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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가 만든 숲 7
자개장의 용도 37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 79 시차와 시대착오 121 시티 라이트 173 백허그 공모전 213 프로메테우스의 여자들 241 어쨌든 이곳은 여름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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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 숲에서 제게 가장 중요했던 건 특정한 모습이라기보다 숲의 바닥을 딛는 감각이었던 것 같아요. 얼마간 단단하고 얼마간 푹신한, 촉촉한 흙 위에 두 발이 안전하게 내려앉는 느낌. 정확하고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두 발. 어느 방향으로 가도 땅이 이어진다는 확신. 인공숲과 함께 잃어버린 것이 그 감각인지도 모르겠다고 구도는 말했다.
---「구도가 만든 숲」중에서 요새는 어디에 가장 가고 싶어? 정우가 생각에 잠긴 동안, 나는 그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둥그스름한 귀와 눈썹 옆에 난 작고 움푹한 흉터, 땀에 젖은 앞머리. 그런 것을 보면 마음이 유순하게 가라앉았다. 지금은…… 정우가 말했다. 강 건너편이 궁금하네. ---「자개장의 용도」중에서 유진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면체와 방호복 사이 공간의 피부가 드문드문 따가운 것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었을까? 곧이어 배송 기사에게 지급되는 싸구려 방호복으로는 활동 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듯 목이 간지럽고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진작에 대체되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중에서 미루가 노원구로 이사 온 것은 3년 전이었다. 보증금 5천만 원은 명식에게서 받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금액이었고, 원래는 미루의 결혼 자금으로 쓰일 현금 저축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결혼할 생각 따윈 절대 없으니 그 5천만 원으로 집을 얻어 나가겠다고 고집부렸다. 명식은 마지못해 동의하며 딸의 안전을 핑계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아파트일 것.’ ---「시차와 시대착오」중에서 “그러니까 사랑을 할 시간에 손을 씻었다는 거예요?” 비오리가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왜요, 그게 이상해요?” “네, 이상해요.” “그게 뭐가 이상해요. 나 자신을 지키려던 것뿐이에요. 하루 세 번, 때와 장소에 맞는 약을 먹고, 계절이 바뀌면 새롭게 개발된 백신을 맞고, 매 순간 몸의 사소한 신호들을 알아차리고…….” “우리 때는 다 그랬으니까요.” ---「시티 라이트」중에서 정아가 말없이 전철 문에 기댄 채로 차창 쪽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때 정아가 떠올린 건 완벽한 백허그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겼던 지극한 슬픔이었다. (……)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정아는 완벽한 백허그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완벽한 백허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정아뿐이었다. ---「백허그 공모전」중에서 그저 묵묵히, 태초부터 그가 사랑한 인간들을 응시했다. 가락의 말이 떠올랐다.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존재를 만나게 되면, 그땐 어떡할래?’ ‘그런 존재를 만난다면 틀림없이 사랑하게 되겠지.’ ---「프로메테우스의 여자들」중에서 나는 이마가 뜨겁고 발등이 따갑지만,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벌을 받듯이 햇볕을 쬔다. 그러면 무언가 견뎌내는 일을 성공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옆을 보면 오빠는 없다. 그건 나의 생각이 오빠로부터 조금 떨어졌기 때문이다. 햇볕이 뜨겁다. 나는 나에게 집중한다. 달구어진 프라이팬에서 우르르 터지는 팝콘. 내가 조금만 더 뜨거워진다면……. ---「어쨌든 이곳은 여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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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은 작가의 「구도가 만든 숲」에서 ‘구도’와 ‘나’는 6년 전 아르바이트를 두 달 같이한 사이이다. 구도는 식당 주인이기도 했던 이모가 작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온다. 밤중에 터미널에 도착한 구도는 곧바로 이모와 자주 갔다는 ‘용화가든’으로 가 그곳의 흙을 담으려고 한다. 구도는 고향인 J시에 작은 인공숲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함윤이 작가의 「자개장의 용도」는 증조할머니 때부터 이어 내려온 자개장에 얽힌 비밀을 이야기하는 환상적 소설이다. 자개장에 들어가며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면, 그곳에 갈 수 있다. ‘나’는 자취방까지 자개장을 들여와 서울 곳곳을 다닌다. 하지만 ‘정우’가 말하는 ‘강 건너’로 가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나의 욕망에서 비롯된 실수는, 내게 더 소중한 정우를 잃게 한다. 이하진 작가의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유진은 ‘베큠라인’에서 택배 기사로 일한다. 로봇이 맡아 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지만 유진은 ‘SP-2202 기억 공원’을 볼 수 있기에 그곳에서 일한다. 그곳은 유진이 가족을 잃은 궤도이다. 그리고 같은 곳에서 지금은 기억 공원 노동자가 파업 중이다. 전하영 작가의 「시차와 시대착오」는 같은 시대를 적지 않은 시차를 두고 살아가는 두 세대의 이야기다. ‘이명식’은 평생을 살면서 영등포의 낡은 상가 건물을 남겼다. 그런 명식에게 딸 ‘미루’는 언제나 걱정거리이다. 미루는 파인아트를 전공했고 지금은 갤러리에서 일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갈수록 식고 있다. 나인경 작가의 「시티 라이트」는 미증유의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존재를 ‘우로’라는 술집을 통해 그리는 작품이다. 우로에서 주로 취급하는 ‘요’는 중추신경을 건드려 감각을 둔화시켜 결국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전염병 이후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차라리 그 무엇도 느끼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런 사람들이 ‘우로’에 모였다. 임현석 작가의 「백허그 공모전」은 비교심리학에서 ‘백허그’를 진지하게 다룬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백허그 공모전에 수상하면 특기생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식은 재수학원에 다니는 ‘정아’의 구미를 당긴다. 정아는 같은 학원의 ‘영호’와 팀을 이뤄 공모전 준비를 한다. 완벽한 백허그를 위해 둘은 동분서주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서계수 작가의 「프로메테우스의 여자들」은 거대한 세계관의 진입로와 같은 소설이다. 상냥한 아버지와 거리감을 느끼는 어머니 사이에서 혼란함을 느끼던 연소는 “신과 독대하고도 몸과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자”인 ‘마리아’로 간택되어 의식을 행한다. 신의 허리를 창으로 찔러야 하는 의식을 앞두고 연소는 뜻밖의 대화를 누군가와 나누게 된다. 최미래 작가의 「어쨌든 지금은 여름」의 주인공 ‘나’는 사설 교육 센터에서 10대 청소년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처음 그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던 ‘은총’은 이제 수업을 방해하고 나를 괴롭히는 학생이 되었다. 은총은 언젠가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는 ‘고유리’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나’는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연인을 생각한다. 상실과 부재를 대신하는 이름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