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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희
필사 엽서(도서 내 삽지), 양장
조해진
현대문학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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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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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작은 역사들을 기억하며
역사 속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들을 조명하는 조해진의 신작. 일제강점기와 제주 4.3, 군부 독재 정권을 지나 현재까지 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끝내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내온 이들의 이야기.
2026.05.12. 소설/시 PD 김유리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우리 세희 7
작품해설 152
작가의 말 174

저자 소개 1

趙海珍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를 장면으로 기억하는 내게는 인생 영화가 딱 한 편 있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재생해보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까지 잊은 적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를 장면으로 기억하는 내게는 인생 영화가 딱 한 편 있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재생해보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까지 잊은 적 없고 앞으로도 잊고 싶지 않은 두 장면이 있는데, 슬픔이 차오를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 엔딩 신과 언제라도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 속 생일 파티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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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0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04*182*20mm
ISBN13
9791167903594

책 속으로

* 그들에게 고향은 마음이 다치고 몸이 상한 채로 돌아가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곳이었다. 살면서 겪어온 모든 서러움을 헤아리고 상처를 봉합해주는 그곳에서 싱그럽도록 젊은 아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리라고 그들은 믿었다.
이미 버려진 적이 있으면서, 배신당한 채 다시 떠나오기도 했으면서, 그들은 투명한 수정구처럼 그 믿음을 보듬었다.
보듬을 수밖에 없었다.
끝내 탈피하지 못한 번데기도 꿈에서는 잃어버린 날개를 찾듯이.
처음부터 없던 날개인 줄도 모르고.
--- p.74

* 욘주, 나는 준비가 된 것 같아.
상상의 통로를 지나온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나는 울지 않기 위해 내 운동화만 내려다봐야 했다.
하지만 센세와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잠시 뒤 나는 속으로만 웅얼거렸고 선생님은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너무 멀리 가지 마세요.”
마침내 목구멍 안에 갇혀 있던 목소리가 입술 밖으로 나왔을 때, 선생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부재하는 그의 자리, 부재를 예감하게 하는 내 자리, 소리가 안내하는 긴 여정의 끝에서 나는 쓸쓸해졌다.
선생님의 환영은, 그날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 pp.86-87

* ‘세’ 뒤에 ‘희喜’를 넣어 ‘세희世喜’를 완성한 사람은 외할아버지였다. 세이지sage의 꽃말은 ‘구원’. 그러니까 ‘세희’는 세상과 세상에 속한 스스로를 구원하면서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히로코가 그저 몸에 맞는 옷이라면 세희는 보호막 같은 옷에 가까웠다고 엄마는 말했다.
세희야, 라고 불리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고도.
--- pp.95-96

* “부탁 하나 해도 될까?”
주사를 맞고 몽롱해하던 엄마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우리 오마니와 아바이, 그리고 오빠를…….”
“…….”
“잊지 말아줄래?”
물으며, 엄마는 밀려오는 약기운에 투항하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잊지 않아…….
잠든 엄마 곁에 앉아 그렇게 되뇌던 그때처럼, 3년여가 흐른 지금, 이 낯선 도시에서 나는 가만히 속삭였다. 불러보고도 싶었다,
세희야, 라고.
우리 세희야.
--- p.100

* 지켜주겠노라고.
지나가는 바람에도, 처마 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방울에도, 휴지나 왜곡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도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도록, 반드시…….
살아 있는 한, 반드시, 언제까지라도.
--- p.120

* 그 순간 대합실 문턱을 넘어선 선생님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철로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내 눈에는 보였다. 그는 결국, 그 길을 끝까지 가볼 작정인 모양이었다. 엄마처럼, 그의 어무이와 아부지처럼, 내 외삼촌과 외할아버지처럼, 그토록 덧없이, 다만 혼자서…….
물론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마흔아홉 시간 뒤 선생님이 누워 있는 삼나무관 앞으로 걸어간 내가 내 귀에만 들리
는 욘주 왔구나, 그 목소리에 이렇게 대답하리란 것을.
세희도 같이 왔어요.
세희, 우리 세희도요

