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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웰컴 투 마이 월드 에세이 _초록빛 손가락과 물거울 사이, 그 어딘가쯤 장진영 한들 에세이 _뒤척이는 이파리들 박소민 미래가 쌓이면 눈이 내려 에세이 _시간 관찰 일지 권혜영 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 에세이 _만화책 읽고 싶다 김사사 경우의 수 에세이 _사람 연습 편집자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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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선택되지 않은 가능성 속에서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흔들림을 조율할 수 있다면?
--- 「김희선_웰컴 투 마이 월드」 중에서 산주는 언제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기보다, 자신이 무언가를 할 거라는 것을 아는 쪽이었다. 그 애에게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 「장진영_한들」 중에서 이를테면 벨만 방정식. 좌변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우변에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와 미래 예측 추정치가 있다. 우리는 시간 순서대로 살지만 실은 먼 미래를 먼저 살고 나서 미래의 정보를 과거로 전파한다. --- 「박소민_미래가 쌓이면 눈이 내려」 중에서 지선은 문득 현실을 뼈아프게 인식했다. 어쩌면 자신은 이 세상에서 자동 사냥 중인 NPC가 아니라 이들에게 교화당해야 할 상위 등급의 몬스터였을지도 모른다고. 그것이 숙명이라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 「권혜영_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 중에서 너는 참 운이 좋구나. 주랑에게는 그것이 기술의 차이보다도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여겨졌다. 미끄러지는 것도, 그런 참에 동전을 찾아내는 것까지도. 동전에는 자력이 없지만 친구에게는 자력과 유사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 --- 「김사사_경우의 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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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빚어내는
운세의 모양 앤솔러지 느슨의 시작을 알리는 첫 책, 『포춘 텔링』의 키워드는 ‘운세’이다. 김희선, 장진영, 박소민, 권혜영, 김사사 5인의 작가가 쓴 운세에 관한 소설에는 이를 향한 다섯 가지의 빛나는 관점이 녹아 있다. 운명이나 운수가 닥쳐오는 기세, 운세를 점치고자 하는 욕망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현재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발바닥에 동전을 붙이고 다니는 미신(「경우의 수」)도, 사주나 포춘쿠키(「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도 모두 이러한 마음과 맞닿아 있다. 운세를 보는 관점의 전환 미래를 바라보는 눈 운세를 다루는 작가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운세는 「경우의 수」일 수도, 기본적으로 “중첩 상태”이지만 “그것을 믿는 순간, 하나의 현실로 수렴”할 수도 있다(「웰컴 투 마이 월드」). 미래에 대한 초점을 바꾸는 관점도 존재한다. 미래는 기본적으로 미지의 것이라는 점에서 신비하게 여겨지지만, 결국 미래를 의미화하고 해석하는 기반은 과거와 현재에 발을 딛고 있다. “먼 미래를 먼저 살고 나서 미래의 정보를 과거로 전파”하는(「미래가 쌓이면 눈이 내려」) 이들에게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한들」). 운세가 비워두는 소설의 자리 운세는 우리의 운명을 규정하는 듯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한 공백이 존재한다. “이파리가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나무가 뿌리 내린 위치는 어쩌지 못한다. 바꿔 말할까. 큰 기둥은 정해져 있어도 바람이 불면 이파리들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흔들릴 수는 있다”(「뒤척이는 이파리들」). 두고 온 과거와 꿈꾸는 미래 사이에는 그것들을 나누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미래가 쌓이면 눈이 내려」). 한기가 느껴지는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고 “안 들어와?” 하는 존재가 있다(「경우의 수」). 『포춘 텔링』이 보여주는 건 결국, 미래가 아니라 운세가 만들어 내는 빈틈이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흐름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이 우리가 다가오는 미래 앞에서 『포춘 텔링』을 펼치는 이유이다. “새해에는 부디 덧없고 사랑스러우며 존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기를, 바라고 또 염원한다.”(「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