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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춤을 추자
작가의 말 서이제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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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갑자기 헛것이 보여요. 그니까 사람 그림자 같은 게 보여요. 선명하진 않은데 구름처럼 움직여요. 늘 보이는 건 아니고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해요.
--- pp.11-12 나는 과외 학생이 우는 이유를 이해할 순 없었으나,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때다 하고 나도 함께 울고 싶었다. 그래, 우리 다 때려치울까? 아무것도 못하겠으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 --- p.20 “죽은 것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뭐냐.” 방울 소리가 지나간 후에 무당이 내게 처음 뱉은 말이었다. 무당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계속 이어갔다. (중략) “왜요? 많이 안 좋아요?” 무당은 잠시 눈을 감고 주의를 집중했다. “음,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이 사람, 너한테 굉장히 서운한 것 같아. 죽은 사람이면 들리는 말이라도 전해주겠는데, 이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그래도 겁을 준다든지, 아프게 한다든지, 그런 해코지는 안 하는 것 같은데?” “네, 맞아요.” “그럼 그냥 살아.” “네?” “그럼 그냥 살아도 되지, 뭐.” --- pp.21-23 그날 이후 내 몸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리가 사라졌고, 그다음에는 몸통, 그다음에는 팔과 어깨가 사라져버렸다. 얼굴만 남게 되었을 때, 이대로는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두대에 처형된 귀신도 아니고 이렇게 얼굴만 둥둥 떠서 돌아다닐 순 없었으니까. 결국 일을 그만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목구비마저 잃게 되었다. 몸의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건 없었다. 거울 앞에 서도 내가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만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나만 말끔하게 지어진 것이다. --- pp.28-29 “너도 네가 안 보이잖아.” 이어지는 아저씨 말에 따르면, 자기는 이렇게 지낸 지 꽤 되었다고 했다. 아마 10년은 더 된 것 같다고. 그래도 잘 찾아보면 세상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자기 자신은 안 보여도,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본다고. --- p.31 나는 애써 고통을 찾아다녔을 뿐만 아니라, 고통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어린 시절 무릎에 난 피딱지를 손톱으로 뜯어냈던 것처럼, 흔들리는 치아를 내 손으로 잡아 뽑았던 것처럼, 내게 항상 모진 말을 하는 부모를 끝까지 믿었던 것처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했던 것처럼 --- p.41 “실망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도 사정이 다 있었겠지. 사람은 살다 보면 그런 멍청한 소리도 할 수 있는 거란다. 그런 일 때문에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해서는 안 돼.” --- p.52 내 눈에 보이는 그들은 정말로 하나같이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몸치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그 바보 같은 몸짓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알록달록한, 빛나는 미러볼 아래서 일렁이는 그 몸짓을 보니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마 그들도 나를 보고 있겠지. 내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지만.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보는 법이니까. --- p.61 |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본다고.” 『0%를 향하여』 서이제 신작 단편소설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고픈 영혼들, 있었는데 없었던 사람들의 헛헛한 진심에 관하여 젋은작가상, 오늘의 작가상, 김만중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소설집 『낮은 해상도로부터』 『0%를 향하여』로 동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그리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서이제 작가의 신작 『바보 같은 춤을 추자』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다. 연재 당시 독자들은 이 소설이 “아이러니도 희망도 모두 담긴 이야기” “짝사랑만 할 것 같았던 독자와 작가의 성공한 로맨스 판타지”처럼 “별나지만 결국 이루어지는 접촉에서 눈물이 나게” 만든다고 평했다. ‘해담’은 두 번째 시집 출간 기념 낭독회에 갔다가 빈 의자 밑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림자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린다.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준 약에도 효과를 못 본 해담은 ‘그것’을 없애고자 무당을 찾아가지만, 무당으로부터 ‘그것’이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이라는 이야기마저 듣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 ‘그것’은 우연한 계기로 동경하던 시인의 지척에서 술을 마시게 되고, 의도치 않게 시인의 실체를 알아차린다. 왠지 속이 텅 빈 듯 실연당한 기분에 빠진 ‘그것’은 그날 이후 몸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울 앞에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문제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을 따라다니길 며칠. 바람이나 쐴 겸 나가 앉은 한강 벤치에서 ‘그것’은 긴 머리에 해골 두건을 두르고, 딱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은 정신 나간 아저씨를 만난다. 낯선 사람이지만 ‘그것’을 볼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아저씨의 말에 홀린 듯 따라 들어선 홍대의 어느 지하 펍. 수상하지 않은 게 수상할 만큼 수상한 그곳에서 ‘그것’은 모히칸 머리에 빨간 인조가죽 바지를 입은 늙은 로커 무리, 화려한 무대 의상에 짙은 아이라인이 인상적인 재즈 가수, 칠흑처럼 어두운 구석에서 혼자 글 쓰는 시네필 등. 하나같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미친 사람들, 정작 세상 밖에서는 없는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알아볼 사람들만 알아보는 존재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무당에게 이십만 원짜리 부적을 쓴 다음부터 ‘그것’을 볼 수 없게 된 해담은 또 한 번 무당을 찾아가 ‘그것’을 다시 불러들이는 새로운 부적을 쓰게 되는데…… 과연 두 존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0%를 향하여』로 “얼마간은 찌질하고, 얼마간은 숭고하고, 또 얼마간은 유머러스한 이야기에 걸맞은 형식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작가는 “사랑과 가능성의 실재도 이젠 다 ‘사라짐’ 속에 존재한다”라는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취향들, 서로의 진가를 모르는 존재들, 있었는데 없었던 관계들의 헛헛한 진심을 더욱 또렷하게 직시한다. 그렇게 서이제는 기어이, “문명의 구성체로서 우리의 시력을 측정하게 해주는 공인된 검사표”에서 한 걸음 나아가 『바보 같은 춤을 추자』라는 ‘다초점 렌즈’를 우리 눈에 씌운다. 이래도 문학에, 영화에, 록에, 예술에, 당신의 진심에 흐린 눈길을 보낼 수 있겠냐는 듯이.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 조우리 『사서 고생』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이장욱 『초인의 세계』 성해나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장진영 『김용호』 이연숙 『아빠 소설』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정이현 『사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