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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현대문학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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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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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벌어진 세상의 틈에 애정을 담아
핀 시리즈 에세이의 시작, 김희선의 첫 에세이집. 약사이자 소설가인 그는 약국에서 사람들의 희망과 불안을 목격하고, 위로와 치유를 선사하려 노력한다. 도시의 이야기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하는 소설가, 그가 지키고 싶던 세상에 대한 애정을 담은 에세이집.
2023.04.11.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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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_이야기를 시작하며, 혹은 연금술에 관하여

역장에게 보내는 송가

역장에게 보내는 송가
아무도 버섯을 묻지 않았다
겸손한 아욱
말하는 앵무새
닮은 듯 다른 모든 얼굴
돌고래가 꾸는 꿈
이상한 세계에서, 까치와 나
새의 귀환

만약 원숭이들만의 별이 있다면

어떤 강아지의 가계도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너구리 냄비 요리에 대하여
문어의 나비효과, 혹은 파울을 기리며
거북, 스피노자
꿈의 문어를 보았니?
거북이 가고 싶은 곳
만약 원숭이들만의 별이 있다면

밤의 약국

밤의 약국
하늘을 나는 소년
뇌싱, 뇌신, 뇌-신
어떤 사람
다른 우주에서의 칼국수
그를 위한 중력가속도
오직 렘브란트만이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불가능한 작별 인사

춘천에게, 안녕
그 집의 기억
빵의 이데아에 관하여
꿩을 찾아가던 길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불가능한 작별 인사에 대하여
누가 마토였을까?

내 영혼의 나무 세 그루

새들의 기억
봄엔, 무한을
내 영혼의 나무 세 그루
여름에 우리는
그건 꿈이었을까
실솔, 하고 부르면
11월의 비 오는 날, 행복해지기 위하여
12월의 호랑이 버터
겨울의 한가운데

즐거워지는 법, 혹은
잘 말린 호프로 속을 채운 베개에 관하여


공굴리기의 끝
오멘과 오멘
공포영화의 바깥에서
기분 좋은 생각 하나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중 단 한 가지 방법
감기에 대한 몸과 마음의 식이요법
즐거워지는 법, 혹은
잘 말린 호프로 속을 채운 베개에 관하여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우리의 이야기는

하나의 달걀로부터
지금도 어딘가에선
지구에서, 우리는
백만 년 동안의 고독
냉동인간은 빙하기의 꿈을 꾸는 걸까
달의 뒷면을 알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
바다 꿈을 꾸는 이유
무한한 거북들의 세계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우리의 이야기는

에필로그 _꿈의 머리맡에 은어를 내려놓으며

저자 소개 1

1972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강원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수료했다.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교육의 탄생」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 「공의 기원」으로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라면의 황제』, 『골든 에이지』, 장편소설 『무한의 책』 등이 있다. 원주에서 소설가 일과 약사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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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270g | 112*190*20mm
ISBN13
9791167901958

책 속으로

낡고 오래된 경로당 앞 벤치에서 그 ‘말하는 앵무새’가 돌아온 걸 보았을 때 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난가을부터 보이지 않던 할머니는 그새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말소리도 전보다 훨씬 작아져서, 앵무새에게 뭐라고 하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다.
---「새의 귀환」중에서

호퍼의 그림을 보면, 오래전 그때가 떠오른다. 밤늦게까지 불을 켜고 있던 약국. 나는 밤을 지키는 듯한 기분이었고, 어둠은 내게 세상의 작은 틈을 보여주곤 했다. 아침이 되고 해가 비쳐들면 서서히 닫혀버릴, 아주 좁고도 가느다란 틈을.
---「밤의 약국」중에서

오늘, 눈이 내리더니 거리와 골목은 온통 회색이 되었다. 눈 쌓인 폐지와 박스를 보자,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도시엔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
---「어떤 사람」중에서

나는 마토를 안고 방과 마루, 녀석이 좋아하던 집 안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녔다. 뭔가 안다는 듯 마토는 자기가 잠자고 놀고 뛰어다니던 방, 소파, 침대, 작은 방석, 강아지집, 이런 모든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그러니까 3월 1일이 되고 몇십 분쯤 지났을 때,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아마 녀석은 자기가 태어난 봄의 첫날을 보고 가려 했던 걸까?
---「누가 마토였을까?」중에서

