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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Ahndoril,라르스 케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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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는 발코니 문 너머에 있는 화초들, 작은 흰색 탁자, 고리버들 소파, 노란색과 주황색 쿠션들을 훑어보았다. 빨랫줄에 걸린 집게가 난간 안쪽을 건드리며 가볍게 챙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율리아가 막 몸을 돌리려는 찰나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검고 매끄러운 탄소강 같았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판단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지만 금세 정체를 알아차렸다. 부리였다. 산들바람에 깃털이 가볍게 흩날렸다. 발코니 소파 위 쿠션 사이에 죽은 까마귀 한 마리가 끼어 있었다.
--- p.25 닫힌 문들과 쌓여 있는 의자들, 이삿짐 박스가 가득한 복도를 지나며 율리아는 토미가 겪어 온 삶의 경험이 그에게 준 것보다 앗아 간 것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흰색 페인트가 점점이 묻은 반쯤 열린 문 위에는 누군가 ‘제2 리허설실’이라고 적힌 코팅된 종이 한 장을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는 것은 범행을 저지를 기회가 있었던 인물을 식별하는 핵심 단계 중 하나다. --- p.108 비앙카는 입술로 담배 한 개비를 물고는 라이터 덮개를 젖힌 뒤 엄지로 휠을 돌렸다. 그 순간 거대한 불길이 확 치솟으며 방 안을 환하게 비췄다. 비앙카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 위로 손을 휘저었다. 라이터 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며 떨어졌다. 커튼에 불이 옮겨붙었지만, 율리아가 재빨리 다가가 지팡이로 커튼을 끌어 내린 뒤 발로 밟아 불길을 잡았다. --- p.161 11시 45분쯤, 출연진은 세트 디자이너가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온 테이블 주위로 모여들었다. 가로 약 80센티미터, 깊이도 그에 가까운 무대 축소 모형이 놓여 있었다. 무대 바닥과 배경은 버려진 전장을 떠올리게 했다. 시체들과 먹이를 쪼는 까마귀들, 앙상한 나무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황폐한 풍경은 끝없는 회색빛 단조로움 속으로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는 이 작품에 기묘한 초현실성을 더하는 거대한 주사위 하나가 놓여 있었다. --- p.199 율리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려던 바로 그때, 현관 복도와 거실 사이 유리문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집 안에 있었다. 숨을 죽인 채 자리에서 일어난 율리아는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주방 쪽에서는 접시들이 작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옷장 안으로 몸을 숨기고 문을 닫았다. 창백한 빛을 내는 모니터 화면 속에 복면을 쓴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침입자는 주방을 빠져나와 카메라에 잡혔고, 잠시 뒤 거실 화면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p.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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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귀환인가, 누군가의 완벽한 연기인가
무대 위 모두가 용의자가 된 연극 같은 미스터리 유명 배우 비앙카 살로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약혼자 니콜라스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믿는다. 침대 곁에 남겨진 낯선 기척, 분장실에서 벌어진 의문의 화재, 설명하기 어려운 불길한 사건들. 심지어 어느 날 밤에는 침실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까지 한다. 주변 사람들은 불안과 상실이 만들어 낸 착각이라고 말하지만, 비앙카는 확신한다. 죽은 약혼자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공교롭게도 비앙카가 출연하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공연이 다시 막을 올린다. 피와 욕망, 광기와 죄책감이 뒤엉킨 비극처럼 극장 안에서도 긴장감은 서서히 차오른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오가는 분장실과 복도, 무대 뒤편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는 속내를 감추고, 누군가는 서로를 경계한다. 사설탐정 율리아 스타르크는 사건을 의뢰받고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될수록 의심은 특정 인물 하나가 아니라 극장 전체를 향한다. 배우들은 저마다 비앙카를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질투하거나, 오래된 감정을 숨기고 있다. 누구도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진실을 말하는 사람조차 어딘가 석연치 않다. 비앙카를 둘러싼 사람들, 그들 모두에게는 감춰진 역할이 있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극장에는 비앙카의 과거와 현재를 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다시 막을 올리는 「맥베스」의 연출가 레지나는 비앙카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그녀를 누구보다 세심하게 살피는 인물이다. 맥베스 역을 맡은 인기 배우 미코는 비앙카에게 노골적으로 다가서는 남자이자, 3년 전 니콜라스와 폭력적인 충돌을 일으킨 당사자다. 비앙카와 묘하게 가까운 동료 배우 라몬, 오래된 극장의 기억을 간직한 노배우 토미, 비앙카에게 배역을 빼앗긴 상처를 품은 프롬프터 우르술라, 극장 보안과 출입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비앙카의 불안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그날 밤 무대 뒤편 어둠 속을 오갔다. 여기에 비앙카에게 여전히 미련을 드러내는 전 남자 친구 소니, 니콜라스의 죽음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가족들의 침묵까지 더해지며 사건은 단순한 스토킹을 넘어선다. 누군가는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고,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려 한다. 무대의 막이 내리기 전, 율리아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진실과 연기가 뒤섞인 이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이는 누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