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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면 죽는 병
작가의 말 이두온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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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상품의 무쓸모와 무용함을 강조하던 시기가 있었던가.
---p.11 평생 동생을 가져본 일은 없다. 44 역시 성인이 된 이래 입어본 적 없는 사이즈였다. 하지만 쇼핑 중독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나와 존재하지 않을 미래를 하염없이 그리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p.12 플람마, 돈 안 쓰면 죽는 병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병의 초기 증세는 탈모와 흡사, 얇고 부드럽게 변한 머리카락이 앞머리와 정수리부터 탈락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 이를 탈모로 알고 방치했다가는 큰 화를 입게 된다. 플람마가 석 달 이내 사람들의 머리꼭지를 황무지로 만들 만큼 진행이 빠르기도 하거니와, 탈모 다음 단계, 그러니까 벗겨진 정수리에서 자라는 혹이 치명적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p.16~17 원인 불명, 백신 미개발, 전 세계 사람들이 플람마로 고통 받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돈을 써야지만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만이 밝혀진 상황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휴지 따위의 생필품을 쟁이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식료품을 사기보다는 카페에 가서 과당 음료를 마시는 편이 낫고, 출근을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기보다는 번지점프를 예약하는 편이 병의 완화에는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플람마가 쾌락적 소비, 즉 도파민과 관련이 있는 병이 아니냐는 논의가 일었다. 그러나 소비 외의 다른 도파민 분출 상황에서는 호전 양상이 미미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것을 ‘자본주의병’이나 ‘돈병’이라고 불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지병’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절약과 빈곤을 조롱하기도 하고 자조하기도 하는 직관적인 이름이었으므로. ---p.18~19 애정과 관심을 받으려면 쓸모가 있어야 한다. 나는 기필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말겠다. 이런 삶의 목표는 종종 혼선을 빚곤 했는데 쓸모의 의미가 상황에 따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p.28 한 사회에서 개인의 쓸모라고 하는 것은 그 의미가 비교적 명확하다. 경제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간이 되면 된다. 사대보험을 낼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측정 가능한 세금을 내며, 생산이 가능할 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열심히 쌓은 신용도를 이용해 상환 가능한 대출을 받을 것. 그렇게 스스로 목줄을 채운 다음 그 줄을 흔들면서 ‘빚 때문에라도 저는 향후 40년 동안 경제활동을 해야만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되면 된다. 한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은 그런 식으로 묵묵히 자신의 쓸모를 입증한다. ---p.30 무쓸모가 곧 쓸모고, 소비만이 나를 살린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뿐만은 아니겠지. 그래서 내게 남은 수명은 대체 얼마큼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무언가 빛나는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거칠고 무작위한 욕구가 치밀어 참을 수 없다. ---p.36 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지긋지긋해한다. 너무 좋아서, 그럼에도 없어서. 하지만 돈 안 쓰면 죽는 병에 걸리는 세상에서 돈이 지긋지긋하다는 말은 위험한 의미로 읽혔다. ---p.56 석고상의 부서진 머리와 그 몸속의 공백은 자꾸만 나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죽음과 나의 죽음, 나의 쓸모와 인간의 쓸모, 그리고 돈과 플람마의 쓸모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 무쓸모가 곧 쓸모인 세상에서, 인류의 생존에 기여하는 일은 쓸모인가 무쓸모인가. ---p.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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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지긋지긋해한다. 너무 좋아서, 그럼에도 없어서.”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 시대의 ‘쓸모’를 매섭게 파헤치는 2025년 이두온 월드의 서막. 일본 장르문학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로부터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로 “속수무책으로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박서련 소설가)의 진수를 보여준 이두온의 신작 소설 『돈 안 쓰면 죽는 병』이 위즈덤하우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된다. 연재 당시 독자들로부터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경험”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될 방향에 대한 숙제를 던진 소설”이라는 후기가 이어진 이번 작품은 강렬한 캐릭터와 소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 서사에 더하여, 촌철살인의 사회적 메시지도 더욱 탄탄하게 담아냈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44 사이즈의 고급 원피스를 중고 거래하기 위해 한 남자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팔려던 원피스를 들고 튀어버리고, 망연자실한 ‘나’는 자신이 이런 쓸모없는 것들을 악착같이 사 모으는 이유가 ‘플람마’라는 병 때문임을 고백한다. 원인 불명, 백신 미개발. 최근 전 세계로 퍼진 소위 ‘돈 안 쓰면 죽는 병’인 플람마는 머리에서 자란 혹이 어느 순간 불꽃을 일으키며 펑, 하고 터져버리는 무시무시한 질환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혹의 성장을 늦추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할 때 나오는 도파민뿐. 그러니까 ‘나’는 더욱 처절하게 무용한 것들에 돈을 쓰며 혹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악마와도 같은 이 질병에 순기능도 있었으니.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과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30 운둔 청년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노인 고용이 높아졌으며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바로 시장에 나와 내수가 진작되었던 것. 과연 ‘나’는 점차 바닥을 보이는 잔고에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만으로 플람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적게는 문학이 넓게는 예술이 ‘돈’을 호명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대개 그것은 작품 안에서 손쉽게 무용해진다. 그렇기에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쏟아지는 소설의 세계에서 『돈 안 쓰면 죽는 병』처럼 ‘가치’의 무쓸모와 ‘돈’의 쓸모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은 귀하다. 그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이지만 어딘지 못마땅하고 미련해 보이는 자본의 이야기를 쾌활한 여름밤의 꿈처럼 해학적으로 표현해내는 소설은 얼마나 값진가. 작가는「작가의 말「에서 “소설가의 삶을 꾸려간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 지 오래되었고” 그것이 “늘 돈, 돈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 용기에, “돈에 관한 소설을 쓰자, 이 원한을 한 편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선언 같은 그의 창조적 재치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2025년을 유쾌하고 힘있게 시작하고 싶은 당신을 이두온 월드에 초대한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