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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코미디
박서련
우리학교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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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나는 아빠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
나에게는 확실한 계획이 있어
나보다 더 절박한 사람은 없을걸
내가 작정한 이상 누구도 막지 못해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순 없지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나한테만 곤란한 건 아닌데
나 때문에 멈출 수는 없으니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라고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우리 그때 엄청 재미있었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소설가. 철원에서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프로젝트 브이》 《카카듀》,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나, 나, 마들렌》 《고백루프》 등이 있다. 2018년 한겨레문학상, 202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23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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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140*205*21mm
ISBN13
9791167556196

책 속으로

제일 먼저 기억해 둘 것.
웃기는 사람은 웃지 않는다.
웃음이라는 세계에 규칙이 있다면, 예를 들어 헌법 같은 게 있다 치면 그에 걸맞은 첫 번째 가르침은 이것. 웃는 사람은 웃길 수 없다. 헌법 제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인 것처럼, 이 명제는 세상 모든 웃음의 근간이 된다. 유재석은 웃으면서 진행 잘하지 않느냐고? 얼굴 자체가 웃는 상인 사람은 어떡하냐고? 예능 진행자의 웃음은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다. 웃는 상과 진짜 웃음을 구분 못 하는 바보는 신경 안 써도 된다.
---p.7

다음은 대충 봐도 100킬로쯤 나가 보이는…… 100킬로? 쟤 뭐야?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애라 줄곧 쳐다보고 있었는데 거리가 가까워지니 뭔가가 시야에 걸린다. 신발주머니 같은 걸 달랑달랑 꿰차고 있는 오른팔. (…) 이름은…… 금영이구나. 양금영. 걔가 교문을 지나쳐 갈 즈음에 얼른 명찰을 보고 감탄한다. 이름까지 좋다. 코미디언의 이름이 되기에 딱 좋은 기세가 있달까?
---p.31

내 꿈은 코미디언. 전 세계를 주름잡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그럼 날 보고 웃을 사람은? 전 세계인 모두.
모두라면? 말 그대로 모두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떤 성별이든, 어떤 신체를 가지고 있든.
막연하고 흐릿했던 내 꿈속의 관객 하나하나에 얼굴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p.127

나는 내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머리는 조금 좋은 것 같지만 그것 말곤 뾰족이 남보다 나은 점이 없다. 체격은 평범, 운동 신경은 절망적. 성격은 좀 자기중심적이어서 친구도 별로 없다. (…) 웃기는 일은 이런 나를, 흠이 많고 모순적인 스스로를 긍정하는 방법이고, 나를 침범해 오는 무언가와 싸워 이길 무기다.
누군가를 웃길 때 나는 내가 나 같다고 느낀다.
---p.145

출판사 리뷰

총천연색의 작가가
보여 주는 소녀들의, 소녀들에 의한, 소녀들을 위한 이야기
어설퍼서 사랑스럽고, 귀여운데 안쓰러운
네 소녀의 코미디 도전기 레디, 셋, 고!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쓴 박서련 작가의 새 장편소설이 도착했다. 이름하야 『장르는 코미디』!

박서련 작가 앞에 붙는 수식어는 언제나 ‘다양하다.’

“한 작가의 프리즘을 통과하여 나오는 빛이 이렇게까지 다채로울 일인가 싶을 것이다.”에서부터(『고백루프』 구병모 작가 추천사) “이게 어떻게 전부 한 작가가 쓴 이야기지?”(『나, 나, 마들렌』 김초엽 작가 추천사) 하고 놀랄 만큼 ‘다방면의 소설과 글쓰기라는 실험과 모험을 감행’하는, ‘장르와 시공을 넘나드는’ ‘총천연색’의 ‘육각형 소설가’. 이 모두가 박서련 작가를 설명하는 데 동원된 수식어다. 어떤 작품은 역사적 실존 인물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한편, 어떤 작품은 카드 빚에 허덕이는 청년 여성을 마법소녀로 탈바꿈하며, 어떤 작품은 사랑을 하면 모종의 능력이 생기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그야말로 종횡무진하는 글쓰기. 박서련 작가 자신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쯤 되면 생겨나는 질문: 박서련 작가님은…… 한 사람이 맞나요?)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청소년 소설을 내놓는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기에 쓴 단편 소설들을 묶은 『고백루프』나 짧은 청소년 소설인 『퍼플젤리의 유통 기한』이 있지만, 청소년 장편소설로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초고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 어떤 작품인지 묻는 말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코미디 동아리가 있는 고등학교 이야기라고. 그건 나중에 들어온 초고에 비춰 보면 반의반도 담지 못한 설명이었지만, 기대를 품기에 충분한 대답이기도 했다. 동아리? 학원물의 꽃이잖아! 그것도 밴드부도 연극부도 방송부도 아닌 코미디? 재밌겠잖아!