--- p.147

출판사 리뷰

사라지지 않은 기억으로 서로의 삶을 연대해온 이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

조해진 작가의 이야기는 불쑥 들어와 심장을 쥐어짠다. 우리는 그제야 산 자들이 견뎌온 무수한 세월을 아프게 감각한다.
-예소연(소설가)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해 24년차 소설가가 된 조해진은 그간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의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발표한 소설집과 장편소설에서는 탈북자, 여성, 노인, 이주민 등 주류 세계에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을 담담한 문장으로 조명하며 그들의 삶을 위무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발표한 『우리 세희』는 일본에 사는 재일 한인, 자이니치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런던으로 출장을 온 ‘연주’가 일본에 있는 ‘센세’(선생님의 아내)로부터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선생님과 센세는 자이니치인 연주의 엄마, 오세희와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존재들로, 서로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가족 같은 관계이다. 연주는 위독한 선생님을 떠올리며 북촌에서 처음 그들을 만났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를 교차시키며, 엄마와 선생님 부부가 어떤 시대를 통과해 왔는지, 자이니치들이 어떤 차별과 상실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상기하며 자신의 삶과 가족의 역사를 마주한다.

또한, 런던에서 일본계 영국인 예술가 ‘제이비 류’를 취재하며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그의 작품을 통해 자이니치의 역사와 폭력의 기억, 그리고 국가와 경계가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현재의 런던, 과거의 서울과 일본을 오가며 선생님의 죽음을 예감하는 시간 속에서 연주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떠나간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을 소환한다. 소설은 한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곧 국적과 언어, 경계와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던 이의 삶 전체를 조명하고, 작가는 특정한 역사적 비극을 전면화하기보다, 그것이 한 사람의 말투와 몸짓, 침묵과 관계 안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역사와 개인, 상실과 애도, 떠남과 귀환이 포개진 자리에서 끝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작품을 두고 누군가는 역사와 소설의 관련성을 질문하며 팩션faction으로서 이야기의 가치를 논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실제 역사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역사 서술 주체에 따른 타자화의 문제 및 그 시대의 주된 이념과 가치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해진의 소설이 실제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삼아 그 시대를 살았음 직한 인물을 내세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기왕의 구분과 의미 자체를 허무는 무엇이다. 주체와 타자, 이념과 반-이념, 선과 악, 행과 불행 등 인간 사회가 이분법적으로 만들어놓은 의미의 경계를 무화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것. 달리 말하면 기억들의 사이를 벌려놓으면서 지나간 일들이 매끄럽게 하나의 사건으로 봉합될 수 없게 만드는 감각적 존재를 관찰하고 그들의 연결이 빚어내는 새로운 해석, 혹은 세계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하는 데 그의 소설의 독보적인 존재 의미가 있다.
-김나영(문학평론가)

기억과 애도, 디아스포라의 역사, 그리고 끝내 누군가를 기억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문장 속에 담으며, 상실 이후에도 끝내 누군가를 기억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조용하면서도 깊게 탐색하는 작품이다.

때로는 폭풍 같았을, 때로는 노래 같았을 삶을
작은 역사로 살아낸 모든 자이니치에게 보내는 헌사


이 소설은 어떤 존재가 어떻게 지워지는가를 세밀하게 쓰면서 동시에 바로 그 쓰기의 과정에서 되살아나는 존재를 보여준다. 때문에 소설을 따라 읽다 보면 독자 역시 누군가를 되살리는 일에 자연히 동참하게 되고 그 도중에 무엇의 재생을 희구하는 일이 과거의 한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부분을 포함한 전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실감하게도 된다. 그렇게 쓰여지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라는 살아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게 하면서 현재를 새삼 낯설게 실감하게 한다.
―김나영(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고故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접한 이후부터 ‘자이니치’(재일조선인)는 내게 알고 싶고 알아가야 하는 하나의 영토가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모델이 되어준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그들이 책과 필름에 남긴 그들의 가족과 친구, 친척과 이웃의 삶에도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큰 빚을 졌다.

(……) 작년 11월, 소설을 위해 오사카의 이쿠노구를 찾아가 인물들의 동선을 상상하며 나는 소망했다.

그때의 그 소망대로…….

때로는 폭풍 같았을, 때로는 노래 같기도 했을 저마다의 삶을 작은 역사로 살아낸 모든 자이니치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소설〉, 그 쉰여덟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분기별 출간하는 것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2026년 첫 출간되는 057번부터는 기존 6권, 4권 단위로 한 명의 표지 작가의 작품으로 묶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 권 한 권이 한국 문학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으로 새롭게 큐레이션되고, 기존 25일이던 출간일을 5일로 바꿔 내놓는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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