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주주 ? 11
저자 후기 ? 163 |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상품
김난주의 다른 상품
|
나는 무의식의 바다 속에 잠긴다.
그런 때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저 해파리처럼 떠 있을 뿐이다. --- p.13~14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 --- p.30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 p.37~38 약해졌을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상태가 좋을 때는 간과하고 보고 싶지 않은 자잘한 것이, 약해졌을 때는 벽에 묻은 얼룩처럼 확실하게 눈에 띤다. --- p.59 살고 싶어, 살아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은, 그런 향기로운 냄새였다. 페로에게서도 나는 그 냄새. 햇볕을 넉넉히 받은 행복한 개의 냄새. 사람의 보살핌 속에, 사랑받고 지내는 것의 냄새. 그래, 느껴져, 나는 살아 있어, 말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충전되었다. --- p.61 오카와 씨의 예리한 관찰력이 이런 때는 무척 유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색에 맞춰 보는 게 아니라, 전부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 --- p.64 솔직하고, 그 자리를 즐겁게 하는 것. 사실은 힘들어도, 인생을 물놀이를 하듯 헤쳐 나가는 척하는 것. 괴로워 보이는 사람에게도 명랑하게 인사하고, 반짝거리는 것을 발산하는 것. --- p.82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술에 취한 것처럼 사랑에 취해서,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피차 어머니를 잃었고, 소중한 사람이 빠져나간 구멍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 p.96 힘내, 젊은 아빠와 엄마, 저래서 괜찮을까? 아니, 괜찮을 거야. 이 저녁 하늘이, 투명한 공기가, 샛별이, 돌아가는 길의 십오 분 동안에 두 사람을 아빠와 엄마로 키워 줄 것이다. --- p.108 우리는 사실은 서로를 시샘하고, 깎아내리고, 상대의 목숨을 파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에 거는 사람들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다. --- p.145~146 |
|
“어떻게든 되지 않는 일들뿐. 그런 것이 인생.”
맛있는 햄버그와 스테이크 가게 ‘주주’를 둘러 싼 가족 이야기 주인공 미쓰코는 아버지와 전 남자친구 신이치까지 셋이서 햄버그와 스테이크 가게 주주를 꾸려 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이자 가게의 이름인 ‘주주’는 일본어로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소리다.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삼 대째로 이어온 가게, 주주는 미쓰코에게 가족이자 분신이다. “나는 가게와 한 몸으로 태어난 사이보그라고 할까, 가게에서 분열되어 생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쭉 가게에서 자랐다.” (21쪽) 어릴 적부터 마당의 별채에서 지내며 함께 살아온 신이치는 주주에서 고기를 굽는다. 미쓰코는 열일곱 살 무렵, 먼 사촌이기도 한 신이치의 아이를 유산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레 결혼하여 가게를 이어받을 것만 같던 친밀한 관계가 깨져 버렸다. 그가 다시 주주로 돌아온 건 친구들과의 등산, 혼자만의 침잠, 직장 생활, 그리고 결혼이라는 먼 길을 돌아서였다. “그러고 보면, 인생에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37쪽) 엄마를 잃은 지금, 미쓰코는 “눈물에 젖어 붕 떠 있”는 상태다. 미쓰코는 여전히 가게에서 일을 돕고 동네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엄마가 사랑하던 만화책 『지옥의 살라미 짱』으로 그리움을 달래며 “그저 해파리처럼 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느낌의 무언가가 시작되려 한다. “그렇다, 여느 때와 아무 다를 게 없는 오후였다. 그런 변화가 시작될 날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 하루를 좀 더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27쪽) “맛있는 햄버그 속에는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기적의 공간이 있다.” 맛있는 음식은 위로가 되는 법 “사랑 냄새도 나.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의 사람 냄새.” (43쪽) 아무런 일도,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미쓰코. 그날 저녁 가게에 처음 보는데도 왜인지 낯이 익은 한 손님이 찾아온다. 소탈하지만, 내면에 격한 분노를 은밀히 간직한 분위기다. 서른 후반 즈음 되어 보이는 두툼한 손바닥을 가진 남자. “많이 기다리셨죠. 맛있게 드세요.” 늘 하는 말을 하자, 그는 나를 힐금 올려다보고는 김이 오르는 철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통곡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을 정도로 엉엉 울었다. (52쪽) 그 순간 미쓰코는 “그 옆에 그저 서 있었을 뿐인데, 나는 왠지 ‘앞으로 나는 이 사람과 함께하게 될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 둥그런 등에 책임을 느꼈던 것이다.” 하고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남자는 왜 주주의 햄버그를 앞에 두고 울기 시작한 것일까. 미쓰코가 느낀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생의 파도를 제대로 타는 감각이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주의 스테이크와 햄버그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주주? 하고 지글지글 익는 고기일 뿐인데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고, 울고, 그리워하고, 치유된다. 주주의 꽃은 역시 단골 이웃들이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여성지 편집자 오카와 씨, 옆집 서점 아들 미야사카 씨, 유령 같은 분위기의 유코 씨 등은 엄마의 빈소를 찾아 주고, 휴가로 갈 만한 숙소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아기집을 확인하러 손을 잡고 산부인과를 가는 등 그야말로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상에 기력이 필요할 때 주주에 와서 고기를 먹고 힘을 얻는다. “맛있는 햄버그 속에는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기적의 공간이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후기에 “제가 살라미를 통해 쉴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네의 평범한 사람들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하는 마음을 적었다. 마음이 붕 떠 있어 좀처럼 잡히지 않을 때, 제멋대로인 살라미 짱처럼, 어떻게든 자기 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 사람들을 만나 보자. 마음의 비상이라 부를 만한 자유가, 그리고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담담한 각오가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차오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