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하진의 다른 상품
|
“세상에……. 당신, 저를 관측하신 건가요?”
찰나의 순간이었다. 주문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멍하니 카페의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창밖을 보기 위해 아주 잠깐 돌렸던 시선을 다시 카페 안으로 향했을 때였다. 왜인지 위화감이 들었다. 무언가 바뀔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바라보지 않았을 뿐인데, 그곳에는 돌연 사람이 나타나 있었다. --- p.5 “이상한 뜻은 아니고요. 말 그대로, 봐주세요. 물리적으로 관측해달라는 소리예요. 오늘 하루만, 아니, 몇 시간만 저를 관측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도 참 이상했다. --- p.8 “그리고 지금 제 상태는,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에게 관측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상태예요. 관측되지 않으면 온 우주에 확률로 흩어지고 마는 거죠.” --- p.12 솔직히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실험이 틀어져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쓰일 법한 설정이었다. 다만 이곳은 현실이고, 얻은 것이 초능력이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제였지만. --- p.16 “뭐, 결론부터 말할게요. 실패했죠.” “……네, 그랬죠. 실종된 연구원도 있었고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뱉은 한마디였다. 양자 시간 도약 실험의 실종된 연구원이란 주제는 근래 세간의 최대 관심사였다. --- p.18 위대한 과학자들이 그러했듯 이 사람도 평생을 연구에 바쳤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마 그렇겠지만, 위인전에 남기는 어려울 것만 같았다. 끝이 실패였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비판받고 검증을 요구받을 테니까. 부끄럽게도 한순간 내가 했던 생각을, 그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평생 품는 사람들에 의해 존재 자체가 묻혀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 pp.34~35 그리고 그날, 그는 손톱 밑의 한 줌 흙을 처절히 그러모아 확률을 기리기 위한 무덤을 하나 만들어냈다고 한다. --- p.57 |
|
바라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존재들, 시간 여행에 실패한 괴짜 물리학자
“당신과 눈이 마주쳤을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 대상작 〈어떤 사람의 연속성〉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과학의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본 이하진 작가의 신작 『확률의 무덤』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홀짝이던 ‘나’는 갑자기 나타난 물리학자 ‘현서’와 눈이 마주친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것도, 어디에선가 걸어온 것도 아닌,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생겨난 현서는 어느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말아달라는 이상한 부탁을 한다. 현서가 가야만 하는 곳은 어디이며,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시간 여행에 실패한 괴짜 물리학자 현서의 눈 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양자역학에서 모든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이 있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할 확률로 쓰인다. 그렇게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물체를 우리가 관측할 때, 존재가 결정되고 ‘이곳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양자 시간 도약 실험에 실패하여 누군가에게 관측되지 않으면 ‘존재할 확률’로 흩어지고 마는 현서는 우리 시대 여성 과학자의 모습을 닮아 있다. 관측되기 전까지는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와 성과를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패는 재빠르게 존재를 지운다. 바라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실패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우리의 관측을 기다리는 여성 과학자가 하나 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이곳에 분명히 존재하게 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