때요. 한식 양식 다 좋아하는 거. --- p. 59, 「(몸에) 좋은 사람」 중에서 “너 지금은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 정도나 눈에 들어오지. 그런데 네가 나이 먹고 나서는 어떨 것 같아? 그때 가서도 열 살 정도는 많아야 남자로 보이면. 그러다 유부남 만나면? 위자료 수천 뜯기고 에타 블라 네이트판에 이름 빼고 다 올라가는 거야. 그럼 답 없는 거야. 개명하고 이민 가야 돼.” “뭐야, 그 구체적인 저주는?” “저주가 아니고 미친아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란 말이잖아.” 어쩌겠어, 대디 이슈인걸. --- p. 117, 「어떤 사랑의 악마가 있어」 중에서 하여,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당신은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와 그로 인해 정말로 나아진 실상의 총합, 그것이 당신에게는 사랑이었습니다. --- pp.166-167, 「문어와 나」 중에서 “우리가 자고, 우리가 쉴 때도 사랑은 잠들지 않고 지치지 않아요. 사랑은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 자체보다 위대해요. 내 말을 이해하겠어요?” --- p. 243, 「Everything is gross but you」 중에서 사랑의 먹이는 말하기와 듣기야. 그 먹이의 영양분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야. 그 영양분의 수용체는 상상력이야. --- p. 255, 「드라마」중에서 이 비천한 내가 당신처럼 고귀한 존재를 감히 사랑합니다…… 물론 이는 사랑에 빠진 이들이 즐기는 문법 가운데 하나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인 경향이다. 자신과 상대의 가상의 낙차를 설정한 후에 그 낙차를 거침없이 침범함으로써 사랑의 크기를 확인하고 그 사랑의 성격을 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드는. 물론 나는 숭배받을 기회를 마다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 p. 336, 「우주에서 가장 신분 차이 나는 짝사랑」 중에서 “내가 보기에 AI 데이팅 하는 사람 중에 이게 가짜인 거 모르는 사람은 없어. 다 알고 하는 거야. 알지만 그 가짜를 과연 얼마나 실감나게 연출해주는가, 문젠 그거야. 중요한 건 실체가 아니라 실감이라는 거지. 알아들어?" --- p.361,「Love, it’s a bit old-fashioned」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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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이 빚어낸 총천연색 진짜-수제-사랑♥
사랑의 힘(力) 그리고 사랑의 힘(Hymn) “박서련의 소설은 사랑의 가장 다정한 지도인 동시에 해부도다.” _송희지(시인) Ep. 1―사랑은 유행: “뭐…… 감사합니다? 이런 말씀 드려야 하나요?” 당신은 잘생기고 키 크고, 성격 반듯하고 머리 좋은 아들 ‘수호’를 둔 엄마. 당신은 이 의젓하고도 완벽한 아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 너무 좋아 가슴이 미어진다. 어느 날 당신은 사랑에 힘입어 아들이 의대에 갔다는 이웃을 만나게 되고, 수호 역시 그러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러나 웬걸, 수호의 첫 여자친구는 당신의 눈에 조목조목 마음에 들지 않고, 수호에게 생긴 로로마의 효과는 입시에 하등 쓸모가 없다. 교양 있고 의식 있는 ‘아들 맘’인 당신은 “그 당돌하고 약아빠진 계집애”(52쪽)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Ep. 2―(몸에) 좋은 사람: “선배도 아는 줄 알았는데. 내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어 안달이 난 봄의 캠퍼스. “남의 사랑에는 항상 조금 역한 부분이 있다”(62쪽)고 느끼는 ‘나’이지만, 아무렴 내 사랑은 소중하고 애틋하다. 독서 모임에서 만난, ‘나’처럼 『모모』를 좋아한다는 ‘현우’ 선배. “너무 설레면 짜증이 날 수도 있”(87쪽)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현우 선배. ‘나’는 그의 도서 대출을 도와주는 것을 계기로 불쑥 가까워지고, 일생일대의 플러팅을 개시한다. “점심 말고 저녁 사주세요. 술 사주세요.”(91쪽) Ep. 3―어떤 사랑의 악마가 있어: “사랑, 그것은 제국주의의 발명품. 왜냐하면 그것은……” 또래 남자들에게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는 ‘나’. “미안하지만 다 애새끼 같달까.”(117쪽) 나의 ‘대디 이슈’에 친구들은 입을 모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며 아우성친다. 그런 걱정 때문 탓은 아니지만, 마침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제법 어른스러운 연하 ‘현우’와 ‘나’는 연애를 시작한다. 그런데 ‘나’는 로로마 반응성이 낮은 경우인 걸까? 아니면 현우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현우는 잘 훈련된 경찰견처럼 내가 있는 곳까지 정확히 찾아오던데…… Ep. 4―문어와 나: “독점 관계 지향인들의 죄의식을 생각하면 늘 안타까워요.” 부정을 저지른 ‘당신’은 도망치듯 유학 시절의 도시로 떠나온다. 약간의 충동, 약간의 죄의식, 약간의 체념 그리고 충분한 익명성. 그러나 이곳은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는 곳이기에 ‘당신’은 더욱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 그러다 ‘당신’은 한 스패니시 바에서 ‘펠리페’라는 상냥한 남성과 합석하게 되고, 그의 앞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온다. 