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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콕을 마시는 보통 사람들 - 권혜영
윤회 (당한) 자들 - 성해나 임장 - 성혜령 산책 - 이주란 목소리들 - 한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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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사람들과 그라운드에 있는 팬들, 그리고 솔과 나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는 가사를 부르짖었다. 마치 이 노래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 p.38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다들 담담하다. 불안도, 공포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아니, 오히려 평온한 눈으로 죽은 사람을 구경만 하고 있다. --- p.82 우리는 전부 문에서 한 발짝 물러나 기다렸다. 문이 열리기를. 언니가, 깜빡 잠들었다든지, 크게 아팠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며 나타나기를.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 p.129 언젠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딱히 없다고 여기면서도, 생각만 그렇지 실제로는 원하는 것이 있을 거라 믿었던 적이 있었다. --- p.146 우리는 무엇을 함께 좋아했나.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나. 그러다 이렇게도 생각해 봤다. 우리가 함께 좋아한 것은 무엇이었나. 함께 보낸 시간들은 무엇이었나. --- p.173 죽음을 인식하는 그 순간 머릿속에서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이렇게 죽는 건가, 기승전결도 없이? 이대로 폐기된 QR코드가 되어 파리 14구역을 떠돌게 될까. 나는 누구의 억울함을 외면한 대가로 이국 불량배 손에 의해 벌을 받고 있는가. --- p.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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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깊은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 깨달음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권혜영, 성해나, 성혜령, 이주란, 한지수.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펼쳐 보이는 탁월하고 개성 넘치는 소설 세계는 치열하고도 눈부시다.
「럼콕을 마시는 보통 사람들」권혜영 한나는 대학에서 학점을 채우기 위해 ‘학생 도우미’ 봉사활동 신청을 했다가 우연히 같은 한국계 학생인 솔과 연결된다. 90년대 록스타 펄프를 좋아하는 솔은 서툰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한나의 도움을 거절한다. 흐지부지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가 그들은 다시 록 페스티벌인 티 인 더 파크에서 만난다. 알고 보니 한나는 아빠만 둘인 게이 커플의 가정에서 사는 중이었고 솔 역시 엄마만 둘인 동성애 가정에서 성장했다. 둘은 모두 입양아였다. 페스티벌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면서 두 사람은 함께 환호성을 지른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를 넘어선 구성원의 탄생을 통해 가족의 다양성과 소통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는 권혜영의 「럼콕을 마시는 보통 사람들」은 비범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의 독창적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윤회 (당한) 자들」성해나 한때 다큐멘터리계의 유망주로 불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원필은 데뷔작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의 내막을 밝힌 다큐를 제작하자는 후배 큐의 설득에 넘어가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전생을 기억하는 수상한 모임에 잠입한다. 하지만 매번 소형 카메라가 발각돼 빼앗기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원필은 자기가 윤회 전 중국인 샹 샤오윙이라 소개하고 모임의 일원이 된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는 혼란스럽고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다음 윤회자로 낙점이 된 샤오윙은 윤회자의 모임에서 온 불길한 문자를 받고 혼비백산한다. 성해나의 「윤회 (당한) 자들」을 읽다 보면 선명한 캐릭터와 실감 나는 서사 덕분에 마치 한 편의 극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임장」성혜령 ‘자기만의 집을 홀로 마련해야 하는 직장인 여성 모임’, 부동산 재테크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모임의 리더였던 사람과의 어긋난 소통과 오해를 통해 인간의 고립과 상실의 아픔을 보여주는 성혜령의 「임장」. 이 소설은 겉과 속의 괴리, 욕망의 이면에 숨겨진 개인의 불안과 현대인의 소외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고 부도덕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이해와 소통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 다,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냥, 그럴 때.’ 