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 독서논술 회원들> 짧게는 1년, 길게는 11년 정도 한우리 독서논술을 배운 친구들로 독서를 좋아하며, 즐길 줄 아는 멋진 친구들이다. 김천, 대구지역에서 책 읽기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괴짜로 통하는 친구도 있지만, 누구보다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잘 느끼고, 잘 표현하는 귀염이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 속 세계관에 푹 빠져 지냈다. 나인경 작가는 기억과 존재, 사랑과 인간다움이 얽힌 심오한 질문을 매혹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망각이라는 거대한 폭포수 아래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같은 기억을 생각한다. 그중에는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기억과 나를 잃게 하는 기억이 있다. 어떤 기억은 망각보다 강력한 힘으로 나를 내게서 떼어 낸다. 또 어떤 기억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만약 단 하나의 기억만을 간직할 수 있고 그 외 모든 기억을 빼앗겨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선택할 것인가? 단언컨대 나는 ‘사랑의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내가 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호수와 같은 사랑에 나를 비춰 보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 기억은 객관적 사실에 그 일을 겪을 당시의 감정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므로 기억의 다른 이름은 그리움이자 고통, 후회이자 기쁨일 것이다. ‘나를 잃어버리는 훈련’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날들에도 끝내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기억하는 당신이 있어서다. 사랑과 기억에 관한 아름다운 진실을 알려주는 소설이 여기 있다.
백수린의 소설에는 모순적이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품을 수 있는 이 세계와 존재에 대한 고상한 질문이 있다. 나와 당신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랑은 언제 발생하여 어느 틈에 사라지는가?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상실감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미래와 스러지는 과거 사이에서 현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작가는 지치지 않고 되묻는다. 그리고 소설을 쓴다. 아무리 살아봐도, 거듭 생각해봐도 그 답을 알 수 없어 이런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는 듯. 그와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내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