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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anglement 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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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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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성혜령 나방파리
이서수 언 강 위의 우리
전하영 시간여행자
-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얽힘 코멘터리
기획의 말

저자 소개 3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버섯 농장』 『산으로 가는 이야기』 등이 있다. 2023년, 2025년 젊은작가상, 2024년, 2026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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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 『헬프 미 시스터』, 소설집 『엄마를 절에 버리러』 『젊은 근희의 행진』 『그래도 춤을 추세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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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17년까지 다수의 단편영화와 영상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2019년 단편소설 「영향」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로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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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18g | 115*188*14mm
ISBN13
9791193646052

책 속으로

이 년 전 겨울, 토요일 아침에 시온이의 부고 문자를 받고 나는 마치 이런 일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옷장 깊숙이 넣어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지갑을 챙겨 곧바로 택시를 불러 탔다. 차창 밖으로 부스러기 같은 눈이 날리고 있었다. 눈이 유리에 붙었다 녹아내리는 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다가 내가 외투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벌뿐인 정장은 봄가을용이 었다. 계절과 시간이 사라진 진공으로 빨려들어간 기분이었다.
---p.12 「성혜령, 나방파리」 중에서

자기는 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언니는 말했다. 그래서 너무 무섭다고 했다. 자기는 이런 일을 견디다 끝날 것 같다고, 학교까지 다시 다니면서 이전 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p.29 「성혜령, 나방파리」 중에서

너는 진짜 몰라.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너는 항상 손님이었잖아. 내가 일하면서 손을 얼마나 데고 베이는지 너는 모르잖아, 그렇지? 네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말해주려고 한 거야. 진짜 사는 게 어떤 건지. 네가 겪었다는 그 두통도, 진짜 아니었잖아. CT도 MRI도 다 깨끗했다며. 실제로 아무 이상 없었다며. 너는 진짜 두통이 뭔지 모르는 거야.
---p.35 「성혜령, 나방파리」 중에서

아, 가을이가 고양이군요? 지금 가을이를 쓰다듬고 있다네요. 가을이가 여전히 귀밑을 만지면 목을 길게 빼고 꼬리를 바싹 세운다네요. 언니의 어깨가 들썩였다. 이발사는 그런 상황에 익숙한 듯 잠시 물러서서 어깨를 돌렸다. 이발사가 거울 너머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시네요?
---p.43 「성혜령, 나방파리」 중에서

누군가와 이별할 예정이거나 이미 이별한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호텔이래. 그래서 고즈넉한 강변에 있고, 국도랑 연결되는 길은 산림도로 하나뿐인 곳이야. 어쩐지 SNS에 잘 먹힐 것 같은 콘셉트라고 종선이 비꼬았으나 그에 대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미진은 말을 이어갔다. 상상해봐. 폭설이 내려 하나뿐인 도로가 끊기고 강물마저 얼면 꼼짝없이 호텔에 갇히는 거잖아. 차로 이동할 수 없고 배도 띄울 수 없으니 어디로도 갈 수없는 거지. 마음을 정리하기에 딱 좋은 곳 아니야?
---p.52 「이서수, 언강 위의 우리」 중에서

현재의 감정은 분명히 ‘증’인데, 과거의 기억이 놔주지 않아서 자꾸만 ‘애’가 섞여들 때가 있잖아.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종선이 ‘애’와 ‘증’을 발음할 때마다 미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점멸하듯 ‘애’에서 켜지고, ‘증’에서 꺼지는 그 얼굴은 참으로 냉담해 보였다. 나는 고심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가 섞여들 땐 그냥 사랑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p.67 「이서수, 언강 위의 우리」 중에서

손절과 이별은 차원이 다르다고, 손절은 효용성을 따지는 행동이지만 이별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마음이 저절로 멀어지거나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는 거라고, 죽음 때문이든 경제적 이유든 오해를 풀 수 없어서든 여하튼 손절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p.77 「이서수, 언강 위의 우리」 중에서

너희들이 돌아와! 크게 외쳤지만 두 사람은 듣지 못한 듯 내게 계속 손짓했다. 나는 그들이 서 있는 지점까지 조심조심 걸어갔다. 도중에 얼음이 쫙 갈라져 강물에 풍덩 빠지면 저들이 날 구하러 달려와줄까.
---p.84 「이서수, 언강 위의 우리」 중에서

내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거대한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더 큰 상실들. 더 나중이 되어서야 나는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하니까 정해진 기간 안에 주민센터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고 은행이나 학교, 휴대폰 통신사 등을 돌며 서류를 내밀고 반복적으로 계약 종료를 신청하는 누군가의 상실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p.107 「전하영, 시간여행자-처음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중에서

사실 나는 미래의 어느 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느낌은 더 설득력을 얻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그저 인생을 내 속도대로 살았을 뿐인데 ‘세계’라는 이 복잡한 기계는 내가 모르는 사이 나보다 훨씬 더 빨리 구동해 버려서 거대한 미래의 가상 세계를 만든 다음 유튜브 같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실체를 부분적으로 슬쩍슬쩍 드러내 보여준다는 가설을 세워보기도 한다.
---p.109 「전하영, 시간여행자-처음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중에서

