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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체인지 007
작가의 말 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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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인들이 왜 젊어져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또 저기 수술실 침대에 누운 젊은이가 왜 자기 건강을 해쳐야만 생존이 가능한 건지도 알고 싶었다. 우리는 왜 늙어서는 안 될까? 길거리에 늙은이들이 돌아다니도록 왜 그냥 놔두지 않는가? 피부가 늘어지는 게 흉하다면 아기에게 근육이 없는 것 또한 괴이해 보여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전염되지도 않는 검버섯을 누구를 위해 제거해야 하느냔 말이다.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미치광이 취급만 받을 뿐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 p.22 “부자들은 유용한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을 가지게 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일하는 시간이 적어지고, 그래서 더 적게 번다. 자가비행장치 같은 것은 빌려 타본 적도 없이 온갖 오염물질들을 헤치며 앞으로 전진한다.” --- pp.26-27 “자리를 양보받아서 좋은 게 아니라 미안해서 버스를 못 타겠다더니, 양보하고 원숭이 구경하듯 힐끗거리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불만스러워하더니, 이젠 양보하고 구경하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어이가 없어져서 헛웃음이 나왔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엄마도 젊어지고 싶었나? 호르몬 수술을 받는 친구들의 뒷담화를 내게 실컷 늘어놓을 때는 언제고? 그건 탐욕이고 자연을 거스르는 중죄라고 언성을 높여놓고는 이제 와서 대체 왜? --- p.43 “수많은 부작용과 사망 사례에도 이 수술의 인기는 꺼질 줄 몰랐다. 고령화 사회지만 아무도 늙지 않는 나라, 여기는 호르몬 체인징의 천국 대한민국이었다.” --- p.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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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거리에서 존재를 감춰버린 노인들
젊음만을 추앙하게 하는 사회를 향한 예리한 비판 ‘호르몬 리버스’는 호르몬 수술 전문 병원이다. 이곳에 입원해 있는 ‘바이어’들은 모두 ‘셀러’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를 젊게 되돌려줄 미래 세대, 가장 적합하고 알맞은 맞춤형 호르몬 제공자를. 바이어의 신체에 딱 맞는 타인의 호르몬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수많은 검사를 거쳐 바이러스 감염과 기타 질환,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확률이 가장 낮은 셀러를 선별한다. 여러 차례의 테스트 끝에 대상자가 매칭되면 바이어는 마침내 호르몬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큰 비용이 들지만, 그만큼 확실한 젊음을 보장하는 수술. 이제 거리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노인들은 타인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밤늦은 시간 어두운 골목만을 찾아 걷는다.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는 일엔 어느새 무덤덤해졌다. 정작 견디기 어려운 건 수술을 받은 친구들이 이십대로 돌아가는 바람에 혼자가 되고 만 외로움이었다. 인간은 이제 노화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 깊게 파인 주름, 드문드문 검버섯이 올라온 피부, 굽은 등허리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없다. 만약 노인이 길거리를 지나다닌다면 동물원 우리를 탈출한 원숭이와 다름없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_8쪽 입원부터 검사, 수술 및 유지 과정 전반에 걸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셀러와 바이어 모두에게 신체적 위험 부담도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성행한다. 수요가 많은 만큼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기꺼이 헐어 그들에게 호르몬을 제공한다. 목숨을 담보하고서라도 가족들을 챙기고 돌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살 방법이 없는 사람들에겐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 한편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던 70세 노인 ‘한나’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삶을 택한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모두 호르몬 수술을 받고 한나의 곁을 떠나버리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호르몬 수술을 결정한다. 한나는 젊음 자체에 대한 욕심보다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사오십대로 셀러 매칭을 신청하지만 덜컥 스무 살 여성과 매칭이 된다. 젊은 시절 너무나 바쁘게 살아온 탓에 이십대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한나는 다시 찾아온 스무 살이 설레면서도 자신의 이런 욕망이 낯설고 두려워 혼란한 마음에 사로잡히는데……. “그 영화 좋아했다던 친구, 그리워요?” (……) “그립지 않은 친구가 있을까요? 물론 남수랑은 아주 많이 친했죠. 우리가 헤어진 건 제가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때 난 그 애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그 친구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는걸요. 이젠 그 애를 탓할 자격이 제겐 없어요.” _52쪽 일견 어두워 보이는 우리의 미래를 끝끝내 유토피아로 견인할 이야기 탄력 있는 피부와 주름 하나 없는 목, 획일화된 아름다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는 사회를 향해 최정화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욕망을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지. 이들의 욕망을 충동한 진짜 주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묻게 한다. 왜 우리는 나이 들어 보이면 안 되는지, 왜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늙어갈 수 없는지. 내면보다는 외면에 몰입하고 ‘잘 나이 드는 것’보다 ‘더 젊어지는 것’에 몰두한 사람들의 강박은 우리 삶에 매일 노출되는 미디어로부터 기인하고 키워진 것이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지금의 현실과 거듭 겹쳐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최정화의 세계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디스토피아의 복판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약자를 외면하지 않고, 모든 생명과의 상생을 꿈꾸는 인물들이 끝끝내 ‘내일’을 포기하지 않으므로. 최정화의 소설은 일견 어두워 보이는 우리의 미래를 유토피아로 묵묵히 견인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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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를 저지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일은 일종의 승리로 여겨진다. 자기 관리는 정말 자신과의 순수한 싸움이며 그러므로 칭송과 유감의 대상이 되어 마땅할까? 최정화에게 노화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다. 외로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기괴한 경제 속에서 생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한 시절이 교환된다. 자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들이 셈을 치를 때 탈락하는 것들, “무시무시한 편안함”이 당신 앞으로 배송되었을 때 당신이 외면하는 것들을 보라. 최정화가 바꾸려는 세계는 바로 거기에 있다. - 우다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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