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호는 그냥 살지(live) 않고, 마구 산다(buy). 무지막지하게 사고 가불해서 산다. 가난과 탕진을 바삐 오가지만 정작 어느 곳에도 정착할 생각은 없다. 빚을 진다기보다 빚을 꽉 붙든 채 불안한 시인의 생에 아슬아슬한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소호의 첫 장편소설은 일종의 돈타령이다. 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소리’라는 이름을 받은 시인이 숨 막히는 ‘돈타령’을 시작한다. 돈을 휘두르고 돈에 휘둘리는 시인. 돈을 모르면서, 실은 돈을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돈이 무언가의 배를 갈라 나오는 헛것이자 결핍임을 짐작하는 시인. 세상의 진실을 체화한 시인은 기어이 세상과의 역전을 맞이한다. 돈이 자신의 배를 가르도록, 따뜻한 헛것을 꺼내도록, 상처투성이의 가벼운 몸만이 남도록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신비롭게도, 이때 처음으로 공평한 등가교환이 발생한다. 시인은 돈도 세상도 아닌 생을 그러쥐는 것이다. 어찌나 살려고 하는지, 그것만은 얼마나 선명한지. 소설에는 한 줄의 시도 없지만, 읽고 나면 지끈지끈하고 진이 다 빠진다.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