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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진
오렌지나 망고 에세이 _이해와 화해 없이 이갑수 clásico negro 에세이 _서점과 딱따구리 임현석 정말로 가능하시죠? 에세이 _마감 공격, 마감 수비 서윤빈 무주 에세이 _일상물 강지원 안정기 에세이 _가까이 편집자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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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묵직하게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오렌지가 바닥에 꽂혔다. 쿵. 쿵. 쿵. 쿵. 네 번 더. 노란 오렌지 다섯 알이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갔다.
---「공현진, 오렌지나 망고」중에서 -왜 이렇게 많아요? 내가 묻는다. -누구나 조금씩 자기 문장을 잃어버리는 시대니까. ---「이갑수, clásico negro」중에서 그 순간 미영은 문득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실패한 적이 있다고. 어째서 자꾸만 아무런 교훈 따위라곤 없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임현석, 정말로 가능하시죠?」중에서 높은 곳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몸을 끌어 올릴 만큼의 무게 추가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해수면을 피해 한국에 오는 데는 집 한 채만큼의 무게가 필요했다. 누군가를 달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아마 지구가 조금 내려앉아야 했을 것이다. ---「서윤빈, 무주」중에서 빗물과 지하수와 저 암벽 위를 흐르는 물이 긴 세월 고여 만든 호수처럼 어떤 일은 누적된 형태로 영영 남는다. 양승이 나를 떠나고 채영 씨가 죽은 것처럼 한순간에 끊어진 일이라면 더욱. ---「강지원, 안정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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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재난
재난의 일상화 일상이 재난이 되고,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현재 우리에게 재난의 의미는 무엇일까. 또 재난에 색을 붙인다면 그것은 어떤 빛깔일까. 잿빛일 것만 같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다섯 작가가 건져 올린 재난의 색깔은 다채롭고 영롱하기 그지없다. 세대 갈등과 정치적 의견 대립을 겪는 할아버지의 노란 오렌지도(「오렌지나 망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끝에서야 다다른 에메랄드빛 호수도(「안정기」) 모두 일상 속 재난의 색깔이다. 재난은 특별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판타지적 상상력 재난의 재구성 소설가에게 재난은 무엇보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 상황일 것이다. 마감 압박이 있다면 더더욱. 또한 체계가 익숙한 도시에서는 자연재해보다도 신호 마비나 교통사고가 더 재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재난은 무당과 귀신이라는 소재를 만나며 급변하기 시작한다(「정말로 가능하시죠?」). 판타지 세계 속 재난은 어떨까. 그것은 SF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벌어지는 재난일 수도(「무주」), 비밀스러운 출판사 지하에서 몰래 그러모으는 망각이거나 지진일 수도 있다(「clásico negro」). 재난을 재구성해 내는 소설의 상상력은 우리를 그 세계 속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폐허에서 건져 내는 온기 다섯 명의 작가들이 재난에 다채로운 색깔을 부여한 것은, 그것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거나 상상력의 묘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난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재난이 끝난 자리에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오렌지나 망고」, 「무주」, 「안정기」), 교훈 없는 이야기처럼 보여도 실패의 경험은 그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겐 힘이 된다(「clásico negro」, 「정말로 가능하시죠?」). “같은 단어에서 파생된 다섯 개의 세계가 하나하나 이채롭다. 이 책이 독자님들께 닿아 또 어떤 색으로 재해석될지 기대된다.”(‘편집자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