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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꺼풀의 뒤편에 남아 있는 007
2. 돌아오지 않는 것 023 3. 소문, 의뢰, 공격 039 4. 메모리 데이터 061 5. 너를 기억하는 사람 077 6. 도시 괴담 091 7. 식별자 107 8. 일인칭 훈련 131 9. 허공의 와플 157 10. 거칠고 올드한 방식 179 11. 천사는 환상이며 영혼은 생명체 안에만 존재한다 201 12. 최단 경로 219 13. 물속의 귀 241 14. 연약하고 위험한 부분 261 15. 어디로 가는 중이에요? 283 16. 메시지 혹은 구원 299 17. 우주의 마음 321 18. 어느 날 늦은 저녁의 신호가 337 19. 호수에 닿기 359 20. 한밤의 대화 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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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것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여름 풍경이 겹겹이 중첩되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첩된 것에는 실감이 없었다. 안은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을 멈추면, 중첩은 사라졌다.
--- p.11 정한은 그곳에 가닿기를 원했다. 거대한 세상과 연결되었던 순간으로, 안과 마주했던 순간으로. --- p.36 딸을 잃은 순간 여자의 세계는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문제는 세계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다. 끝이 난 세계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 p.164 너는 내게 기억을 보내겠다고 했지. 먼 길을 돌고 돌아도 결국은 내게 닿겠다고. 나는 네 신호를 알아볼 거야. 그 신호로 너를 찾을 거야. --- p.183 이건 사람의 감정이 정신 작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와 긴밀히 연결된 문제야. 쉽게 말하면 그 애를 알게 된 뒤로 네가 너로 존재하려는 의지가 평소보다 월등히 강해졌다는 뜻이지. --- p.185 사람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불안정해. 일반적으로 기억은 과거의 산물처럼 취급되지만 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가는 거야. --- p.189 감정이 살아 있는 기억 말이죠. 그걸 메시지로 전송한 뒤 사람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진짜 기억을 되찾도록 유도할 계획이었던 거예요. --- p.191 쉽게 말하자면 기억은 그대로 두고 기억에 깃든 감정을 지우는 거예요. 감정도 기억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는 걸 아실까요? 유니언워크는 다년간 사용자의 의식, 그 밑바닥부터 감정을 지워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 p.212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병든 몸처럼 쉽게 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두고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 p.250 조각난 과거와 텅 빈 현재, 알 수 없는 미래,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나는 너의 잔상을 느껴. 희미하고 불완전한 너를 되찾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과도 제대로 연결될 수 없는 거야. 내 자신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로 언제까지고 부유할 뿐이겠지. --- p.275 산책을 하면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어. 그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갈 거라고. 하지만 우리는 호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지. --- p.291 단 한 번의 메시지로 우리는 연결될 수 있을까? 단 한순간의 연결로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 p.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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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곳이 홀로그램 우주라면 사라진 기억은 무한한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나를 통과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의 나 역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겠지. 모든 사람의 모든 순간이 그렇게 제 삶을 살다가 우연히 누군가에게 닿고 생각과 꿈이 되고 결국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그런 생각. 이상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면 지금, 이곳이 꿈인 것 같았다. 어쩌면 나 역시도 또 다른 내가 영영 잊어버린 기억이 아닐까? 어딘가에 닿기 위해 무한한 우주를 부유하고 있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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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 속 세계관에 푹 빠져 지냈다. 나인경 작가는 기억과 존재, 사랑과 인간다움이 얽힌 심오한 질문을 매혹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망각이라는 거대한 폭포수 아래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같은 기억을 생각한다. 그중에는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기억과 나를 잃게 하는 기억이 있다. 어떤 기억은 망각보다 강력한 힘으로 나를 내게서 떼어 낸다. 또 어떤 기억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만약 단 하나의 기억만을 간직할 수 있고 그 외 모든 기억을 빼앗겨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선택할 것인가? 단언컨대 나는 ‘사랑의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내가 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호수와 같은 사랑에 나를 비춰 보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 기억은 객관적 사실에 그 일을 겪을 당시의 감정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므로 기억의 다른 이름은 그리움이자 고통, 후회이자 기쁨일 것이다. ‘나를 잃어버리는 훈련’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날들에도 끝내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기억하는 당신이 있어서다. 사랑과 기억에 관한 아름다운 진실을 알려주는 소설이 여기 있다. - 최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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