그러니까 『장르는 코미디』는 남을 웃겨 보겠다고 울고 웃고 지지고 볶는 네 소녀의 어설프고 사랑스러운 무대 이야기. 이제 이 이야기의 막을 올린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코미디 대회에 나가자!”

“아빠는 코미디언, 내 꿈도 코미디언. 아빠보다 훨씬 위대한 코미디언.” _임하리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주인공이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었다면 우리의 주인공 ‘하리’는 코미디언이 될 운명이다. 아니, 운명이라는 단어는 이 당찬 소녀에게 가당찮다. 하리에게는 원대한 야망이 있고, 그걸 실현할 추진력까지 있으니까. 하리의 꿈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그것도 미국 SNL에 작가 겸 배우로 합류할 만큼 유명한 코미디언. 그걸 위해서는? 영어는 기본, 극작까지 마스터해야 하고, 전공은 이미 정해 뒀다. 인문학. 왜? 인간을 웃기려면 바로 그 인간을 잘 알아야 하니까. 하지만 인문학 전공은 폐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학업을 위해서라면…… 명문대에 가야 한다.

요컨대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명문대 진학까지 생각해 두는 파워 J가 하리다. 당연히 고등학교도 허투루 진학하지 않았다. 일부러 역사가 오래된 연극부가 있는 학교를 골라 왔건만, 예상에 없던 상황이 벌어진다. 연극부 오디션에서 떨어져 버린 것. 연극부 명문인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까 고민하던 하리의 눈앞에, 거짓말처럼 ‘코미디 페스티벌’ 개최 공문이 나타나는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학원물의 꽃이 동아리라면, 동아리의 꽃은?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하지!

코미디를 하자
대본이 엉망이어도, 무대를 몰라도, 친구가 없어도
그 누구보다 즐겁게!

다시 한번 말하자면 하리의 꿈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스탠드업 코미디는 마이크 하나만 쥐고 무대에 설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코미디 페스티벌에 나갈 수 있는 건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이다. 그런데 우리 하리,
“너 친구 없어?”
“그런 편이지.”
명문대에 갈 성적은 있는데 친구는 없다…….
“그래서 뭐, 대회 안 나갈 거야? 없으면 섭외를 해야지, 같이 나가면 필승 조합일 애들을.”
그렇게 코미디 대회에 나갈 동료를 찾는 모험이 시작된다. 입시가 전쟁에 비유되는 나라에서 동아리라니, 그것도 코미디 동아리라니, 녹록할 리가 없다. 루피가 갖은 고생 끝에 조로와 상디와 우솝과 쵸파와 나미를 만나듯이(『원피스』), 졸업 전 마지막 공연이 망할 위기에 ‘송’을 만나듯이(〈린다 린다 린다〉), 하리도 갖가지 거절과 방해와 한숨…… 끝에 ‘금영’과 ‘사라’와 ‘혜완’을 만난다. 하지만 어렵게 모아 놓고 보니 코미디에 관심 있는 건 혜완뿐, 운동을 그만둔 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니면 어떻게든 유명해지고 싶어서 모인 애들은 오합지졸에 가깝다.
무대도 처음, 당연히 연기도 처음.
대본은?
“미안한데……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어.”
“어디가 안 웃기다고?”
“어디가 안 웃긴 게 아니라, 어디가 웃긴지 모르겠어…….”
그렇다면 팀워크는?
……그만 말하도록 하자.
단톡방에 모이면 연습 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오늘 급식 탕수육이래! 미쳤다!” 같은 환호성을 지르고, 정작 연습하겠다고 만나면 싸우기 바쁜 네 소녀, 과연 무사히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빵빵 터질 거라고 생각했던 대본은 아무도 안 웃고, 연기는 처음이어서 작은 실수 하나에도 대사가 꼬이고, 가라는 학원은 안 가고 코미디 대회에 나가니! 같은 닦달을 듣지만, 심지어 리허설을 앞두고 다리를 다치기까지 하지만, 엉망인 채로도 진심을 쌓아 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오직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소연이에게 반해서 농구부에 들었다가 다른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하게 되는 강백호처럼(『슬램덩크』), 전국 대회에 도전하면서 갈등에 부딪히고 좌절을 겪으면서도 음악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처럼(〈울려라! 유포니엄〉). 별 이유도 대책도 없이 시작된 우당탕탕 ‘연습’이 점점 근사한 ‘공연’이 되어 가는 과정은, 때로는 어설프고 때로는 안쓰럽지만, 바로 그래서 사랑스럽고 귀엽다. 한 방울의 웃음을 사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봐 주시기를. 시작은 미미했을지라도 끝은 반짝이는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로 채워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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