“연애도 좀 해라. 결혼은 해야지.” 지랄이네,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격이 들어올 거라 예상했지만 너무 흔하고 익숙한 무기라 타격감이 없었다. “그리고 태주야, 내 얘기는 쓰지 마라.” Y가 정색하듯 미소를 지우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그에게 휘둘릴 때 많이 봤던 표정이었다. 그가 그런 얼굴을 들이밀면 나는 겁을 먹곤 했다. “무슨 이야기?” 내가 되물었다. “우리 얘기.” “우리?” 같잖은 기분이 들어 쓴웃음이 나왔다.
---p.136 「전하영, 시간여행자-처음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중에서

그날 아침의 장면에서는 어떤 매혹도 느낄 수 없었다. 한때 알고 지내던 젊은 남자의 죽음에는 어떤 수식도 붙일 수 없었다. 그것은 아주 냉정한 단절이었다. 그와 나 사이에 놓여 있던 투명한 유리창처럼 아주 명징하고, 무엇보다도 물질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오래전에 그만둔 질문을, 잊어버린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았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랬다면 나는 그 애를 살릴 수 있었을까.

---p.159 「전하영, 시간여행자-처음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중에서

출판사 리뷰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한국문학 앤솔러지 ‘얽힘’의 첫 번째 프로젝트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 낸
얼어붙고 녹아내리는 마음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전혀 새로운 형식의 한국문학 앤솔러지 시리즈 ‘얽힘’의 첫 번째 이야기 『봄이 오면 녹는』이 출간되었다. 이 앤솔러지 시리즈는 양자얽힘(Entanglement)의 과학적 개념을 모티브로, 우리의 삶이 개별적이면서도 우주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문학적으로 구현한다.

‘얽힘’은 세 명의 작가가 독립적인 단편소설을 쓰면서도 서로의 세계관과 소재를 공유하며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트다. ‘얽힘’ 프로젝트 같은 기수의 작가들은 앤솔러지의 테마를 함께 정하고, 각자의 작품 속에 다른 작가의 장소나 키워드를 끌어오기도 한다. 결국 연결고리가 드러나기도 하고 또 숨어있기도 한, 얽혀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세 편의 단편소설이 완성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렇게 연결된 이야기가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듯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확장된 세계관으로 나아간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얽힘’ 1기에는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작가가 참여했다.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최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은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손절’을 테마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완성된 『봄이 오면 녹는』에는 성혜령의 「나방파리」, 이서수의 「언 강 위의 우리」, 전하영의 「시간여행자―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소설은 ‘손절’이라는 주제를 관계의 단절 혹은 시대와의 단절로 확장하며 다채롭게 해석하고 풀어낸다. 또한 인물, 사건, 장소 등을 통해 얽힘을 구현하여 세월의 상처로 얼어붙은 이 시대의 다양한 군상의 마음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봄이 오면 녹는』의 마지막에는 작가들이 서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변을 담은 「얽힘 코멘터리」가 수록되어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기획부터 집필까지 세 편의 소설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설뿐만 아니라 세 작가가 어떻게 연결되고 얽히게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작품의 성취뿐만 아니라, 이들이 모여 함께 도달한 문학적 지점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엄혹하고 잔인한 세월에도 봄은 오듯이, 이 시대의 상처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봄이 오면 녹는』이 녹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얽힘 시리즈 소개

‘얽힘’은 다람의 문학 앤솔러지입니다. 세 명의 작가가 쓴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됩니다. 각 소설은 독립적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낼 것입니다. 그렇게 연결된 이야기는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듯 확장된 세계관을 향해 나아갑니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001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봄이 오면 녹는
002 김이설 이주혜 정선임(출간 예정)
003 서장원 이선진 함윤이(출간 예정)

‘얽힘’ 기획의 말‘
'너와 나는 실재한다.’ ― 실재성realism
‘너와 나는 멀어지면 독립적이다.’ ― 국소성localism

이 두 명제를 우리는 너무나 쉽게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상상해보자. 이 두 명제를 만족하지 않는 어떤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우리가 감각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그것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너와 나는 온 우주에 펼쳐진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사실 그런 의미로만 존재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그런 초월적인 상관관계를 ‘얽힘entanglement’이라고 한다. 그리고 ‘얽힘’은 상상 속이 아니라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는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성질 이며 우주의 질서를 이루는 근간이다. 실재성과 국소성이 양자역학의 이론에 위배된다는 사실이 처음 예측되었을 때 아인슈타인이 받았던 큰 충격만큼, ‘얽힘’은 과학사에서도 유명한 논쟁거리이자 가장 위대한 발견이었다. 첫 발견 후 백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얽힘’은 실험적으로 그 존재가 증명되었다. 또 이제는 양자컴퓨팅과 양자통신 등의 기술에 활용하는 자원이 되었고, 2022년는 ‘얽힘’ 증명에 대한 공로로 세 명의 물리학자에게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과학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눈앞의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매일 계속되는 각자의 팍팍한 삶도 그대로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얽힘’에 얽혀 있다는 것. 그래서 당신은 아마 안도할지도 모른다는 것. 외딴섬이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실은 우주 안에서 하나로 얽혀 있다는 사실에, 그리하여 어쩌면 나와 초월적으로 얽혀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상상으로. 이를테면 내가 하품을 할 때마다 그 사람도 동시에 하품을 하고 있다든지 말이다. 그걸 당신이 알아차릴 일은 영원히 없겠지만. - 양자물리학자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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