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자리를 모르던 작은 진실
그의 소설은 사실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 없다는 것을, 무언가를 잊은 적 없다는 것을 알게 하고, 삶이라는 것은 당위가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는 일임을 믿게 한다. 마음을 돌려, 다시 한 문장을 쓸 수 있게 한다. 말할 수 없었던, 한 번은 꼭 말하고 싶었던 기억과 진실은 때로 불편하거나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마주하게 한다. 너무 아름답기에 슬플 수 있다는 것을, 그 슬픔이 얼굴을 바꿔가며 이어질 거라는 것을, 처음이 때로 마지막이라는 것을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그의 소설은 나를 혼자 두지 않는 방식으로, 소설 속 인물들을 내 곁에 두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니까.
⟪기억상회⟫를 읽은 뒤로 한동안 루시와 나모의 타자기 소리를 떠올리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밤엔 혼자서 조용히 한 가지 기억을 세상에 꺼내놓았다. 그리고 알았다. 둘 자리를 모르던 나만의 작은 진실이 이제야 자리를 찾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는 일은 현재를 다르게 감각하는, 조금 낯선 내가 되는 경험이 될 것이며, 기쁨과 고통의 나날들, 비밀스럽고 위험했던 시간을 다시 살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전민식의 소설이 만들어놓은 그늘에서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작지만 하나의 존재로서, 기억 앞에서, 두려움 없이, 조금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