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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영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 14
김혜진 줄넘기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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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에 무서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광인처럼 중얼거린다. 이거다, 이거야. 댈댈바위는 추상적이라 믿을 수 없었어.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었지. 바위를 만졌기 때문에 매달 노동 없는 180을 받게 된 건지. 180을 받을 참에 때마침 바위를 만진 건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빈 소원은 180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미끄럼틀은 내가 물건을 굴리면 곧바로 다른 물건이 나오잖아? 샤카 주스와 포켓몬 빵처럼 가시적이며 구체성을 띠는 세계. 내가 좋아하는 세계.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중에서 자루에 들어 있던 옛 물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진짜 필요 없는 물건들이 맞았을까? 철 지난 달력에는 특정 날짜 위에 동그라미를 쳤을 것이다. 중요한 약속 또는 일정이 있을 때면 그 아래에 붉은 글씨로 적었다. 별표를 쳐 가면서. 업무 수첩과 다이어리는 또 어떻고. 내가 지난 시간 기를 쓰고 살던 흔적들이 모두 남아 있다. 웨이브스의 해마 굿즈들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꺼내어 보면 아름다운 추억일 텐데.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중에서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며 부지런히 시간을 굴리고 있었다면 나는 시간 속에서 완전히 생략된 사람 같았다.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도 내 시간은 어느 지점에서 멈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멍하니 공원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밤공기가 이렇게 좋은데. 몸을 좀 움직여 보는 것도 좋을걸세. ---「줄넘기」중에서 나는 그녀가 되짚어 걸어갈 골목을 떠올렸다. 이제 내가 함께할 수 없게 된 길들. 그 까마득한 시간들에 안녕을 빌었다. 서로를 향해 그녀와 나는 한 번씩 손을 흔들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도 나도 알고 있었다.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서로에게 손을 흔들던 3년 동안의 습관도 이로써 끝이라는 걸. 그런 지겨운 습관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었을지 몰랐다. 결국 우리를 증명하는 건 자주 가던 중국집이나 서로에게 손을 흔들던 사소한 버릇 같은 것일 테니까. 말하자면 지루할 때까지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했던 힘으로 그녀와 나는 잠시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지하철역 계단을 모두 내려왔을 때 나는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중얼거려 보았다. ---「줄넘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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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프루프북이란?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을 재활용한 친환경 방수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된 책입니다. 물에 젖더라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 보관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워터프루프북은 매년 다른 장르의 글로 여러분을 찾고 있어요.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의 테마는 여름! 선별된 ‘여름 시’와 ‘여름 소설’을 한데 모았습니다. 언제 읽어도 좋지만 여름에 읽으면 한층 더 생생한 시와 소설. 해변가, 수영장, 계곡, 욕조 등 물과 습기에 구애 없이 워터프루프북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