그 흐느낌은 스콜과도 같았으며 정화 의식처럼도 느껴진다. 펠리페가 ‘당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기 전까지는. Ep. 5―Everything is gross but you: “예수님, 제발 저와 사귀어주세요.” 마담 ‘툴루즈’는 ‘사랑의 진리’라는 이름의, 능동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하는 공동체를 만든다. “나는 오늘 밭에 나가 오렌지를 한 바구니 따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을 목표로 움직여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나는 오늘, 아나를 사랑하겠어.”(207쪽) 그러나 무성애자인 ‘샤시’는 마담의 눈에 불가사의(하고도 못마땅)한 존재. 이제 마담은 그녀만을 위한 특별 훈련을 도모한다. “특정한 개인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이 당신의 소질에 맞지 않아서일지 몰라요. 당신은 더 큰 것을 사랑해야 해요. 인류 전체를 말이지요. (…) 샤시, 나는 당신을 위대한 사랑의 존재로 만들고 말겠어요.”(241쪽) Ep. 6―드라마: “시간을 돌려도 나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 거야.” 기적과도 같은 첫 만남, 그리고 썸, 고백의 시간을 지나 ‘나’와 ‘보미’는 이제 이혼 법정 앞에서 대기중이다. ‘동성 간 혼인신고 허용’ 속보가 뜬 당일에 손잡고 구청으로 달려간, 그러고는 두 달 만에 식까지 해치운 ‘너’와 ‘나’. 그런데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너’가 처음으로 사고를 낸 날이기도 하다. “무사고 운전 경력을 자랑하던 네가 하필 가장 자신 있어하는 주차에서 실책을 냈으니 네 심정은 어땠을까.”(287쪽)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우리 사랑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결혼식 당일에 하고 싶지는 않았어.”(같은 쪽) Ep. 7―우주에서 가장 신분 차이 나는 짝사랑: “이제 말하고 싶어요. 너무 오래 숨겼으니까.” 2001년, ‘나’는 애인의 죽음 이후 괴로워하다 피지섬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선박 사고로 인해 ‘나’는 운이 좋게도 살아남았으나 사고 지점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떠내려간다. 그곳에서 ‘나’는 가까스로 구조되어 ‘토리에모’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여신의 샘’에서의 물장난 이후 여태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던 그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나’는 여기서 눌러앉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Ep. 8―Love, it’s a bit old-fashioned: “인생……은 뭐고 사랑……은 뭘까.” 고교 시절의 첫사랑과 헤어진 후 ‘나’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너무 사소한 손해들이어서 민망하지만 총체적으로는 엉망”(363쪽)인 나날. ‘나’는 입시도 취업도 잘 풀리지 않아 이제는 편입 학원에서 만난 아는 형 사무실에 나가 개발 비슷한 일을 한다. 형이 만드는 앱은 AI 인격을 생성해 데이트 상대로 삼는 것으로, ‘나’는 테스트 과정에서 예의 첫사랑을 닮은 ‘제이’를 생성해 대화를 시작한다. “너랑 헤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해. 그때. 정말 미안했어”(367쪽)라며 제이는 말을 걸어오고, ‘나’는 위화감과 친밀감을 동시에 느끼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오늘 반창회 올 거야?”(383쪽) 작가의 말 오늘만은 최소한의 단어들로 사랑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잃을 때 우리는 조금씩 부서진다. 부서진 우리에게는 다시 사랑이 필요하다. 부서졌으면서도 사랑을 하려 한다. 부서졌기 때문에. 이 힘은 늘 내 상상력을 미천한 것으로 만든다. 사랑해. 부서진 내가 부서진 너를. 박서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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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강가에 놓인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처럼, 박서련은 소설이라는 몸짓을 경유하여 인물과 인물을, 사건과 전사를 넘나든다. 그 사이마다 들끓는 사랑, 이라는 난데없고 복잡한 힘의 푸가(fuga) 음률을 자유로이 횡단한다. 소설 속에서 사랑은 때로는 불같은, 때로는 추운 밤 같은, 때로는 가정법원 같은, 때로는 외딴섬의 샘 같은 실체로 거듭 몸을 바꾼다. 때로는 한밤의 술 게임처럼 가볍다가도, 순식간에 누군가의 발소리처럼 둔중해지는 그 멜로디를, 거침없이 뛰어넘고야 마는 그 점프력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흠뻑 울고 함박 웃으며 『사랑의 힘』을 읽는 동안, 나는 꼭 내 안에 로로마를 들이기라도 한 듯, 사랑과 사람을 깊이 읽는 시각이 훅 트이는 것을 실감했다. 그 힘은 필히 소설로부터 옮아온 것일 테다. 박서련의 소설은 사랑의 가장 다정한 지도인 동시에 해부도다. - 송희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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