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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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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얼마나 훼손되기 쉬운가.
믿음은 또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여자는 아파트 정문 앞 차들로 꽉 막힌 도로에서 우연히 남편의 모습을 발견한다. 애잔한 느낌에 사로잡혀 억지로 깨워서라도 아침을 먹일걸 그랬다고 자책하는 사이, 여자는 남편의 차 보조석에 앉은 낯선 여자를 알아챈다. 남편이 온 얼굴을 움직여 웃으며 그 여자의 뺨을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고 충격을 받는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여자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보행자 신호로 바뀌면서 옆에 서 있던 사람들 몇이 건너편으로 걸어갔지만 붙박인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모든 게 익히 알던 모습 그대로인데 세상은 몇 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누군가 난데없이 뺨을 때리고 달아난 것처럼 멍했다. 감정의 동요보다 묵직한 충격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여자는 그 자리에 한참 더 서 있었다. _본문 20~21쪽 한적한 집에서도 좋아하는 빵이 가득한 빵집에서도 여자는 마음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한다. 어디든 가야겠다 싶어 두리번거리던 여자의 눈에 목욕탕 간판이 들어온다. 어쩐지 욕탕에 몸을 담그면 사람을 마주쳐 자신의 울퉁불퉁 망가진 몸을 보이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여자는 평일 오전 한산한 목욕탕 문을 밀고 들어간다. 아는 얼굴이 없을 줄 알았던 목욕탕 사우나에서 여자는 오며가며 한 번쯤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과 한자리에 앉는다.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느라 경력이 단절돼 취업이 어렵고 마음이 잘 통하지 않는 남편과 아이들만 바라보고 사는 여자들, 그럼에도 연애하는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믿는 여자들이 그곳에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연이 있고, 좌절을 맛보고, 갈등을 털어놓는 이웃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자는 과연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결국 인생은 서로의 틈을 보아주고 품어주는 것 작가는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불가해성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준다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무릎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들어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창작 의도이다. 《틈》의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사연들은 어찌 보면 개개인의 작은 고통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해준다는 것은 본래 그런 것이다. 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지만 내 이웃에게는 결정적인 위협이자 불안인 그것을 같이 보아주고, 품어주는 것. 《틈》은 한 여성이 주변 인물들과 공감하게 되는 흐름과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또한 잃어버렸던 자신을 회복하려는 내면의 분투기를 그린 일종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 속 인물들처럼 곁에 있는 누군가와 마구 수다를 떨어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