할머니는 겉에 새빨간 고추 그림이 그려져 있는 핫파스를 좋아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붙이면 따가워서 한두 시간도 못 견디는 파스였다. 하루는 업고 있던 아기 포대기를 앞으로 돌리더니, 옷을 걷고는 내게 돌아섰다. 집에선 도저히 혼자 못 붙이겠다는 거였다. 나는 매대 밖으로 나가 할머니의 엉치뼈 부근에 파스를 붙여줬다. 그때부터였다. 파스를 사면 반드시 내가 붙여줘야 한다는 묘한 불문율이 생긴 것은.
“이상하게 약사님이 붙여주면 금방 낫거든.”
---「즐거워지는 법, 혹은 잘 말린 호프로 속을 채운 베개에 관하여」중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이 가고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 즈음, 먹이를 구하러 갔던 암컷 펭귄들이 돌아온다. 그들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물고기를 입안 가득 물고 온다. 똑같이 검고 하얀 수천 마리 펭귄 무리 속에서 용케도 각자의 가족을 찾아내 물고기를 나누어 먹는 동안, 어느새 남극엔 봄이 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남극에도 연녹색 풀이 나고 약간이지만 얼음도 녹는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게 다 지금도―아마 앞으로도 영원히―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이걸 쓰고 있고 누군가는 이것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선」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늘 눈이 왔고 거리와 골목은 온통 회색이었다.
눈 쌓인 폐지와 박스를 보니,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도시엔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


저자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사라져가는 도시의 이야기들. 거리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 추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있을 수 있는 그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저자는 춘천으로 이사 와서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약대에 입학한다. 입학 후 치른 첫 중간시험에서 약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화학 시험을 완전히 망쳐버리지만, 지금은 약학을 공부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여긴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니까. 생명을 구해줄 영약이라도 되는 양 약봉지를 소중히 품에 안고 약국을 나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저자는 플라세보효과를 떠올린다. 마음이 뭔가를 강력히 믿는다면 뇌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과 비슷한 전기적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 말이다.

이 글은 꼭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을 담은 작가의 이야기이자 그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엔 약학을 전공하다 보니 부딪히게 되는 자잘한 의학 관련 에피소드들, 반려동물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꿈 이야기 등이 소복하게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진정성과 세상의 온갖 사물을 투사하는 시선에 서린 감수성, 그것들은 때로 장난꾸러기 같은 천진함마저 묻어 있다. 무엇보다 책상 앞에 ‘즐거워지는 법’이라는 메모를 적어놓고 마음이 언짢을 때면 그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간다는 그의 고백에서 그 글자들을 읽다 보면 정말로 즐거워진다니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창작한 플라세보효과다. 그의 즐거워지는 비법 가운데 하나는 잘 말린 호프hop를 베개 속에 넣고 자는 일이다. 작가는 ‘잘 말린 호프’가 마치 희망(hope)을 잘 말리라는 것처럼 들린다고 털어놓는다. 어쩌면 저자는 약국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잘 말린 희망’을 한 아름 안겨주려 하지 않을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게 다 지금도―아마 앞으로도 영원히―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이걸 쓰고 있고 누군가는 이것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다.” _본문 중에서

지금 이 순간 지구상, 아니 우주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안테나를 세우는 작가. 그가 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한 김희선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잘 말린 희망’과 함께 빠져들게 된다.

작가의 말

은어 낚시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친구네 집 문이 열려 있다.
하지만 너무 깊은 밤.
괜히 문을 두드렸다간 그의 잠을 깨울 수도 있단 생각에, 사려 깊은 사람은
은어만 놓아두고 조용히 걸어 나온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하이쿠다.
아끼고 아껴가며 읽고 또 읽고 싶은 그런 하이쿠.

밤이 깊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꿈속에서 나는 그들의 머리맡에 반짝이는 은어를 놓아둔다.
_〈에필로그〉 중에서

추천평

진작 눈치채고 있었지만, 김희선은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절반도 세상에 내놓지 않은, 강력한 패를 숨기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은 SF와 기담과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이 에세이를 읽어보니 비로소 알겠다. 그 모태가 된 것은 모두 그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와 이웃의 풍경들이라는 것을. 그는 그동안 그것들을 잘도 숨겨왔다. 그는 잃어버린 복사카드 한 장으로 우주의 별을 그려내는 사람이고, 약국으로 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읽어내는 사람이었다. 우주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약국과 칼국숫집으로, 외계 생명체에서부터 시작해 작가 김희선에게로. 이제 그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작가 김희선 그 자체가 강력한 패이다. 이 책이 그 방증이다. - 이기호 (소설가)
이 시선視線은 마치 시선詩選이다. 선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 대한 애기애타愛己愛他가 어렴풋이 보인다. 지금은 진짜 섬이 아닌 춘천의 중도와도 같은 이 애기애타는 아픔과 현실을 뽀득뽀득 밟아가며 산을 올라 뽀독뽀독하게 세상을 떠난 그의 ‘뇌신’이기도 하다. 김희선 작가가 바라보는 구석구석에는 시선을 받아야만 하는 까치들과 말하는 앵무새 장난감이 있다. - 박훌륭 (약사·<아직 독립 못 한 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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