「산책」이주란 일상과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주란의 「산책」은 모호하고 복잡한 감정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소진은 연인이었던 우진과의 결별이 궁극적으로 서로에 대한 무관심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같은 것을 좋아하기란 의외로 몹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던 무은을 떠올린다. 동네 플랫폼에 올라온 산책 모임에서 알게 된 무은과 종종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소진은 차츰 우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짐을 느낀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실감과 고독, 새로운 인연과의 기대감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주란의 「산책」은 고요하면서 아름답다. 「목소리들」한지수 나는 동료인 홍의 미투로 인해 부득이하게 프랑스 파리의 낯선 도시에 와 있다. 홍이 팀장을 미투 가해자로 고소했다. 팀장은 사원들로부터 크게 존경을 받지 못했지만 인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홍은 ‘첩의 딸’이라는 누군가 씌운 오명으로 인해 평판이 좋지 않다. 파리의 곳곳을 여행하던 중 홍의 문자가 왔다. 기자로부터 연락이 갈 것이라는 것. 홍은 홀로 전투 중이었다. 나는 오래전 미투 가해자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재판을 받았던 엄마를 떠올린다. 무고를 밝히고 결국 재판에서 이겼지만 엄마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겪었던 성추행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지수의 「목소리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가 아닌 방관자의 관점에서 내면의 독백을 들려준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에 대해 설득력 있는 어조로 이야기한다. 삶의 불완전함과 아이러니 속에 처한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다시금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얻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 불행한 환경에 놓인 아이의 생존 플레이리스트는 의외로 신명 난다. 지금이야 생존보다는 회피성 음악 감상이 주여서 아무 장르나 가리지 않고 듣는다지만, 그 당시 내 생존에 도움을 줬던 음악 장르는 ‘록’, 그중에서도 ‘브릿록’이었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와 보컬. 이 네 가지 소리의 조화가 엄청나게 시끄럽기도 하고 또 믿을 수 없게 아름답기도 해서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제 그 자체였다. 블러, 스웨이드, 오아시스, 펄프……. 이 밖에도 바다 건너 영국의 수많은 밴드들에게 심심한 감사 인사를 전한다. 당신들 노래가 극동의 한 소녀를 구했다. _ 권혜영 끊을 수 없는 자본의 굴레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고, 그 무게가 2030 청년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즈음이다. 이는 노년에 가까워지는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일 것이다. 작품 속 실패한 감독(나는 그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도 그렇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청년들 역시 부조리한 사회적 외피를 탈피하고 싶지 않았을까. 작금의 우리가 평행세계의 ‘나’를 꿈꾸고, 타임워프나 루프물에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_성해나 대개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목소리도 커지고, 배타적으로 굴기 쉽다는 걸 알지만, 그리고 어떤 집단은 굉장히 부도덕해질 수도 있다는 걸 겪어왔지만, 그래도 왠지 이번에는 잘못한 사람도, 부도덕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불편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서로를 어느 정도 용인해 주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_성혜령 우리는 모두 다른 모임에서 만났고 여러 날 함께 걸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해 여름에 주고받은 한 줄짜리 메일이다. 매미가 계속 우는데…… 내가 사는 곳은 어떤지를 묻는, 그런. K와 H는 어떤지 나도 너무 궁금한데, 서로에 대해 잘은 모른다는 사실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덕분에 나는 무언가를 해낼 거란 낙관도, 해내지 못할 거란 비관도 하지 않는다. _이주란 문학으로라도 불의는 막고, 정의는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억울한 미투를 못 본 체한 사람이 얼마 후에 자신이 그런 누명을 쓰고서 떠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들은 기회를 얻어 후원을 받고 삶을 누리며 잘살고 있다. 최소한 이런 불의는 막아야 정상적인 사회라는 생각을 오래 했다. 또 그와 반대로 미투 피해자의 억울함에 연대하는 방법으로 현재 발의된 일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피해자가 두 번 세 번 억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닌 처세술이라는 슬픈 생각이 들지 않도록. _한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