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꿈속 ·7
SINSIN AND THE MOUSE ·16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 ·74 카론테 ·125 산호 반지 ·183 나사케시마 ·193 작가의 말 ·227 |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상품
김난주의 다른 상품
|
그때 세상은 평화롭고 폭풍우도 죽음도 없었으니 나는 어린아이일 수 있었다.
아빠가 떠난 후 나는 완벽한 그런 한때가 있듯이 아주 반대로 불안밖에 없는 나날도 있다는 것을, 그런 날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57 각오를 다지고 나자 보이는 풍경이 모두 평온해 땅속이나 바닷속이나, 그런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인생이란 불행과 행복으로 짜인 새끼줄이 아니라 돌고 도는 순간의 이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58 쌓아 올린 것을 다시 잃게 된다는 것은 안다. 아무리 쌓아 올려도 죽으면 이별, 일단 끝난다. 섬세하게 쌓아 올린 성도 주인 없는 폐허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쌓아 올린다. 그게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p.72 모두 하나가 되어, 여기에.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함께, 사실은. 그러니까 괜찮다, 아동바동하지 않아도. ---p.76 한없는 의미를 지닌 그런 일은 우주의 깊은 곳에서 가늘고 아름다운 실로 단단히 이어져 있다. ---p.89 소토야마 씨가 쑥스러워했다. 쑥스러워지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귀엽다. 언젠가는 얄밉게 변할 수도 있는 뜨거운 귀여움이 아니다. 분재 같은, 정원석 같은 귀여움. ---p.101 세계는 한결 거대하고, 내가 죽으면 내 우주는 끝난다. 다른 여지는 아예 없다. ---p.133 나는 이 그림처럼 오랜 시간을 살 수는 없다. 그래도 아직 여행 중에 있고, 인생이란 절대 밝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두운 기운을 지니고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좋은 일이며, 그것으로 족하다고 성 마태의 표정을 보며 절감했다. ---p.154 “고작 사흘이었지만 온 보람이 있었다고, 마리코는 그 혼의 흔적을 우리 생명에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리고 신과 우주와 작은 기적을 믿는 마음이 마리코 죽음의 부조리함에서 나를 조금은 구원해 주었어.” ---p.175 하지만 매듭지어질 날은 반드시 찾아와. 슬픔이 옅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지금은 정말 슬퍼할 수밖에 없는 때니까 그저 견디는 길밖에 없지. ---p.180 어떻게든 된다. 비관도 낙관도 아니다. 눈금은 언제나 가능하면 한가운데에. 가능하면 빛과 물속에. 정은 절대 버리지 않고. ---p.226 |
|
헬싱키, 홍콩, 로마, 타이베이, 가나자와, 하치조섬……
낯선 거리 모퉁이에서 슬픔이 작은 행복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린 절정의 여섯 단편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은 모두 피치 못 할 상실이 일어나 버린 상태에서 시작된다. 어머니의 유품인 산호 반지를 소재로 한 「산호 반지」,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은 친구 마리코를 쫓아 로마에 온 시지미가 마리코의 연인과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는 「카론테」, 남편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혼하고 게이 친구와 그의 애인과 같은 집에 살게 된 「나사케시마」, 오랜 병간호 끝에 어머니를 보내고 타이베이에 왔다가 큰 덩치의 신신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는 「SINSIN AND THE MOUSE」, 남자 친구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혼자 나머지 여행을 이어 가는 「꿈속」, 결혼을 반대하던 어머니들이 연달아 죽고 헬싱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까지. 작가는 삶의 불완전함이나 연약함을 부정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어떠한 이별에 냉담한 것은 아니고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흐르기는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 떠난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마음을 전환하는 쪽에 힘을 쏟는다. 낯선 이가 우연히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나’를 형성한 오래된 기억, 할머니부터 이어진 낡은 반지 같은 물건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향한 연민과 스스로를 돌보는 감정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집은 작고 약한 것들에 쉬이 여유를 내어주지 못하는 오늘날, 독자에게 잠시 속도를 늦추고 눈앞의 삶을 정돈하는 포근한 시간을 건넨다. “오래도록 이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이 책을 출판했으니 더는 후회가 없다. 은퇴해도 상관없다.” 요시모토 바나나이기에 쓸 수 있는 현재에 관한, 인간에 관한 깊이 있는 긍정 요시모토 바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수상 소감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 속에서 과거는 그 사람을 만들고 지탱하지만, 일상의 선택은 무한하며, 그 선택이 쌓이면 사람을 어디든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을 쓰고 싶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전달이 되었다면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며 이 소설집을 엮은 의의를 밝혔다.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은 너무나 특별한 사건이나 감정이 요동치는 일 없이, 각자 상처를 가진 이들의 인생을 바라볼 뿐이다. 작가 자신이 지닌 작고 연약한 것들을 향한 애정, 그리고 그 애정이 만들어내는 삶의 지속 가능성, 그 조용한 진실이 느슨한 듯 꽉 찬 깊이를 담고 있다. 바나나는 후기를 통해 소설을 통한 치유의 가능성을 빈다.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한다. 그러나 읽은 사람은 치유되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어, 읽었더니 조금 가벼워졌네. 조금 살기가 쉬워졌네. 숨쉬기가 편해졌네. 그 소설 때문인가? 설마. 그런 정도가 좋다. 그래야 긴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작가의 말」, 228쪽) 이번 한국어판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김난주가 옮겼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주요 작품들을 오랫동안 번역해 온 김난주 역자는,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여운이 긴 문체를 충실하게 살려내며 원문의 온기를 한국어로도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작품이 지닌 섬세한 호흡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심사평 “사실 요시모토 씨의 소설에 관해서는 그저 읽고 싶은 것, 그것뿐이다. 그녀의 소설의 장점은 ‘좋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소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 카와카미 히로미川上弘美(소설가) “오랜 경력 속에서 축적된 모든 요소들이 힘을 덜어낸 채 나란히 놓인 이 단편집에서, 작가는 ‘현세’라는 이름의 저승으로 흐르는 강을 건너게 하는 안내자가 된다. 이는 죽은 뒤에도 자신의 우주를 끝내지 않으려는 어리석음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타자를 향해 건네는 사랑의 한 표현일 것이다.” -호리에 토시유키 堀江敏幸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